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건 Jun 23. 2024

2024 파리올림픽, V-Log 프로젝트

[도핑검사관, 파리를 달리다]

며칠 전 한국도핑방지위원회 홍보실 관계자, 그리고 영상 PD와 만나 회의를 했다. 회의의 주된 내용은 이번 파리올림픽 기간 동안 도핑검사관으로서의 활동 영상 촬영에 관한 기획 회의 성격이었다. 자신들이 직접 파리에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으니 나보고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태어나서 한 번도 브이로그를 촬영해 본 적이 없었지만 맨 처음 촬영 요청을 받았을 때 나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별다른 고민 없이 승낙을 하고야 말았다. 버크만 검사와 MBTI 성격 유형검사를 통해 이미 내가 창의적이고 기획하는 일을 좋아하고 행동하는 유형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새로운 도전에 쉽게 매료될 줄은 몰랐다.


특히 이번 파리올림픽 파견이 결정되고 난 이후 올림픽에 참여하는 20여 일 동안 매일의 일상을 기록해 브런치북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을 한 이후였으므로 브이로그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록은 당연히 거절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기도 했다. 


본래 목표대로 파리의 일상을 날마다 브런치에 기록할 것이므로 브이로그를 병행하는 것이 조금 바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브런치를 만나고 일상의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내 인생의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내적으로는 마음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글로 표현되면서 내 생각이 하나로 잘 정돈되는 효과도 직접 경험하고 있으니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은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의식과도 같다.  

외국에 일이 있어서 나갈 때마다 매일 일기를 쓰듯 그 과정을 기록하다 보면 하루가 더 길고 의미 있게 느껴진다. 그냥 스쳐 지나갈 일들도 꼼꼼하게 기록해야 하고 무심코 보고 지나칠 모습에도 눈길을 한 번 더 주게 되는 것과 같은 효과다.   

 

회의를 하는 내내 멋지게 촬영해서 좋은 결과물을 담당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 정도로 그들은 진지했다. 첫 브이로그를 파리에서 촬영한다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춘 나의 단순함이 오히려 큰 민폐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브이로그를 구성하는 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했던 부분은 이번 올림픽 파견의 주된 목적이 도핑검사를 위한 것이므로 기본 업무에 결코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선수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도핑검사 정보의 보안유지가 필요한 경우에는 과감히 카메라를 꺼도 된다는 것에 합의를 보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의를 통해 나온 기획안도 현장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참가했던 올림픽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근무시간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많게는 16시간도 일을 한 적이 있었으므로 현장이 매우 가변적이어서 기획안에 얼마나 충실한 촬영을 할 수 있을지, 아니 어쩌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의 분량이 나올 수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 


일단 최대한 많이 움직이면서 촬영 분량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불씨를 댕겨본다. 잠을 조금 덜 자도 좋고, 예정에 없는 계획이라도 만들어서 파리의 여러 모습들을 카메라에 반드시 담아 내고야 말리라.   


일단 브이로그의 제목(가제)은 "KADA, 파리를 달리다."라는 것으로 잡았다. 제목에서 "달리다"라는 말은 도핑검사관이 실제로 파리의 여기저기를 달리는 모습과 현장에서 열심히 근무하며 활동하는 모습 두 가지의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KADA: Korea Anti-Doping Agency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의 영문 기관명)


에펠탑과 개선문 등을 뛰는 모습은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이고, 관중들로 가득 찬 경기장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과 파리 시내의 아름다운 카페들, 올림픽 분위기가 느껴지는 표지판, 센 강, 몽마르트르 언덕, 루브르 박물관, 벼룩시장 등 일단 카메라에 담기만 하면 기본 점수 이상을 먹고 들어갈 수 있는 그림들을 최대한 많이 담아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물론 촬영 중간중간 도핑검사관의 역할이라든지, 현장에서의 애로사항, 우리나라 선수 인터뷰, 다른 나라 도핑검사관들과의 만남, 올림픽 뒷담화, 대회를 마친 느낌 등도 추가할 수 있다면 적어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설명이 될 것이다.  


난생처음 도전하는 브이로그, 그 도전의 시작 파리. 고민할 필요 없이 무조건 Let's get it.     

   

#한국도핑방지위원회 #도핑검사관 #PlayTrue #2024파리올림픽 #이건선임소방검열관 



작가의 이전글 2024 파리올림픽에 갑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