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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Jun 23. 2024

2024 파리올림픽, V-Log 프로젝트

[도핑검사관, 파리를 달리다]

며칠 전 한국도핑방지위원회 홍보실 관계자, 그리고 영상 PD와 만나 회의를 가졌다. 여러 가지 사정상 자신들이 직접 파리에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으니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도핑검사관으로서의 활동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직접 기록해 달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사실 태어나서 한 번도 브이로그를 촬영해 본 적이 없었지만 맨 처음 촬영 요청을 받았을 때 나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별다른 고민 없이 승낙을 하고야 말았다. 버크만 검사와 MBTI 성격 유형검사를 통해 내가 무척이나 행동하는 유형의 (특이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새로운 도전에 쉽게 매료될 줄은 몰랐다. 


원래는 파리의 일상을 브런치에 매일매일 기록할 계획이었으므로 브이로그를 병행하는 것이 조금 바쁠 것 같다고 잠시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이번 기회에 새로운 형태로 내 삶의 모습을 기록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이번 제안은 거절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브런치를 만나고 일상의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내 인생의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마음속 복잡한 일들을 글로 표현하면서 생각이 정돈되는 효과도 직접 경험하고 있다. 과연 브이로그도 그런 효과가 있으려나? 문득 궁금해졌다.     

 

회의를 하는 내내 반드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담당자들에게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몹시 진지했다. 첫 브이로그를 파리에서 촬영한다는 것에만 설레었던 내 단순함이 어쩌면 민폐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브이로그를 구성하는 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했던 부분은 이번 올림픽 파견의 주된 목적이 도핑검사이므로 기본 업무에 결코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선수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도핑검사 정보의 보안유지가 필요한 경우에는 과감히 카메라를 꺼도 된다는 것에 합의를 보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의를 통해 나온 기획안도 현장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참가했던 올림픽 경험을 돌이켜보면 근무시간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많게는 16시간도 일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현장 상황은 매우 가변적이다. 특히 근무 중에는 보안유지를 위해 카메라를 절대 사용할 수 없으니 이번 기획안에 얼마나 충실한 촬영을 할 수 있을지, 아니 어쩌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의 분량이 나올 수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 


일단 최대한 많이 움직이면서 촬영 분량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불씨를 댕겨본다. 잠을 조금 덜 자도 좋고, 예정에 없는 계획이라도 만들어서 파리의 여러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 내고야 말리라.   


일단 브이로그의 제목은 "KADA, 파리를 달리다."라고 정했다. 제목에서 "달리다"라는 말은 도핑검사관이 실제로 파리의 여기저기를 조깅하듯 달리는 모습과 검사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습 두 가지를 역동적으로 담아내고 싶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KADA: Korea Anti-Doping Agency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의 영문 기관명)


에펠탑과 개선문 등을 뛰는 모습은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이고, 관중들로 가득 찬 경기장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과 파리 시내의 아름다운 카페들, 올림픽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표지판, 센 강, 몽마르트르 언덕, 루브르 박물관, 벼룩시장 등 일단 카메라에 담기만 하면 기본 점수 이상을 먹고 들어갈 수 있는 그림들을 최대한 많이 담아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물론 촬영 중간중간 도핑검사관의 역할이라든지, 현장에서의 애로사항, 올림픽 뒷담화, 대회를 마친 느낌 등도 추가할 수 있다면 적어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설명이 될 것이다.  


난생처음 도전하는 브이로그, 그 도전의 시작 파리. 고민할 필요 없이 무조건 Let's get it.     


#Paris2024 #국제도핑검사관 #Play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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