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매일 하다 보면 같은 반에서 수업 듣는 분들과 인사하는 사이가 된다.
그 때 나눈 사소한 대화들을 채집해 가끔씩 꺼내어보곤 한다.
1.
"안녕하세요!"
"응, 아까 옆에서 봤는데 물위에서 사뿐사뿐 날렵하게 날아가는 제비같이 빠르더라 어쩜 그렇게 잘해!"
킥판을 막 뗀 내가 기초반에서 제비가 되었던 날.
2.
"지금 밖에 비가 많이 오고 있다고 해요"
(그 말을 들은 어떤 분께서)"정말? 우산 없으면 내가 하나 빌려 줄게!"
모르는 사람에게 받는 호의는 거절하라고 배웠지만 우산을 빌렸고
그 후 아무런 댓가 없는 호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3.
(수군수군) "혹시 몇 살인지 물어봐도 돼?"
"네, 29살이에요"
"생각보다 많이 먹었네. 우린 고등학생 인줄 알았어!"
(옆레인에서 갑자기 아주머니 한 분이) "아기 같아"
회사에서는 찌든 나지만 수영모 쓰고 화장을 지운 나는
수영장에서는 10년, 20년 더 젊어지고 그만큼 더 자유로워진다.
4.
(젊은 여자분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나오셨네요"
"네, 매일반 이세요?"
"네"
"어떻게 매일해요?"
"아, 제가 휴직 중이라 요즘 하는 일이 없어서요^^ 혹시 하시는 일 여쭤봐도 되나요?"
"10년간 연구원으로 회사 다니다가 그만뒀어요. 사회생활에 한번 질리니까 못하겠더라구요. 앞으로도 안 하려구요. 남편이랑 결혼한지도 10년 가까이 되어가는데, 남편만 벌어도 살 수 있겠죠? 근데 6개월째 노니까 별로 할 게 없어 호호호"
"우와, 아기도 있으세요? 엄청 동안이시네요!"
"애가 없으니까 이렇게 놀 수 있죠! 하하하"
외국 한달 살기를 해보고 싶으시다고 하셨던 이 분과의 물속에서의 대화가 좋았다.
사회생활에 질려서 앞으로도 안 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는 호탕함
남편분 입장에선 다소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남편만 벌어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약간의 배짱이 마음
그리고 6개월째 노니까 할 게 없다며 웃었던 유쾌함
결혼한지 10년 되었으니 아기도 있을 것 같아 물어보았던 다소 불쾌할 수 있는 질문에 웃어 넘길 수 있는 여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