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수영을 하다보면 기초반을 끊고 이모와 매일 수영장에 갔을 때 만난 사람들이 떠올려지곤 한다.
가장 개성이 강하셨던 분은 흰색 수영모를 쓰시는 할머니였다.
4월달 등록을 하셨는데 3월부터 등장하셔서 강사님을 매우 당황하게 만드셨다.
하루는 물안경을 안 가지고 오셔서 아예 눈을 감고 수영을 하셨고 시시 때때로 레인과 상관없이 왔다 갔다 하시며 수영을 하셨다.
강사님이 물안경을 드리고 레인 따라 수영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니 크게 미안해하며 감사해하셨다.
누구나 초보 때는 서툰거겠지, 할머니라도.
또 어떤 여자분께서는 폐가 안 좋으셨는지, 항상 "흠흠" "켈록켈록" "흐흐흐흠" 이렇게 목을 가다듬는 소리를 자주 내셨다.
어쩔 땐 걱정이 될 정도로 목을 심하게 가다듬으셨고 물 속에 있을 때를 제외하면 항상 그런 소리를 내셨다.
코로나가 유행하던 때라 조심했는데 몇 개월간 지속적으로 소리를 내시는 것을 보고
혹시 폐가 안 좋아 폐활량을 늘리시려고 수영을 하시는 게 아닐까, 라는 걱정도 했던 것 같다.
귀여운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도 생각난다.
배가 나오신 할아버지께서는 항상 할머니를 알뜰 살뜰히 챙겨 주셨다.
할아버지의 배 때문이었는지 멀리서도 가장 눈에 띄었다.
그 할아버지는 자유형은 거뜬히 하셨는데도 할머니를 위해 작은 풀장에서 같이 초보 동작을 함께 하셨고 틈이 날 때마다 할머니를 개인 강습해 주셨다.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가끔씩 나도 모르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힐끔힐끔 훔쳐보게 되었다.
한편 수영을 하다 보면 유리창을 통해 항상 어떤 할아버지 한 분께서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시간 동안 수영하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계셨다.
나는 그 분을 보며 일상이 무료하신 걸까 아니면 수영할 수 있는 체력이 안 되셔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시는 걸까 항상 궁금해했다.
나중에 이모에게 물어보니 매일 요가 시간 전에 오셔서 그냥 수영도 구경하는 분이라고 했다.
매일 빠지지 않고 한 시간이나 먼저 와서 기다리시는 체육센터의 유명인이었던 것이다.
나는 수영할 때 어떤 사람일까?
보통 수영 고수는 꽃 무늬 수영복을 입는데,
나는 평범한 내 수영 실력만큼 튀지 않는 검정색과 남색 수영복만 번갈아 입으니 존재감이 없을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