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업무는 인도와 몽골에 화장품 수출 업무를 하는 것인데 사실 업무가 적성에 맞지는 않다.
동료의 표현처럼 오른손잡이가 마치 왼손으로 글씨를 억지로 쓰려고 하는 것처럼 꾸역꾸역 삐뚤빼뚤하게 하는 나의 회사생활에는 동기부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몇 년간 억지로 찾아는 보았지만 회사의 월급이나 회사의 매출을 올리는데 일조한다는 건 크게 와 닿지가 않았다.
그러던 어느 금요일, 퇴근 후 카페에 놀러간 적이 있다.
카페 사장님께서 케이크 배달이 들어왔는데 주소가 독특하다며 주문서를 보여주셨고 거기엔 짧은 주소 끝에 '소나무 3그루 있는 집' 이 적혀 있었다.
그걸 본 순간 배달원이 되어 그 집을 찾아가는 상상을 해보았다.
‘오토바이로 굽이굽이 언덕 길을 따라 올라가니 벽돌로 지어진 비슷한 전원 주택들이 있는데 정원에 소나무 3그루 있는 집이 보인다.
강아지 한 마리가 눈이 아직 녹지 않은 흙을 밟으며 멍멍 짖었고 저녁 모임을 준비하다 나온 젊은 여성이 내 손에 든 달콤한 조각 케이크 3개를 반갑게 받아 간다.’
이런 상상을 하다 보디 전에 업무가 적성에 안 맞는다는 내 고민을 들은 상담 선생님께서
그러면 그 나라의 누군가 감사한 마음으로 내가 수출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떠올려보라고 했던 조언이 생각났다.
한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배에 실어 중국을 지나 인도나 몽골로 나르는 상상.
목적지에 도착하자 건조한 피부를 가진 누군가 강렬한 햇빛을 막아줄 화장품을 며칠간 기다리고 있는 상상.
아, 이상하게도 그 후 일하기 싫을 때마다 이런 상상은 나를 더 열심히, 때로는 즐겁게 일하게 만들어주었다.
소나무가 3그루 있는 집에 사는 어느 손님 덕분에 행복한 배달원이 되었던 나는
때로는 인도의 어떤 사막을, 때로는 몽골의 어느 초원을 달리며 행복을 배달하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