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4년간 모두와 연락을 끊었던 친구를 만났다.
사는 곳도 그대로, 외모도 그대로, 우리의 고민도 그대로였다.
사실 너무 연락이 안 되서 안 좋은 상상도 했던 나는, 그냥 그 친구가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걸 알게된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았다.
이 말을 들은 친구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냥 건강하게 그대로 잘 살아만 있으면 되는 거라고, 만약 죽었다면 소식이 갔을 거라고.
나는 쉬지 않고 그 친구에게 나의 근황을 전했다.
그 친구도 서서히 속에 있는 말들을 꺼내주었고 우리는 마치 4일전 만난 것처럼 나이 먹은 것을 한탄하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친구가 말한 것처럼 낡고 어딘가 찌든 것 같다는 우리의 나이와는 별개로, 우리의 대화는 중학생 때 나눈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만 대화 주제가 학업 고민에서 좀 더 먹고 사는 것에 가까운 고민으로 넘어 갔을 뿐.
슬프게도 그 친구와는 지금 또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누구나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싶어질 때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