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윤구 Nov 28. 2019

정시확대? 수시축소?

https://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484605&fbclid=IwAR3LbSyozB0baP9JxaQxwT6s3eUovpXLyaKfX774uz9VKhJB3nRq3HTxr_k

정시확대는 여러모로 필연적이다.

정시, 수시의 형평성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혹자는 '정시는 금수저 전형이다' 라고 하고 또 다른이는 '수시야말로 금수저 전형의 끝판왕이다'라고 한다.

얼마 전, 수능 관련 경력이 아주 화려하신 수능 출제 위원 출신께서 '정시가 확대되면 금수저가 성공하는 길이 열리는 거다' 라고 남겨놓은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신께서 수시의 현 상황이 어떤지를 모르고 하는 말 아닐까?
-

치고 박고 싸우는 이들의 주장은 이거다.

"수시는 돈을 쳐 바르면 모든 게 해결된다.“
"정시는 돈을 쳐 바르면 모든 게 해결된다."

당연히 항상 참인 명제는 없지만 수시의 경우 어느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다. 내신 성적을 제외한다면 자료를 만들고, 취합하고, 입맛에 맞게 셋팅하는 수준은 어느정도선 까지는 할만하다.

정시도 돈을 쳐바르면 상대적으로 성과가 나오긴 한다. 원래 7등급 나와야 할 학생에게 수 천 만원을 들이면 4~5등급 까지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하긴 했다' 라는 가정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초일류 강사가 옆에 붙어서 그냥 받아먹을 수 있게만 해줘도 결국은 본인 스스로 씹어 삼켜야 한다. 생각하고 움직이는 능동적인 수준의 학습과 행위는 하지 않더라도 '시킨대로 하는' 기계적인 수준으로라도 움직이긴 해야 한다는 거다.

즉, 정시는 돈을 아무리 쳐 발라도 안하는 놈은 결국 성적이 안 오르거나 아주 미미하게 오르기 때문에 위 명제에 아주 크게 위반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이들이 정당하게 입시를 치를 수 있는 방법은 정시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수시가 점차 확대되던 2010년 부터, 대입이 완전히 수시 위주로 자리 잡던 2015년 까지도 바뀌지 않은 사견이다.)

다만, 정시가 확대되면 수시로 돈 '만' 쳐발라서 대학가는 경우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뿐, 정시로 인해 모든 이들이 공정하게 대학을 간다는 뜻이 아니다. 그리고 현재 시행 중인 수능이 완전히 공평하고, 형평성에 맞고, 공정하고, 변별력 있는 시험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천천히 제도가 바뀌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며, 얼마 후에는 당연히 그리 될 것이다.
-

앞서 말한 공정함의 의미는, 마땅히 가야할 학생이 갈만한 곳에 가는 것을 의미한다.

수능이 시행된지 어언 26년. 그 중 14년인 2006년도 수능부터 2020년도 올해 수능까지 입시판에서 살았다. 대학생이던 시절부터 전문 지도자가 된 지금까지 가르친 학생도 꽤 많았는데, 안타깝지만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 굳이 대학을 가야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꽤 있었다. 그럼에도 학부모, 학생 너나 할 것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학 문을 뚫어보려 안간힘을 쓰는 세태가 참 안타깝다.

비록 사교육으로 빌어먹고 사는 입장이지만 굳이 모든 이들에게 대학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 싶다.

대학이 대학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린지는 꽤 됐다. 취업사관학교? 이젠 그마저도 되면 감지덕지다. 굳이 따지자면 졸업장은 면허보다는 자격증 수준에 가까워졌다. 현실이 이러니 중요한건 문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문을 넘은 후다. 공부를 할거라면 수학능력, 그게 아니라면 진학한 후의 삶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대학의 의미가 더 강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 학생, 사교육 종사자들이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거의 영향이 없는 학생들로 하여금 어떻게든 대학에 보내(보)려고 수시 안의 수 만 가지 방법을 찾아낸다. 입학 후는 학부모, 본인, 사교육 종사자들 모두 일단은 모르겠다 이거지. 이게 과연 옳은가?

교육을 진심으로, 깊게 생각한다면 학생들의 삶을 먼저 생각 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부라면, 의미없는 대입이라는 분위기 고작 분위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사지로 내몰리는 학생들을 구원할 방법을 고민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이제 와서 정시를 확대하는 방책은 '굳이 돈 들여서 대학 가지마라' 라는 의도가 녹아있지 않을까. 그러니 굳이 비싼 돈, 시간 들여서 면허에도 못 미치는 자격증 따지 말고 장사하고, 해외 나가서 취업하고, 일하는게 이득이다. 정도의 의도가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정시확대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꿈과 직업은 어떻게 다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