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끝에서
너무도 긴 시간을 아파했다.
그럴리가 없다며 부정하고
그럴 수가 있냐며 분노하고
아닐거라며 협상을 시도하고
그 모든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후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우울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종종, 그 사실을 이제는 받아 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내 며칠 지나지 않아 오만이었음을 온몸으로 견뎌야했다. 그럴 때마다 다시 부정하고, 분노했다. 끝도 없는 추락은 임계치가 없었다.
대체 얼마나 지난걸까.
빛 한 줌 없는 이 곳에서 대체 얼마동안이나 떨어졌던걸까.
얼마 전, 마침내 일말의 빛이 새어들어왔다.
아니지, 이게 아니다.
단지 눈만이라도 떠보려고 발버둥을 쳤다.
드디어 눈을 뜨고 간신히 고개만 쳐 들어 바라본 이곳은, 난생 처음보는 곳.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정말 너무도 많은 것이 달라져있다.
나조차도 이젠 내가 아니다.
그리고 이제는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그렇게 되어 버린거라고.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