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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꿀꿀 Oct 09. 2022

우리 엄마는 샤넬백보다 니스의 돌멩이를 더 좋아할거야

대신 동글동글한 돌멩이여야해, 최대한.

-뭐야, 황금빛 모래사장 어딨어!

니스해변에 도착한 우리는 니스해변을 보고 실망의 탄식을 내뱉었다. 니스해변이라 하면 황금빛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내리쬐는 햇빛을 상상했는데.

현실은 돌멩이들만 잔뜩있는 자갈밭이었다.

-어쩔수 없지 뭐. 와인이나 꺼내자고.

우리는 동네 작은 마트에서 사온 와인을 에코백에서 꺼낸다. 병당 약 3천원짜리 와인이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답게 동네 마트에는 3-4천원짜리 와인들이 널려 있었는데, 와인잔 가격보다 와인값이 더 싸서 와인잔을 사느니 각 1병씩 병나발을 불어보자며 각 1병씩 사온 와인들이다.

와인은 잘 모르지만 화이트 와인은 언제나 맛있으니까. 로제와인은 햇빛에 비치면 색이 예쁘니까. 각각의 이유로 고른 와인을 따서 바다를 배경으로 마신다.

-아, 살 것 같네.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 엉덩이에 깔고 앉은 울퉁불퉁한 자갈밭은 뜨끈뜨끈했고, 9월의 햇빛은 여전히 따뜻했고 바람은 살짝 서늘했으며 파도는 거셌다. 어찌나 파도가 거센지 파도의 부스러기가 얼굴에 튄다. 시원하다.

니스의 파도는 정말이지 거세다. 니스에서 튜브를 끼지 않고 들어가면  바다 미아가 된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를 알겠다. 자갈들이 유난히 동글동글한 이유도 알겠다. 파도가 너무 험해서 맨몸의 사람도 돌멩이도 도저히 가만두지를 않는 것이다.그래도 사람들은 기어코 맨몸으로 들어가서는 머리만 빼꼼 내놓고 수영을 한다. 인간들은 어떤 존재인지. 무슨 용기로 저렇게 거센 파도를 뚫고 들어가는거야. 돌멩이들처럼 동글동글해지고 싶은가보지? 나의 의문과 상관없이 수영하는 사람들은 평화롭게 물장구를 치고 있다.

겁많은 나는 그저 파도의 가장자리에 앉아서 파도를 느껴보는 것에 그쳐본다. 파도가 거세게 밀려올때마다 정신이 번쩍번쩍 든다. 이러다 내 모서리마저 온통 다 깎여버릴것 같다.

햇빛 아래에 누운 친구 배위에 돌탑을 쌓아본다. 돌탑을 쌓고 친구에게 소원을 빌으라고 재촉했다. 웃는 친구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돌탑이 무너진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웃으며 그런 소원을 빌었다.

-이 여행이 무사히 마치게 해주세요.

시시하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건 우리의 안위니까. 저렇게 거센 파도가 치니까. 위험하니까. 난 내가 이렇게 겁이 많은 사람인줄 여행와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는 동글동글한 돌멩이를 줍기 시작했다. 엄마생각이 나서. 엄마는 해변에 놀러가면 거기서 가장 동글동글한 돌멩이를 줍는게 좋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니 친구는 이야기한다.

-엄마는 돌멩이말고 샤넬백이 더 좋으실텐데.

나는 깔깔 웃는다. 그렇긴 하지. 그리고는 생각한다. 그래도 우리 엄만 분명 좋아할거야. 샤넬백은 한국에서도 볼수 있지만 니스의 돌멩이는 니스에서만 볼수 있으니까 우리 엄마는 분명 보고 싶을거라구. 친구는 날 놀리면서도 돌멩이 몇개만 달라고, 사실 자기도 돌멩이 주워오는걸 좋아한다고 털어놓는다. 그럼 그렇지! 너도 좋아하지!? 나는 의기양양하게 동그란 돌멩이 6개를 골라 친구에게 주고는 엄마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엄마, 엄마주려고 니스바다에서 돌멩이주웠어. 엄마 돌멩이줍는거 좋아하잖아. 예쁘지?

엄마에게 답변이 왔다.

-응, 예쁘네.

나중에 듣기로는 엄마가 이제부턴 바다가면 돌멩이 그만 줍고 보석사는걸 좋아한다고 말해야지, 이러다 애들이 좋은데 가서도 엄마 선물로 돌멩이만 주워오겠네, 그랬다면서 웃으셨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보석을 받아들듯이 돌멩이들을 받아들고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정말 동그랗다고, 거기엔 이런 돌멩이가 많으냐고, 예쁘다고 감탄했다. 나는 엄마, 니스는 파도가 얼마나 센지 이렇게 동그란 돌멩이들이 쫙 깔렸다니까, 거기에 나도 들어가봤는데 파도가 얼마나 센지 찰싹찰싹 아프더라니까, 하고 무용담을 늘어놓듯이 니스 파도의 힘을 조잘조잘 이야기한다. 엄마는 어린 아이의 모험담을 들어주듯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끄덕끄덕 한다. 그저 돌멩이 몇개로 엄마와 이런 순간을, 니스 해변의 한 장면을 이렇게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다니. 역시 돌멩이를 주워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음엔 열심히 벌어서 샤넬도 사올게 엄마.

집에 가는 길에는 3천원짜리 머랭쿠키를 샀다. 내 얼굴만한 머랭쿠키를 3천원에 먹을 수 있다니.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입을 한껏 벌려 머랭쿠키를 와작 먹는다. 적당히 달콤하고 적당히 바삭한 머랭쿠키가 입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륵 녹는다. 이렇게 크게 머랭을 구우려면 비린내가 나거나 속이 안 익기 마련인데 이렇게 알차게 맛있고 바삭하다니. 이런 머랭쿠키를 3천원에 먹을 수 있다니. 또 감탄하니 친구가 그렇게 좋냐고 물어본다.

-응. 나 니스 진짜 좋다. 내일 또 사먹을래.

내일은 이 머랭쿠키를 사먹는 것 말고 또 뭘하지? 바다에 가서 누워있어야겠네. 그것말고는? 아,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아무것도 할게 없다.

너무 좋다, 니스.
와인이랑 머랭쿠키 먹기,돌멩이 줍기 말고는
아무것도 할게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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