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열매는 작지만 달콤해
발리 우붓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전자책을 내고 출판사신고를 한지 한달이 지난 날이자, 세계여행을 떠나와 발리에서 지낸지 2주가 된 날이다.
교사직을 그만둔 뒤로 3개월의 시간동안 참 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나는 지금, 버스를 타고 패딩에 파묻혀 출근하던 작년 이맘때쯤엔 도저히 상상치도 못했던 하루하루를 발리에서 보내고 있다.
글쓰기와 세계여행을 할거라고, 행복을 더이상 미루지 말자고 마음먹기는 했지만 정말 이렇게 실현될 줄이야. 게다가 글쓰기로 벌어들인 첫 수익을 정산하는 기념비적인 날이 다가왔다.
전자책은 한달간 90권이 팔렸고, 매출은 126만원. 그리고 수수료등을 떼자 8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 통장에 들어왔다. 교사때 받던 월급의 반도 안되는 돈이라 누군가는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사때 매번 돌아오던 월급날보다 몇배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일로 돈을 벌었다. 그것도 여행중에 수익이 입금되다니! 노마드 워커로서의 첫 발걸음을 뗀 것만 같아 이렇게도 뿌듯할 수가 없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아주 조금이나마 움직이기 시작한 느낌이다.
수익이 정산된 뒤 내가 제일 먼저 돈을 쓴 곳은 바로 ‘곧장기부‘사이트였다. 매달 수입이 일정치도 않은 여행자처지에 무슨 기부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나는 스무살때부터 꾸준히 월마다 기부를 하는 중에있다. 아주 돈에 쪼들릴때도 언제나 신기하게 기부할 돈만큼은 통장에 남아있는걸 자주 경험해서 그런지, 일단 나눔을 하기로 마음먹으면 그만큼의 돈은 생기는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증거는 없고 그냥 느낌일뿐이지만.) 더군다나 이 전자책은 예비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구매자분들의 돈을 일정부분 가치있게 쓰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무슨 대단한 신념까진 아니라도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자고 다짐한 내게 있어 나눔은 또한 마찬가지 개념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내가 기부를 한 곳은 sk재단에서 운영하는 곧장기부라는 사이트. 각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의 간식이나 학용품등을 장바구니에 넣어놓으면 기부자들이 돈을 넣고, 모금액이 채워지면 물품이 바로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순수익의 10%를 기부했다. 큰 기부금액은 아니지만 가슴이 한껏 벅차오른다.내가 작게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 다음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곧장 우붓의 비자연장센터로 달려갔다. 이 돈이면, 우붓에서 조금 더 지낼 수 있어!
세계여행을 떠나오며 대륙별로 경비를 정해놓고, 경비를 다 쓰면 다음 대륙으로 넘어가기로 스스로 약속한 나였다. 그렇지만서도 우붓을 떠나려니 마치 누가 몇년사귄 남자친구와 강제로 이별이라도 시키는 것처럼 슬펐던 것이다.
-내가 왜 우붓과 헤어져야하지? 난 우붓을 사랑한다고!
다음 행선지의 티켓 결제창을 차마 넘기지 못하고 울적해하던 나는 수익이 생기자마자 결국 비자를 연장하러 달려가게 된 것이다. 이렇게 나는 총 두달을 사랑하는 발리에서 지낼 수 있게되었다.
비자를 연장하고 나오며 나는 더없는 행복감을 느꼈다. 길거리에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람들! 저 좀 보세요! 저 제가 하고싶은 일로 처음으로 돈을 벌었어요! 그리고 저, 발리에서 한달 더 지낼거에요!
비실비실 참을 수 없이 흘러나오는 미소를 지으며 나는 좋아하는 카페로 달려갔다. 그 사랑스러운 비건카페의 계단에는 언제나 진노랑빛의 꽃으로 문구가 써져있다. 어느 날은 ‘Heaven is here right now(천국은 지금 여기에)’ 이라고 써져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했고, ‘Peace is in your every step(평화가 걸음마다 있기를)‘ 이라고 써져있어 계단을 서성이며 사진을 찍게 만들기도 했다. 그날도 노란 꽃들이 날 반겼다.
‘Own your power(당신만의 힘을 가지세요)‘
나는 또한번 느꼈다. 우붓에 오게 된건 역시나 운명이라고!
오늘을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직장인들에 비해 보잘것 없는 수익에, 기부계의 큰손들을 생각하면 우스운 기부금액일지 몰라도 마음만큼은 기부재단을 만든 빌게이츠라도 된 것 마냥 더없이 풍족한 날이다. 전자책출판사로 얻은 첫수익은 내게 나눔의 기쁨도, 사사로운 행복도 충족시켜주었지만 내가 얻은 그 무엇보다도 값진 것은 바로 용기와 자신감이다. 이 넓은 세상에서 어쩌면 내 힘으로 잘 살아나갈 수도 있겠다는 용기이자, 내가 쏟아부은 노력은 비록 그것이 보이지 않는 무형물의 것일지라도 성과가 나올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소중한 마음들을 안고 나는 앞으로도 나만의 힘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