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요나의 건강한 정원에서 배운 것
발리의 조용한 해안가 지역인 아메드를 여행하던 중이었다. 며칠간을 눈뜨자마자 이곳저곳의 바다를 찾아다니며 스노쿨링을 하고 바이크를 타고 오가던 중 발견한 곳은 Aiona Garden Of Health. ‘아이요나의 건강한 정원’이라니. 영화제목도 이보다 평화로울수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곳에서는 요가클래스와 조개박물관을 운영하고, 건강식을 파는 식당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고 써있다. 호기심에 요가를 배워봐야겠다며 곧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푸릇푸릇한 정원을 따라 작은 길이 나있다.
정원은 바람소리와 새소리만 들리고 아무도 없이 조용했다. 작은 방갈로에 들어서니 폭신한 의자에서 고양이가 새근새근 잠들어있다. 인기척을 내며 잠시 앉아있으려니 머리를 곱게 넘긴 곧은 자세의 할머니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걸어왔다. 그 미소를 보자 여기에서 요가를 배우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클래스에 등록하는 종이를 쓰며 수제 콤부차도 한잔 주문했다. 로젤라 콤부차에선 시원하고 새콤한 베리향이 난다.
다음날 아침 요가클래스를 들으러 오자 역시나 아이요나의 건강한 정원은 아무도 없었다. 조금 기다리니 금발의 머리를 하나로 묶은 수강생한명이 은은한 미소를 띄며 앉아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클래스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일에서 두달 휴가를 받아 발리에 왔다는 줄리아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내게 요가를 종종 했는지 물어왔다. 나는 한국에서 몇번, 우붓에서 몇번 했지만 잘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줄리아는 조용한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오, 요가에서 잘하고 못하고는 없어요.
요가는 그냥 요가인걸요.
어쩐지 자신감이 생긴다. 다른 운동과 달리 요가의 핵심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그냥 하면 되는거지 잘하고 못하고가 어딨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줄리아와 나는 정원 속으로 걸어들어가 바다가 보이는 한 방갈로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할머니 선생님은 명상과 함께 요가수업을 시작했다. 선생님은 파도소리를 듣고, 공기를 느끼고, 흘러가는 감정을 바라보라고 했다. 이때까지 요가는 다리를 유연하게 쫙쫙 찢고, 동작을 정확하게 해내는 그런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이런게 요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몸을 움직였다. 수업이 끝나갈때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우리 몸의 기능은 단지 무언가를 계산하고,
돈을벌기위해 일을 하는데에 있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건 노래하고, 춤추고, 웃는것이에요.
그렇게 우리는 요가가 끝난 후 처음 만난사이에 함께 노래했고, 함께 손을 펼치며 춤을 췄다. 민망해서 절로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언제 남들과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보았나 생각해보니 역시나 아득하다.
수업이 끝나고는 팬케이크와 망고주스를 시켰다. 선생님은 직접 요리한 팬케잌을 내어다주며 꽃도 먹을 수 있는 꽃이고, 망고주스는 정원의 망고나무에서 망고를 따서 만들었다고 했다. 정원에 앉아 싱싱한 향이 나는 망고주스를 한모금 들이키자니 마음이 착 가라앉아 잔잔한 물결처럼 느껴졌다. 이런 정원을 하나 만들어 요가를 가르치며 살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간 꼭 그러리라고 다짐하며 팬케잌 한조각을 입에 넣었다.
아, 발리에 평생 살고싶다. 내일 아침에 여기 또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