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 넓은 세상에 나 하나 숨쉴공간 없으랴!
얼마 전 천국같은 스미냑해변에 다녀오며 1시간동안 발리의 시골길 곳곳을 바이크를 타고 달렸다. 그 풍경들을 지나며 여기에서 만난 인도네시아인 친구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여기 사람들 평균 월급이 30만원이고 많아야 60만원정도야. 여기에선 한달 생활비 30-50만원정도면 공동수영장과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에서
바이크를 몰며 살 수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월급을 연봉으로 번다니! 지구는 귀여울만큼 동글동글한데 그 위를 대부분 덮고 있는 자본주의는 어찌 이리 무섭도록 삐죽빼죽한걸까? 한국 사람들이 받는 월급이라면 여기서 왕처럼 살수 있겠어. 교사시절 매일 쥐꼬리 월급이라며 투덜대던 내 모습이 떠올라 어쩐지 겸연쩍다. 분명 한국에선 먹고살기 팍팍했던 것 같은데 그 돈이면 이곳의 로컬 지역에서는 먹고싶은것 다먹어가며 귀족마냥 살 수 있을 것이다. 사람사는게 뭔지.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내 삶하나 건사하기 힘들어 애도 안낳는데 여기는 눈에 보이는게 전부 아이들이다. 심지어 아이들은 잔디가 있는 마당에서 강아지와 뛰어놀고 비오는날엔 논밭의 옆 길가를 맨발로 비를 맞으며 꺄르르대며 거닐고 논다. 어째 이 곳의 삶이 더 행복해보인다.
문득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여기와서 살면 행복하지 않을까? 유튜브와 전자책출판사와 글과 그림을 꾸준히하다보면 그래도 한달에 50정도는 벌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이곳에 와서 주말엔 천국같은 스미냑바다로 달려가서 옥수수도 먹고, 평일엔 우붓에서 요가도 하고 하고싶은 창작도 하며 우붓에서 지내는거지. 오히려 그게 더 행복할 것 같은데? 틀림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어!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비자라던지 하는 현실적인 걸림돌이 있을 것 같지만, 나는 원래 이민절차고 비자문제고 그런걸 먼저 생각하는 현실적인 인간이 아니다. (그랬다면 그렇게 다 때려치우고 여기에 오지도 않았겠지만.)
여러가지 망상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덜컹거리던 바이크가 멈추고 내가 지내는 숙소 앞에 다다랐다. 당장 타고 온 그랩 오토바이도 1시간을 달렸는데 6800원이었다. 우리나라 최저시급도 안되는 요금이라니. 200원 거스름돈은 안줘도 된다고 하니 기사님의 얼굴이 단박에 환해지며 땡큐, 를 외친다. 숙소가 있는 골목으로 걸어들어왔다. 아니면 에어비앤비도 괜찮지 않을까? 에어비앤비를 차려서 마당에서는 요가를 가르치고, 한국인들에게 라면도 끓여주고, 강아지가 뛰어노는 그런 평화로운 에어비앤비 말이지. 이런 게스트하우스 하나도 서울 아파트값에 비하면 아마 발톱정도도 하지 않을 것이다.
숙소 발코니에 걸터 앉아 푸른 잔디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보니 문득 먹고 살길 많네 뭐, 너무 걱정하지 말자,는 말이 툭 나왔다. 요즘 아무리 행복하다고 해도 이따금씩 여행이 끝난 뒤 무얼 먹고 사려나 하는 불안이 밀려올때가 있었는데, 아무렴 내 몸 하나 먹고살데 없을까 하는 결론에 이르른 것이다. 엄마가 만석 주차장에 갈때마다 습관처럼 하시던 이야기도 생각났다.
아무리 빽빽한 주차장도 돌고 돌다보면
내 차 하나 들어갈데는 있어.
그러면 정말 어김없이 우리의 차를 세울데가 어디엔가는 있었다. 공간이 부족하면 옆 주차장으로 옮겨서라도 말이다.
그래, 돌고 돌다보면 이 넓은 세상에 나하나 숨쉴 공간 없으랴! 주차장이 너무 빽빽하면 옆 주차장으로 옮겨도 보고, 그도 아니라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들판으로 달려나가면 될 일이다. 그저 현재를 즐기자고, 너무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일어나 신발을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