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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꿀꿀 Jan 10. 2020

직장 동료에게 삶은 달걀을 던지는 사람들

유치원에 다시 다녀야 할 것 같은 어른들

지난 12월, 한 국회의원이 유아 현장체험비 관련 예산을 삭감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며 눈물 흘리고 무릎까지 꿇은 장학관에게 삶은 달걀을 던진 사건이 있었다. 이외에도 일부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교육청 간부와 직원들에게 휴대전화를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미모가 곱다며 성희롱을 했다고 한다.

지난 4월, 일부 공립유치원 원감의 막말이 뉴스 기사로 보도된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더랬다. 유치원의 조직문화는 슬프게도 전반적으로 수직적이며 교사들의 의견이 자유롭게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처음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라고, 교육청의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절망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갑질의 뿌리를 캐고 올라갔더니 실은 뿌리가 아니라 토양 전체가 썩어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 이루 말할 수 없이 절망적이다.

출처-통계청 공식 블로그

 이외에도 대한항공 회항사건    전부터 여러 가지 굵직한 갑질 사건들은 끊임없이 있어왔다.  신문사의 갑질 특집기획에서만 무려 114개의 기사를 발견할  있으며, 직장인의 90% 갑질을 경험해보았다는 통계(사람인, 2016), 직장인의 73.3% 직장  괴롭힘을 경험해봤다는 통계(국가인권위원회, 2017 직장  괴롭힘 실태조사 조사 결과)도 있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전체가 갑질 문화와 직장  괴롭힘으로 인해 병들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리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다고 해도, 미래를 바꿔나갈 수 있는 아이들을 러내는 조직만큼은 건강해야 한다. 교실도 하나의 작은 조직이며, 교사들은 교실이라는 조직에서 가장 권력자의 위치에 서기 마련이다. 교사들은 민주적으로 교실을 운영하며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민주적인 교실에서 존중과 배려를 경험하며 자라난 아이들이 더욱 바른 인성을 가지고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커나갈 수 있다. 그러나 수직적인 교직문화 속에서 갑질을 당하며 일하는 교사가 민주적인 교실을 만들어나가기란 어려울 것이다. 과연 유치원의 교직문화는 평등하고 융통성 있고 민주적인가. 아마도 위의 통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할 것
다른 사람을 배려하여 행동할 것
다른 사람의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보고 말할 것
동생반의 동생들에게 친절히 대할 것
친구와 어른께 예의 바르게 행동할 것

3월, 학기 초에 배우는 아주 기본적인 유치원 생활수칙이다. 5,6,7세 유아들이 배우는 간단하고도 진리 같은 이 규칙을 어른들이 못 지키면 어쩌자는 건가. 유치원에는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 다시 다녀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어른들이 부끄러운 모습들을 보이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남을 업신여기지 말 것과 존중과 배려를 가르친다고 해서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드는 요즘이다. 한 가지 희망은 이제는 갑질을 문제로 여기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대하는 인식과 용기 있는 고발자들, 갑질 하지 말자는 자성의 목소리와 갑질신고센터 운영,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등의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출처-통계청 공식 블로그

위에서 급한 사건에서도 서울시 교육감이 시의회 교육위원장에게 사과를 요청하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당부의 말을 전한다며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과연 사과는 제대로 했을지는 의문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사과하는 법 또한 유치원에 와서 배워가야 할 것다.

이러나저러나, 희망을 가지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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