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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Nov 10. 2016

코가 뜯어지거나 찢어지거나 헐 것 같은 당신에게 바친다

지지직 / 비염으로 고생 고생하다가 약국에서 털어온 4가지 아이템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환절기다. 싫다. 코가 아프다. 맑은 콧물이 죽죽 난다. 이윽고 막혀서 숨이 안 쉬어진다. 그러다 콧물이 또 줄줄 난다. 코를 푼다. 휴지를 축낸다. 코가 헌다. 환장. 아프다. 화장도 잘 안 먹는다. 기껏 화장해도 코만 빨갛다. 몰골이 숭악하다. 짜증이 난다. 프로 비염러에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 계절은 매우 '나쁜 계절'이다. 그래서 약국과 온라인 쇼핑몰을 방황하다가 구입한 게 이 네 가지 아이템. 왼쪽부터 브리드 라이트 나잘 스트립, 지르텍, 코앤 나잘 스프레이, 코앤쿨 나잘 스프레이. 약값으로 쓰는 돈은 지각하고 출근할 때 허공으로 날리는 택시비만큼이나 아깝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게 없으면 죽을 것 같은데. 비염도 정신력 문제인데 코 좀 몇 번 풀면 되지 종일 훌쩍거리냐 나약한 놈 같으니... 는 무슨 이거 진짜 비염 앓아봐야 앎... 이게 단순히 코를 풀어서 끝나는 게 아님... 마르지 않는 샘 같음... 윽 더러움... 그래도 밑에 혐짤 없음... 계속 풀다 보면 뇌까지 풀려 나올 기세임... 으앙 쥬금... 그리고 다시 코막힘이 시작되는 악순환의 데스티니...

먼저 큰 설명이 필요 없는 지르텍. 먹으면 잠이 오는 지르텍. 콧물과 코막힘, 재채기와 가려움에는 이만한 게 없는 지르텍. 괜히 세계인이 선택한 약이 아니다. 하지만 주변 비염 환자 중에는 지르텍이 안 맞아서 복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세티리진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인데, 연관 검색어가 부작용이었다. 주로 졸음 관련 부작용. 이 약을 수면제 효과를 누리고자 먹는 사람도 있다는데 약물 오남용 오우 노우.

어릴 때 관광지나 놀이동산에 가면 쌀알에 글씨를 써서 파는 목걸이가 있었는데 지르텍을 보면 그 쌀알이 떠오른다. 쌀알 목걸이도 쌀알에 글씨 몇 자 썼을 뿐인데 비쌌다. 지르텍도 그렇다. 예전보다 가격이 올랐는지 원래 이랬는지는 모르겠는데 5000원에 샀다. 얼마 전 이지엔식스를 3500원에 샀는데 괜히 더 비싸 보이잖아. 요만한 게 몸에 잘 들을까 싶을 정도로 작지만 효과는 꽤 있는 편. 대신 졸리다. 원래 자기 전에 먹는 게 좋은데 뒤늦게 사는 바람에 일과 중에 먹게 됐다. 사무실에서 질질 울고 짜면서 코를 흘릴 것이냐 야무지게 졸리고 말 것이냐를 고민하다가 후자를 택했는데 먹고 난 뒤에 기분 탓인지 세상에서 제일 졸린 사람이 되었다. 그날 이 구역 세.젤.졸은 나였지. 그래도 자진 않았/못했다. 직장인 타이틀의 무게감이란. 

이것은 코앤. 건조한 코를 촉촉하게 해준다는 나잘 스프레이다. 비슷한 스타일로 코를 씻어낼 수 있는 피지오머를 유용하게 썼는데 다 쓰고 보니 아무 약국에서나 파는 물건이 아니었다. 인간이 조립식이라면 지금 당장 코부터 뜯어서 솔로 북북 씻어서 건조 후 재조립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콧속을 씻어낼 아이템이 절실했다. 약국에 갔는데 피지오머라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코에 이렇게 물처럼 칙칙 쏘는 스프레이"를 달라며 약사님에게 스무고개 파티를 열었더니 한참을 갸우뚱하다 "코? 물? 칙칙? 아아 피지오머, 그런데 우리 약국엔 없어요. 대신 이걸 써봐요"라며 주신 게 코앤. 피지오머보다 훨씬 작아 휴대하기 좋다. 원리는 똑같다. 코에 물대포 쏴서 씻어내기. 

1일 3회 물대포로 비염러들은 광명을 찾을 수 있다. 이건 오트리빈처럼 칙! 뿌리자마자 캬아아아! 광명! 이런 제품이 아니라 코 안을 씻어내서 보습과 보호 작용을 해주는 제품이니 화끈한 효과를 원한다면 비추천. 하지만 아래에 설명할 화끈한 친구는 약사님이 자주 쓰는 게 좋지 않다고 해서 이걸 더 애용하고 있다. 잘만 쓰면 보약이다.

뚜껑 열고, 조준, 분사 2회 실시! 췩! 췩! 참고로 분사 후에 물이 질질 흘러나오니 험한 꼴 보이지 않으려면 꼭 화장실에 가서 사람들 없을 때 하자. 그리고 잘 알겠지만 먼저 코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풀고 나서 뿌려야 한다. 이걸 안 하고 뿌리는 사람도 있던데 그러면 화분 선물 받아서 포장 안 벗기고 물 주는 사람처럼 코가 아닌 콧물에 물 주는 것밖에 안된다. 물에 물을 줘서 뭘 어쩔 텐가.

화끈한 이 친구는 코앤과 아주 흡사하게 생긴 코앤쿨. 하지만 쿨이라는 단어에서 보듯 느낌도 효과도 완전히 다르다. 이건 코 막힌 걸 뚫어주는 스프레이라고 보면 된다. 즉 코가 막혔을 때 쓰면 된다. 안 막혔을 때 쓰면 코안에 물파스를 바른 듯 지옥도가 펼쳐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뚜껑 색 말고는 코앤과 다른 점이 없어서 잘못 뿌리면 정신이 아찔할 수 있으니 꼭 일발 장전하기 전에 코앤인지 코앤쿨인지 확인하자. 코감기나 급성 비염, 알레르기성 비염, 부비동염 등으로 인한 코막힘이나 콧물, 재채기, 머리 무거움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쓰면 된다. 가격은 코앤과 코앤쿨이 각각 1만 원. 약국에 가서 비염 때문에 죽을 것 같다고 하니 두 제품을 추천해 주셔서 돈을 드...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니 필요 없어!라고 하지는 않으셨고 다만 "음 그런데 둘 다 사려고요? 비싸서... 각각 1만 원씩이에요"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다이소에서 1천 원짜리 쓸데없고 좋은 것 20개를 사서 사치할 수 있는 액수에 행거(행복한 거지)는 살짝 주춤했지만 이윽고 "그래도 한밤중에 코 막혀서 질질 짜며 휴지 파티하는 것보다는 예비용으로라도 가지고 있는 게 낫겠어요. 둘 다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약사님의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 

얘도 이렇게 코 깊숙이 넣고 쏴주면 된다. 물파스를 물에 연하게 타서 쏜 것 같은 화한 느낌과 함께 조금 기다리면 코가 뚫린다. 효과가 꽤 좋아서 자주 뿌리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제품이다. 약사님도 너무 자주 쓰면 역효과로 코가 막힐 수 있으니 아주 심하게 코가 막혔을 때만 쓰라고 하셨다. 명심하겠습니다.

마지막은 은근히 중급 비염러들도 잘 모르던 제품인 브리드라이트다. 보이는 것처럼 12개가 들어있는 1팩이 6000원대. 민감성 피부용은 투명하고, 안민 감성 피부용은 살색이다. 온라인으로 산 거라서 지레 겁먹고 민감성 피부용으로 샀다. 일과 중에 붙이고 있는다는 후기도 있던데 나는 잘 때만 쓸 거니까. 코막힘 개선 때문에 산 건데 검색해보니 코골이 방지를 위해 쓰는 사람도 많았고, 수면 카페 등에서도 꽤 유명한 제품이었다. 양압기 같은 의료기기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전에 가격이 부담스러워 이런 제품으로 증상 개선이 가능한지 궁금해하는 사람들, 혹은 약한 코골이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올려놓은 문의글과 후기가 많았다.

숨이 편해야 잠도 편하다. 암요. 맞는 말입니다요. 당연한 이야기에 소인 감동받아서 콧물이 다 납니다요.

착용법은 어렵지 않다. 대일밴드 붙이듯 라이너를 제거하고 코에 부착해주면 된다. 피부가 아주 예민한 편이 아니라 자는 내내 코에 뭔가를 붙이고 있는다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는데, 피부가 예민하거나 뭔가를 붙였다가 떼면 두드러기가 생기는 등 쿠크다스처럼 연약하다면 사용 전에 고심하길 바란다. 이걸 쓰고 안 좋았던 건 자고 일어나서 콧등이 살짝 끈적끈적해서 좀 열심히 닦아야 했던 것 빼고는 없었다. 

원리는 보다시피 콧볼과 콧등에 붙인 플라스틱은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그걸 테이프로 고정해두니 비강이 넓어지며 이홍렬이 되는 것... 아니 비강이 넓어지는 것. 막상 붙이면 육안으로는 그렇게 넓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바람길이 0.5mm만 넓어져도 차선 하나가 더 생긴 듯 소통이 원활해진다는 걸 이걸 쓰고 알았다. 


요즘 비염러의 일상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밤에 지르텍을 먹고 잔다. 자고 일어나서 코를 헤비메탈 밴드 멤버처럼 격렬하게 풀고 코앤 스프레이로 코 안을 씻어준다. 일과 중간 화장실에 갈 때도 코앤으로 코를 씻어내면 발작적인 재채기를 막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퇴근 후 집에 와서도 코가 막혀서 죽을 것 같으면 코앤쿨 스프레이로 뚫어준다. 이 과정은 코가 막혀있지 않으면 생략한다. 자기 전 브리드라이트를 코에 붙이고 양쪽 콧구멍으로 함께 숨을 쉬는 평범한 민간인의 삶이란 것은 이렇게 행복하구나를 되뇌며 잠이 든다. 


......다 좋은데 이런 거의 반 생필품화 된 아이템에는 돈을 되도록 안 쓰고 싶다. 좀 더 쓸 데 없는 사치품을 사야 충만하게 지른 느낌, 탕진잼의 느낌이 난단 말이다. 이 리뷰를 위해 3만 원을 넘게 썼다. (사실은 코 뚫는데 3만 원을 넘게 쓴 게 아까워 리뷰를 썼다.) 지금도 어디서 크리넥스 혹은 엠보싱 화장지와 킁킁대며 벌게진 눈과 코로 사투하고 있을 비염러들이여, 각자의 증상에 맞는 올바른 지름 하시길.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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