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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Nov 14. 2016

이야 다이어리를 사니 커피를 주네 인심 좋은 걸 하하하

지지직 / 스타벅스 2017 다이어리&할리스커피 2017 다이어리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왔어요 왔어. 가뜩이나 남들 탈세할 때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유리지갑 들고 부들부들하는 호구 같은 직장인들이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다이어리 값 두 배 이상의 커피를 마시고 다이어리를 공짜로 얻었다고 착각하게 하는 시즌이 왔어. 아 제 얘기입니다. 너무 발끈하지 마시죠. 그렇게 득템 한 스타벅스 2017 다이어리.

애초에 인기 컬러인 데다 증정용으로밖에 구할 수 없는 연핑크는 데일리 다이어리라서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블랙으로 교환해야지 싶었는데 옆에서 레드가 훨씬 예쁘다! 레드로 바꿀 거죠? 레드! 레드! 하는 바람에 팔랑귀 덤보답게 레드로 가져왔다. 지난 시즌에 재미 좀 봐서인지 올해도 몰스킨과의 컬래버레이션. 납작하고 특이하고 다이어리에 끼워서 들고 다니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막상 필기감은 별로 좋지 않은 몰스킨 특제 볼펜까지 끼워주는데 정가는 3만 2500원. 지난해에는 2만 7500원이었는데 볼펜 끼워주고 5000원가량 올랐다. 그냥 볼펜은 별매하면 안 되나요. 아 맞다 여기 문구점 아니고 커피숍이었지.

나만의 플래너를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팁이라지만 사실 별거 없다. 역시나 포장왕 스타벅스. 너네의 포장력이라면 산성비도 애시드 레이니 티라고 포장해서 팔 수 있을 것만 같아 존경과 리스펙트를 보낸다.

다이어리 안에 들어있는 커피 쿠폰은 진심 더 별거 없다. 700원 정도 더 내면 다른 곳에서 육개장 한 그릇도 사 먹을 수 있는 가격의 샌드위치를 사고 스타벅스를 즐기세요! VIA나 250g 원두나 오리가미를 사고 스타벅스를 즐기세요! 비 오는 날 스타벅스에서 친구에게 커피를 사주고 나도 한 잔 마시며 생색내세요! 어째 해가 갈수록 별로다.

2016년 12월부터 이용할 수 있다. 종이는 얇다. 어떤 펜을 써도 비친다. 이것 때문에 검색도 해봤는데 연필도 비치고 시그노 펜도 비치고 하이테크 펜도 비치고 모나미 볼펜도 비친다고. 그나마 최선이 색연필로 쓰는 거라는데 누가 회사에서 일정 기록할 때 색연필로 글씨 쓰느냐고. 그냥 올해도 더럽게 펜으로 써야겠다.

주간 일정, 옆에는 유선 노트. 늘 생각하지만 주말에 하는 일이 더 많은데(놀아야 함) 주말 일정 칸을 저렇게 반토막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분 탓인지 정말로 주말이 반토막난 것 같단 말이야.

그 뒤에는 무지 노트1이 있고,

다시 모눈종이 무지 노트2가 있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쓰는 주 고객층의 연령대와 직업을 마케팅팀이나 기획 부서에서 한 번 정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부분. 특별한 사람에게 선물할 때 사용해 보라는데 내 주변은 죄다 직장인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거 오리고 있을 여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눈 앞에서 다이어리 4개를 사 가던 사람도 직장인으로 보였는데 이걸 쓸 것 같지는 않았다. 차라리 커피 쿠폰을 한 장 더 넣어줘라.

소중한 사람에게 이걸로 엽서 안 쓸 거야! 나한테서 이 엽서를 받게 된다면 아 이 친구가 정말 다급한데 엽서 살 곳이 없었구나라고 너그러이 생각해주길 바란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러니까 그냥 이런 추억의 미스터 케이(Mr.K) 잡지 부록 같은 코너 말고 커피 쿠폰을 더 넣자 스타벅스야. 어차피 다이어리 사거나 얻을 정도의 사람들이면 다 스타벅스 호갱들이잖아. 응? 부탁하는 거야.

두께는 이 정도. 일기 쓸 사람이면 증정용인 데일리 다이어리를 고르는 게 나을 것이고, 적당히 일정 기록하고 메모할 거면 증정과 판매 모두 하고 있는 레드나 블랙 다이어리를 고르는 게 좋겠다. 참고로 17잔의 커피를 마셔야 다이어리를 얻을 수 있는데, 포털에서 검색해 보면 '투고 백이나 텀블러에 커피 여러 잔 담아가기' '에스프레소 9잔 한 번에 시켜서 큐브 얼음 만들기' 등의 싱크빅으로 한 번에 커피를 여러 잔 사서 다이어리를 후딱 득템 하는 이들이 있더라. 다이어리를 얼른 받고 싶어서 현기증이 난다거나, 커피를 엄청나게 자주 잘 챙겨 마신다거나, 스타벅스에서 제 돈 주고 다이어리를 사기는 싫다면 '에스프레소 9잔 다이어리'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보길 바란다. 검색도 귀찮은 이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에스프레소 여러 잔을 투고 백이나 텀블러에 담아 한꺼번에 구입한 후 집에 가서 얼음으로 얼려두고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두고두고 마시는 방법이다. 초기에 1+1 행사할 때 이 신세계를 접하고 나도 해볼까 고민하다가 얼리는 것도 일이고 냉장고 청소하는 게 더 귀찮아서 포기했다. 어차피 스트레스받으면 담배를 피우는 대신 커피를 마시니 금방 모을 수 있었고.

커피숍에서 다이어리 하나만 받으면 진정한 호갱 직장인이 아니다. (파워 당당) 이것은 할리스커피 2017 다이어리이다. 스타벅스의 17잔이라는 시작부터 포기하게 만드는 양과는 달리 7잔만 마시면 얻을 수 있어서 카페인 레벨이나 호갱 지수가 높지 않아도 쉽게 얻을 수 있다. 할리스커피도 시즌 메뉴(즉 더 비싼 메뉴) 두 가지를 사야 다이어리를 얻을 수 있는 건 스타벅스와 비슷한 부분이지만 이게 시즌 커피 1잔+시즌 케이크 1개여도 2개로 쳐주기 때문에 지난해에 맘이 급했던 난 막판에 케이크와 시즌 음료를 시켜 혼자 석션하고 다이어리를 얻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친구가 "너 다이어리 여러 개 받으면 다 쓰긴 해?"라고 했는데 시비 거는 건지 그냥 물어본 건지 몰라서 웃었다. 괜히 찔리게 하지 말라고!!!! 호구들의 만족감은 다 모은 데에서 끝난다고!!!!

할리스커피 다이어리는 고민하지 않고 그레이 컬러로 골랐다. 할리스커피도 한 2년 전부터 다이어리를 예쁘게 잘 뽑아내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스타벅스의 위용에 묻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다이어리도 쓰기 전부터 난관이 있었으니...

빨간 띠지를 버리라 하였느냐... 나는 아직 버릴 준비가 되지 않았다...

빨간 띠지가 포인트인데 없으니 그냥 평범한 가계부 같아져 버렸다. 슬프다.

지난해에 할리스커피 다이어리를 요긴하게 쓴 큰 이유 중 하나가 오른쪽에 있는 메모패드였다. 올해도 메모 패드가 있다. 시중에서 파는 메모패드를 끼워 넣어 써도 될 사이즈다.

할리스커피 다이어리도 2016년 12월부터 사용할 수 있다.

주말 반토막 내는 건 요즘 다이어리 트렌드인가 보죠?

뒤는 무지 노트다. 종이 질은 기대하면 안 된다. 그래도 볼펜 홀더가 있는 게 참 마음에 든다.

하 얘네 봐라. 얘네는 또 시즌제로 쿠폰을 준다. 일단 내년 겨울 아침에 할리스커피에서 모닝커피를 마신 후 봄에는 원두를 사면 커피를 받을 수 있고 여름에는 비 오는 날 음료 1+1 행사를 하며 겨울에는 케이크를 사면 커피를 준다고 한다. 그나마 '그냥 무료' 쿠폰이 하나 정도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정말 다들 쿠폰 혜택이 슬퍼지고 있다.

작지만 큰 차이. 이런 거 넣을 수 있는 부분 있는 거 좋다. 왼쪽의 다이어리는 마음에 드는 노트가 있으면 바꿔 끼워 넣을 수 있으니 좋은 다이어리 케이스를 득템 한다는 느낌으로 도전해본다면 괜찮을 것이다.

왼쪽은 스타벅스 2017 다이어리, 오른쪽은 할리스커피 2017 다이어리.

다들 커피숍의 상술이다, 그 가격에 그냥 다이어리를 사고 만다 말이 많은데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억지로 커피를 마시진 말고, (그냥 사는 게 훨씬 싸다.) 어차피 커피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직장인들에게 주어지는 소소한 사은품 정도로 여기며 천천히 모아 보는 건 어떨까. 이 와중에 난 또 스타벅스 프리퀀시 7개가 생겨서 고민 중이다. 10잔을 더 마실 것인가! 지금 20초 정도 고민하고 또 커피를 마시겠지... 그리고 다이어리가 또 생기겠지. 그리고 또 친구에게 한 소리 듣겠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직장인에게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고 풀 거리는 많지 않다. 프리퀀시 모아 다이어리 받기도 소소한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다. 적어도 내게는.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kooocompa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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