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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Nov 18. 2016

카지노에 안 가고 순식간에 2만원을 탕진할 방법이 있다

지지직 / 가챠샵 포켓몬스터&동물 가챠 피규어 뽑기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음모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렇다. 최근 사람들이 '닭'을 싫어하게 되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사 왔을 때부터 있던 집 주변 치킨집이 없어지더니 뜬금없이 가챠샵이 생겼다. 그리고 오랜만에 간 쇼핑몰 지하에 원래 있던 매장(기억이 나지 않는다)이 사라지고 가챠샵이 문을 연 것. 일반인 코스프레하는 덕후처럼 슬쩍 들어가 사장님께 언제 생긴 곳이냐고 물어보니 "한 달 됐어요. 아니다, 한 달 하고 15일 됐다."라며 굉장히 자세하게 말해주시는 게 아닌가. 이렇게 가게 문 연 날짜를 하루하루 세고 있는 사장님이라면 팔아 드리는 게 호지상정*. 그렇게 가챠샵에서 가챠 뽑기로 순식간에 2만 원 가까이 탕진했다. 진짜 리얼 트루 탕진잼이다. 그래서 오늘의 리뷰는 가챠샵 가챠 뽑기 리뷰.


*호지상정: 호구라면 보통 가질 수 있는 인정

덕후들은 보통 덕후스러운 용어를 일상용어인 줄 알고 막 쓰는데 가챠는 단언하건대 일상 용어는 아니다. 그러므로 친절한 부연 설명. ‘가챠 시스템’(Gacha System) 이란 게임에서 어떠한 아이템이 뽑힐지 알 수 없는 ‘랜덤박스’(Random Box) 아이템을 구입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만약 운이 좋다면 구매한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반면, 운이 나쁘다면 구매한 가격 대비 가치가 낮은 아이템을 획득할 가능성도 있다. 가챠 시스템의 ‘가챠’라는 용어는 일본의 캡슐 토이(Capsule Toy) 자동판매기 가샤폰(ガシャポン)과 동의어로 쓰이는 가챠폰(ガチャポン)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하 포털 사이트 지식백과 발췌.

너구나? (내 돈을 먹을) 8반 이쁜이가?

원한다면 먹여주도록 하지.

하나를 넣었는데 둘이 나오니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 그리고...(중간 과정 생략)

어라 이게 뭐지. 왜 정신 차려 보니 내 눈앞에 플라스틱 알들이 잔뜩 놓여있지. 난생 동물이라도 된 줄 알았네.

알을 사 왔으니 부화시키는 게 인지상정. 먼저 뽑은 건 동물 비즈니스맨의 하루 일과 가챠다.

저 토끼 씨(우사 상)가 너무 오전 11시 사무실의 나 같아서 뽑고 싶었는데 한 번에 뽑혀서 뿌듯했다.

그리고 썩 뽑고 싶지 않았던 밤 11시의 치와와 씨(치와와 상)도 뽑아버렸다. 이렇게 두 개를 뽑았는데 벌써 5000원 탕진잼. 각각 500원짜리를 5개나 먹어버리는 무서운 녀석들이다.

나: 선배 요청하신 자료 가져왔

선배: 드르렁

나: (부들부들)(들숨날숨)

다음엔 친구 프로필 사진 보고 귀여워서 탐나던 잠자는 포켓몬... 아니다 풀 네임이 포켓몬 잠꾸러기 친구들 컬렉션이구나. 그렇게 뽑은 포켓몬 잠꾸러기 친구들 컬렉션 가챠. 내가 도박(?) 할(?) 때 항상(?) 지키는 룰이 있는데 한 기계에서 세 번 이상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는 것. 그 때문에 딱 세 개째 뽑고 접었다. 그런데 난 늘 운이 좋지. 한 번에 모두 다른 걸 뽑았다.

알 색깔부터 모두 다른 게 다른 아이들을 뽑았다는 기운이 한껏 느껴지는구나.

아 귀엽다. 왼쪽부터 잠꾸러기 피카츄, 잠꾸러기 파이리, 잠꾸러기 꼬부기.

디테일이 상당하다.

잘 자는구나 요 요 잠꾸러기 녀석들...(호구 미소)

난 늘 뽑기 운이 좋은 편이었다. 정말로. 과거 오사카에서 세일러문 가챠 뽑기를 했는데 한 번에 모두 다른 친구들을 뽑아서 (세일러문을 두 개 뽑았지만 다른 버전이라 괜찮았음) 턱시도 가면 빼고 전원을 뽑은 적도 있다. 그리고 물론 잔고는 사망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속도감이 최고에 다다르면, 세상은 고요해지고 하나의 점 속으로 빨려 들어가... 하지만 저 소실점을 통과할 수는 없어... 다가갈수록 더 멀어지지... 로미... 아니 뽑기운아 넌 지금 어디에 있니... 벌써부터 같은 거 세 개 뽑은 진한 실패의 스멜이...

너무 충격받아서 사진도 흔들림. 참고로 이건 위의 잠꾸러기 포켓몬 친구들 가챠와 다른 종류다. 포켓몬 굿즈 데스크탑 컬렉션 매니아 컬렉션 가챠였다. 그런데 너는 왜 매니아를 배신하는 거지?

쓸모없는 잠자는 이브이 세 마리 득템. 메모지 홀더로 쓰라는데 그건 위의 포켓몬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다고. 너는 왜 잠꾸러기 포켓몬 시리즈에 들어있지 않고 여기 있는 거니. 길을 잃었니? 내가 게임이었으면 주저하지 않고 세 마리를 모았을 거다. 이브이는 각각 물 불 전기 속성으로 진화시킬 수 있거든*. 그런데 너희는 안되잖아? 이런 쓸모없이 귀엽기만 한 놈들...


*이브이는 세 종류로 진화시킬 수 있다. 불 속성의 부스터(Flareon) , 전기 속성의 쥬피썬더(Jolteon),  속성의 샤미드(Vaporeon).

쓸모없어...... 도토리같이 올망졸망하게 생겨가지고는...

좋아 자연스러웠어.

아이고 우리 이브이 친구~ 쌍둥이였어요?

Aㅏ............. 세 쌍둥이자나.......... 내가 송일국도 아니고...... 대한민국만세냐고........

엉엉엉엉. 그래도 귀엽긴 함. 잠꾸러기 포켓몬들의 베개로 써야겠다.

나: 저번에 말씀하신 대로 PPT를 만들어왔는데

일동: 드르렁

나: 하하 저기요? 왜 다들 자요?

일동: 드르렁 푸아

나:...... 지금까지 이 정도로 격렬한 분노를 느낀 적이 없었어.


그리고 부서는 멸망했다. <끝>



...... 이렇게 순식간에 30분도 안 되어 1만 7000원을 탕진했다. 3000원으로는 음료수를 사 먹었으므로 2만 원 쓴 걸로 치자. 강원랜드 카지노에서도 음료는 무제한으로 준단 말이야. 사실 1만 7000원으로 정직하게 쓰려니 제목 글자 수 제한이 있었다. 아무튼 당분간 가챠샵에는 가지 않아야지라는 교훈을 얻으며 이날의 턴을 종료한다. 사무실 모니터 위에 주르륵 도열해 놓고 싶은데 너무 덕후 냄새나려나.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kooocompa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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