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한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3만원이 안 나오다니 육이득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 경기 하남 PK마켓 부쳐스테이블

by 쿠컴퍼니

주차하기가 그야말로 헬이라는 스타필드 하남. 지인에게 익히 그 악명을 들었기에 자의로는 결코 그 불구덩이에 뛰어들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지방 갔다 오는 길에 들리게 됐다. 일요일 오후라서 인지 예상외로 10분 만에 주차 성공. 일단 이득인 부분이고요. 온 김에 저녁을 해결하리라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고기 덕후라면 좋아할 만한 '부쳐스테이블'이라는 곳이 있다고 해서 후다닥 뛰어갔다.

우리는 이 메뉴판을 노려볼 것이 아니라 맞은 편의 PK마트에서 선홍빛 고기를 노려봐야 한다. PK마트에서 어떤 고기를 고르느냐에 따라 그날 식사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식당 바로 옆에 정육 코너가 있다. 여기서 원하는 고기를 가져온다. 이후 고기 가격에 6000원을 더 내면 채소와 함께 구워준다.

세상에... 아름다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보면 지킬 박사가 실험실에서 시험관을 들고 부르는 넘버에 이런 대목이 있다. '영롱한 붉은 꽃, 내 맘을 유혹해. 이 어둠 속에서 내게 빛을 던지네.' 그러게 말입니다. 추파 쩔어.

그렇게 내 마음을 유혹하는 데 성공한 등심과 채끝살.

술이 없다. 아쉽다.

탐스러운 고기와 함께 채소들이 구워지고 있다.

두둥. 아름다운 채끝 스테이크다. 참고로 등심 스테이크 사진은 없다. 이거 찍는 데에도 인내심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고기를 앞에 두고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들 알 것이다.

내가 고른 고기가 15668원이었으니, 이 요리의 총가격은 여기에 6000원을 더한 21668원. (콜라는 2000원이다.) 가격도 사랑스럽다. 호주산 쇠고기 262g을 다른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로 먹었으면 절대 저 가격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집만 가까우면 식사 시간 피해서 매일 와서 구워 먹고 싶은데?

원하는 소스를 콕콕 찍어서.

쓱쓱 썬 고기와 함께 먹으면 해피엔딩. 굽기도 조절할 수 있다. 단점은 적은 테이블, 그리고 끝없는 기다림이다. 이날은 신의 한 수 돋는 줄 서기 덕분에 20여분 만에 우리의 고기를 마주할 수 있었지만, 우리 뒤에 온 손님들부터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테이블 수가 워낙 적고, 고기를 구워주는 직원도 한 명이라 더욱 그런 것 같다. 기다려서 먹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면 비추, 기다려서라도 가성비 좋은 고기를 석션하고 싶다면 핵추천... 아니 육추천이다. 핵보다 육이 더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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