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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땅별 Mar 03. 2024

나의 교환학생 일지 1

신문사 인턴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간만에 한가로운 날이었다. 기자님들과 같이 감성 가득한 베이커리 카페에 방문했다.


카페 분위기는 노곤했다. 분위기에 취해 다들 업무 얘기를 접어두었다. 일상 얘기를 나눴다. 얘기가 오고 가며 나는 기자님들의 최근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기자님들은 내 인턴생활 이후 계획은 무엇인지 질문했다.


“몽땅별님은 뭘 하실 거예요?”


나는 인턴 후 다가오는 학기가 마지막 학기이기에 마무리 학기를 보내고 졸업하지 않겠냐는 두서없는 대답을 했다. 사실 나도 인턴 이후 뭘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을까. 라는 생각뿐이었다.


재미없는 대답이었을까? 에이~ 진짜로 뚜렷한 계획 없으세요?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으며 다른 주제로 이야기가 전환됐다. 기자님들은 3월에 연차를 사용해 여행을 가신다고 했다. 홍콩과 일본 후쿠오카 등 다양한 여행지가 오고 갔다. 기껏해야 3~4일밖에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참 즐거워 보이셨다.


여행 얘기를 하다가 우연히 교환학생 얘기가 나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왜 그 주제가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연차가 10년 가까이 되신 기자님도, 아직 3년 차밖에 되지 않은 기자님도 교환학생을 가지 못하셨다고 했다. 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말속엔 아쉬운 감정이 묻어 나왔다.


농으로 기자님께서 내게 교환학생 가보는 건 어떠냐고 조언해 주셨다. 부담이나 진심이라기 보단 그냥 가볍게 던지신 말이셨다. 편하게 툭. 하고 던진 말이다.


나는 그저 웃었다. 기자님들은 멕시코와 베니스를 교환학생으로 가고 싶었다고 하셨다. 그들의 청춘엔 나름 뚜렷한 교환학생 계획이 있었다. 다만 어쩌다 보니 교환학생을 못 가게 되었단다. 어쩌다 보니 말이다.


어쩌다 보니. 그 말의 저의는 무엇이었을까? 바쁘셨을까? 부담이셨을까? 돈이 모자라서였을까? 그때는 교환학생이 막상 끌리지 않았던 걸까?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나는 빈 괄호로 그 의문을 갈음했다. 판단을 멈추는 게 내 대답이었다.


대신 내게 되물었다. 내 맘 속엔 나도 교환학생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다만 돈이 없어서, 무언가 취업준비를 해야 하느라, 우리 집안 사정을 고려할 때 내가 과연 갈 수 있을까 하는 맘으로 포기했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타인의 눈치를 보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뭔가 교환학생을 간다고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냥, 타인의 시선이 나를 옥죄는 것 같았다.  지금 보니 그 생각이 철저히 내게서 비롯되었음에도 말이다.


내 안의 쓸데없이 많은 생각은 교환학생을 포기하도록 채근했다. 교환학생을 간다는 건 내겐 중대한 의미로 다가와서, 그 중압감 때문에, 그 무게 때문에 나는 포기했다. 돈이 없다는 것도, 집안 사정도 다 부차적일 뿐이었다.


그렇게 살아오며 후회의 족적을 남겼다. 내 맘 속에 솟아 나오는 것. 나는 바로 그것으로 살기로 했으나, 참 쉽지 않았다.


가볍게 던진 기자님들의 말이 내 속에 수십 번 스친 후, 카페에서 회사로 복귀했다. 일을 마무리했다. 집 가기 직전에 나는 대학교 행정처에 전화를 걸었다. 복학 신청을 취소했다.


교환학생에 가기 위해서.


굽이굽이 돌아갔으나, 막학기를 남겨두고, 결국 마침내 내린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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