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동네 친구를 만났다. 그와 얘기하던 도중 아는 지인의 성공담을 들었다. 그 지인은 회계사가 되었단다. 참으로 멋있었다. 그의 명석함과 성실함은 잘 알고 있었으나 그것이 좋은 성과를 거둘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처음에는 그 친구가 부러웠다. 그와 나를 비교할 때 나 자신이 너무 미진했으며, 별 다른 성과가 없었기에 그러했다. 그러나 이내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그는 얼마나 고된 외로움을 겪었을까. 그는 얼마나 좌절했을까. 남몰래 눈물 흘리고 좌절에 빠진 적도 많았으리라. 그러나 시련을 극복하고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또한 나는 나를 생각해 본다. 이제껏 나는 얼마나 많은 성과를 이뤘으며,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경험했는가. 물론 여러 목표를 달성하면서 만족감을 누려왔다. 다만 어떤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자주 넘어졌다. 계속되는 실패로 인해 타협하면서 세상이 바라는 대로 나 자신을 맞추며 살아온 경우가 더 많다.
그렇게 나는 세상이 정한 경기장에서 타인에게 부응하고자 경주했으며, 경주하는 내내 타인의 시선과 내면의 불안이 나를 괴롭혔다. 나는 나를 잃어버리고 남의 시선으로 나를 메꿨다.
남의 시선을 기준으로 삼아 나를 가꾸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일정한 기준이 있다는 것은 안락함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렇다. 다만 너무 불안했다. 불안했기 때문에 타협했고, 불안하기 때문에 포기했다.
그의 성공을 보며 다짐한다. 너무 불안해하지 않기를. 앞으로 나는 또 도전할 것이며, 연거푸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하여 시도조차도 하지 않는, 미련한 행동은 금하기를 바란다. 불안에 떨며 살기에는 우리 삶은 너무 유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