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간의 험난한 모험을 갈음하며
1주차 — 2017년 12월 셋째주
“지원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을까요?”
우리팀은 개발자를 추가로 충원할 계획을 세웠다. 이미 세 명의 훌륭한 개발자를 데리고 있지만, 좀 더 빠르게 프로덕트를 빌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CTO인 Mark 조차도, 좋은 개발자들이 유명하지 않은 스타트업에 조인할지 여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대표인 나는 막연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우리가 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을 것이고, 그 중에 뛰어난 인재가 반드시 있을거라고. 하지만 최대한 많은 잠재적 후보군들에게 우리는 어떤 팀이고, 당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Mark와 나는 함께 채용에 집중하기로 하고 1주일 간 다음과 같은 일들을 했다.
- 홈페이지에 커리어 추가
- 로켓펀치에 프로필 등록 / 채용 공고 업로드
- 링크드인에 채용 공고 업로드
- 페이스북에 채용 공고 업로드
- 회사에 관련된 노출정보들 정제
첫 주차 나의 바램은 — 지원자가 들어오기를. Mark에게 내 말이 맞았다는 걸 보여주길.
2주차 — 2017년 12월 마지막주
정말 미칠 것 같은 한 주를 보내고 있었다. 연말이라 쏟아지는 일도 많았고, 주말쯤 해외를 짧게 나갔다오게 되어 주중에 일할 시간은 더할 나위없이 타이트 했다. 그런 와중에 단비같은 소식. 지원자들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먼저 로켓펀치를 통해 개발자들이 지원을 해주기 시작했다. 경력이 10년이 넘는 분도 계셨고, 신입 지원도 있었다. 시작이 좋다. 조금 안도했다.
정신없이 쌓인 업무를 마무리하고, 비행기를 탔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쏟아지는 메일과 메시지. 뭐지? 살펴보다가 재빠르게 Mark랑 메신지를 주고 받았다. 몇 명의 외국인 개발자들이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Mark가 링크드인 개인 계정으로 채용건을 올려두었는데, 여길 통해 지원이 몰린것이다. Mark 가 개발자들이 지원할까? 라고 생각했던 의문을 본인이 스스로 해결해 버린 상황이었다.
“그냥 재미로 지원한 거 아닐까요? 가벼운 마음으로?
Mark의 말에 다시 침착해지고, 뭐 그렇겠지- 라고 텍스트를 보내면서도… 묘하게 호기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베를린에 있는 14년차 경력자부터 보스턴에 있는 5년차 경력자까지 왜 낯선 한국 땅에서 일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버튼을 눌렀을까. 진짜 단순히 호기심이었을까.
그 때까지만 해도 외국인 개발자에 대한 고용은 크게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좋은 인재들이 지원을 한 이상,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Mark와 나는 이력서를 살펴보기 시작했고, Senior 개발자인 John도 따라 붙었다. 우리는 계속 의견을 주고 받고, 일부에게는 not fit 알림을 주고 나머지에게는 다음 일정을 안내하기로 했다. 그런데 불현듯 드는 생각. 외국인 개발자 면접은 어떻게 봐야하지?
3주차 — 2018년 1월 첫째주
정신없는 지원자 스크리닝이 이어졌다. 국내와 해외에 거쳐 지원자가 있으니 고민의 요소와 절차는 늘어갔다. Mark는 내가 지원자 응대를 빠르게 안한다고 지적하기도 했고, 나도 그 의견을 받아들여 지원이 들어온 경우 무조건 3일 이내 고민을 끝내고 결과를 내가 직접 안내하겠다는 기준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왔고, 슬슬 노하우가 붙기 시작했다. 몇 개의 채널로 들어온 채용 지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해주신 분들 일부를 모시고 1차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은 대체로 나랑 Mark랑 함께 진행했는데, 기본적으로는 인터뷰를 진행했고 개발 관련 테스트를 Mark가 따로 준비해서 진행한 적도 꽤 있었다. 나름 맞춤형 면접 전형을 준비한 셈이다.
개인적으로 대학 졸업후 첫 취업 시즌때 취업스터디를 이끈 경험이 있었다. 총 8명이 었는데, 매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탈락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가슴 아팠던 기억이 많았다. 때문에 이번에 회사에 면접을 오는 사람들을 최대한으로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지원자의 단점이 아닌 장점에 집중하자는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Mark도 같은 마음으로 진행해주었고, 모든 인터뷰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4주차 — 2018년 1월 둘째주
스크리닝은 계속되었다. 지원자는 생각보다 많았고, Mark와 나는 결국 개발자를 최대 2명까지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였고, 다행히 좋은 지원자들이 많아서 가능한 결정이기도 했다.
먼저 지원자중 Song을 새로운 서버개발자로 모시기로 결정했다. 쿨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고, 일을 맡기면 책임감있게 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면접때 준비해온 것이 많은 것도 플러스였다.
5주차 — 2018년 1월 셋째주
외국인 개발자들을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는 3명을 염두에 두고 면접을 진행했다. 한 명은 베를린에 있어 구글 행아웃으로 면접을 보았고, 나머지 두 명은 마침 직접 면접을 보러 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영어 인터뷰와 기술 테스트를 진행했고, 일정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중 보스턴에서 온 Damian이라는 후보가 큰 호감을 줬고, 인터뷰 후 Mark와 나는 저 사람이 우리가 모셔올 인재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사람을 고용하려면 비자를 E-7 비자로 전환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한다는 점을 알고 살짝 좌절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 같았다. 그래서 해외 인재 비자 관련해서 조율하는 에이전시와 코트라에 문의를 하고, Damian의 비자를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준비 내용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절차와 준비물은 엄청 많아 보였지만, 알아보면서 다양한 꿀팁(?)등을 알게 되는 행운도 있었다. 이 꿀팁은 나중에 따로 공유할 시간이 있을 것 같다.
6주차 — 2018년 1월 마지막주
월요일에 Song이 첫 출근을 했다. 생각보다 성격이 밝고 적응을 잘해서 신난 우리는… 바로 저녁때 전체 회식을 했다. 정말 거하게 먹더라 다들.
화요일에는 Damian이 최종 면접에 왔다. 면접은 끝났고, 연봉협상을 했다. 내가 연봉 협상을 외국어로 하는 일이 생길줄이야… 괜시리 살짝 웃음도 나고, 미소가 흘러넘친 덕분(?)에 웃으며 서로 여유있게 대화를 나눴다. 어쨌든 우리는 금새 쿨하게 합의점을 찾았다.
나는 그의 비자를 전환하기 위해 내가 많은 준비를 해야하며, 시간이 걸릴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너도 여러 서류를 준비할 각오(?)를 하라고 했는데, 그는 흔쾌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열의가 넘치는 눈빛과 함께. 와, 이 친구 볼 수록 마음에 드네. 환영의 인사를 건네고, 우리는 악수로 면접을 끝냈다.
"끝이다!"
6주에 걸친 개발자 채용이 끝이 났다. 정신없이 일들을 하면서 채용을 준비하느라 소홀한 부분도 좀 있었다. 한국어와 영어로 양쪽 채용을 핸들링하느라 순간순간 힘에 부칠때도 있었다. 어쨌든 끝이다. 좋은 결과다. 우리는 결국 좋은 인재를, 그것도 두 명이나 우리 팀에 모셔올 수 있었다. 이 글을 빌어 개발업무를 진행하면서도 채용 과정 전반을 동시에 열렬히 수행해 준 Mark와 John에게 진심으로,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표한다.
솔직하게 돌아보건데, Mark와 나는 인재에 대한 기준점을 엄청 높게 잡고 있었다. 감사하는 마음과 존중을 표현하는 것과 별개로 지원자분들의 이력서를 달달 외울 수준으로 살펴보았고, 가장 적합한 분들을 모시기 위해 스크리닝 기준점을 정말 끝까지 높혀나갔다. 처음에는 능력 있는 지원자분들이 많아서 좋았는데, 나중에는 한 분이라도 채용이 가능할까? 라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끝까지 흔들고 합류를 요청하게 해준 두 명의 신규 멤버에게 고맙고,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든다.
좋은 인재를 찾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렵고 기나긴 절차를 거쳤음에도, 다행스럽게 나는 아직 낙관적이다. 좋은 뜻을 가진 팀이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인재를 찾는 노력을 기울이면, 그 과정에서 능력있는 누군가는 반드시 응답을 해줄 것이라고. 그리고 서로가 함께하는 행운을 가질 수 있다고.
휴, 그럼 이제는 Marketer를 찾아야겠다. 저희와 함께 하실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