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했던 4월의 마지막 날

J와 함께 피자를

by 쿠쿠


4월의 마지막 날엔 강풍이 불어 모든 일이 취소되고 숙소에 머무르게 되었다.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도맡아 요리해준 두 독일 친구들의 야심 찬 계획으로 저녁엔 이 곳에 오고 처음으로 피자를 먹게 되었다. 넓지만 낡은 주방이라, 20분이면 충분할 피자를 한 시간 넘게 구워야 했고 30명이 넘는 장정들을 먹이기 위해 두시반부터 여섯 시 반까지 오븐이 꺼지지 않았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피자까지 총 5가지의 피자를 약 12판 정도 구워냈다. 레드와인을 아이싱 슈가에 섞어 케이크 위에 부어 굳힌 진한 초콜릿 케이크 후식은 가히 화룡점정이었다.

하지만 진정 이 저녁을 근사하게 만들어준 것은, 우리가 3주 넘게 일을 하러 가고 있는 한 농장 주인, J의 방문이었다. 저녁에 초대해주어 고맙다며 와인 두 병을 들고, 거기다 평소에 일할 때 쓰는 빨간 비니가 아닌 말쑥한 셔츠와 재킷을 입고 수줍게 인사를 건넨 J에게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늘 봉사자들이 갈 때마다 비스킷 두 상자를 꼭 건네곤 하던 바로 그 농부다. 농장에서만 보다 우리가 생활하는 곳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고 있자니, 보다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달까.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을 때, 여느 때처럼 매니저가 일어나 공지사항을 몇 가지 전하고, J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산불로 초토화된 자신의 농장에 매일같이 와서 힘들고 궂은 일을 해주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고맙다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다 고개를 떨궜고 우리는 휘파람을 불며 박수를 쳤다.

이 곳에서의 봉사활동이 끝나고 이 오지를 떠나면 앞으로 살면서 그를 다시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아마 그가 봉사자들의 이름과 얼굴 모두를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순간마다, 이때에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손을 붙잡아주고, 함께 식사를 한 장면만큼은 가끔씩 늘 떠오를 것 같다. 참 근사한 4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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