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비밀을 제가 알아도 될까요?

by 오우


글 좀 쓴다며 비대한 자아를 가진 고등학생이라면, 학교에서 개최하는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한 번쯤 받아봤을 것이다. 자신감을 넘어 자만을 만드는 요소엔 타인의 인정이 주재료이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시절 나의 자만심을 키워 준 것은 글짓기 대회에서 매년 받은 상이다.
질풍노도의 전두엽을 가진 시기였기 때문에 영감이 마를 일이 없어, 쉽게 읽고 쉽게 쓰고 때로는 상을 받았다.


다른 학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심사 과정이나 심사평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저 교내 대회가 있고 수상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좀 달랐다.
글짓기 대회에서 운 좋게 상을 받은 나에게, 복도에서 만난 국어과 선생님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나는 너 안 뽑았다."


상을 받기는 했지만 누가 글을 심사하고 어떻게 수상자가 결정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던 나. 애매한 사이의 친구가 감당하지 못할 비밀을 털어놔서 곤란한 상황처럼, 들어선 안 될 비밀을 들은 기분이었다.

호기심보다는 떨떠름한 기분이 마음을 채웠다. 그런 상태에서 상대방을 생각해, 할 수 있는 대답은 미소뿐이었다. 최대한 부드러운 표정을 유지하며 대답을 건넸다.


"아, 예."


속으로 '뭐 어쩌라는 거지'라는 마음이 들끓었지만, 선생님께 그렇게 답할 수는 없다.
지나치게 덤덤한 나의 반응에 당황한 가 강조하며 말했다.


"네 글은 너무 거칠어. 내 스타일이 아니야."


'아니, 그러니까 뭐 어쩌라는 거야. 나는 이미 상을 받았는데'라는 마음이었지만, 사회성의 갑옷을 입기 시작한 시기였기에 웃으며 호응했다.


"예."


은 응답에 당황한 듯 그가 말을 흐렸다.


"그래. 그냥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 넣은 얼굴이었다.

기분 탓이었을까? 돌아선 그의 어깨가 한 뼘쯤 내려가 보였다. 유독 연약해 보이는 뒷모습에 약간의 죄책감이 려왔다.


하지만 죄책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가 복도에서 마주치기만 하면 사사건건 나의 취향을 얕잡아 폄훼한 까닭이다.


"그런 (수준 낮은) 책을 왜 읽니?"

"우리 반에 (너보다) 글을 잘 쓰는 아이가 있어."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책을 보며) "책이라고 다 같은 책이 아니야."


안타깝게도 그런 말은 나에게 상처를 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 그 당시 '글 잘 쓰는 나'라는 환상에 취해 자아가 비대한 상태였다. 다만 조금 더 다정한 태도로 그를 대했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긴 했다. 그는 어쩌면 국어과 선생님이라는 겉면에 가려진 자신의 작가적 역량을 표출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상상이 꼬리를 물고 늘어져 도달한 곳의 결론은 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뭐가 됐든 하고 싶은 일을 숨기지 말고 겉으로 꺼내 도전해 보자고. 속으로 꽁꽁 싸매 숨긴 열망은 엉뚱한 방향으로 터져 분풀이하는 모양새로 보일지 모르니.


학교에 숨겨진 이스터 에그 중에는 반면교사가 꽤 많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