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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예YEEYEE Jul 22. 2024

검둥이도 에취 5.

얄미운 건 타고 난다

감기 5일 

 

아침부터 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다. 매일매일 맛있던 아침밥도 맛이 없다. 드디어 나도 감기에 걸린 걸까?

“에취!”

기침 소리다! 내가 지금 기침을 한 건가?

“취! 에취!”

이상하다 나는 목이 안 아픈데.

“어이구. 검둥이가 감기 걸렸네.”

아빠가 검둥이에게 다가가서 검둥이를 쓰다듬었다. 검둥이 코에서 투명한 콧물이 흘러내렸다.

맙소사! 검둥이도 감기에 걸렸는데 나는 아직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몰랐는데 나는 슈퍼 면역력을 지녔나 보다. 그런데 반 아이들은 나를 바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감기에 걸리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문을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 학원에서 있는 쪽지 시험에서 만점을 맞고 내일 학교에 가서 만점을 맞았다고 말해야겠다. 시험에 만점 맞는 바보는 없으니까.

반에서 감기에 걸리지 않은 건 동식이랑 나뿐이다. 그러니까 우리 둘이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친구를 웃기길 좋아하는 동식이는 분명히 바보 같은 행동을 할 거다.
1년 전에 동식이랑 같은 학원에 잠깐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 동식이는 모든 시험에서 만점을 맞았다. 하지만 학원을 한 달만 나오고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동식이가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로 똑똑한 아이란 말을 했다.

다른 애들을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 마음이 자꾸만 흔들린다. 학교에 도착해서 동식이가 오기를 기다렸다. 오늘은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할 생각이다.

“야, 이민아. 왜 그러냐? 설마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믿어?”

교실에 들어선 동식이가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장난기 가득한 동식이의 표정. 오늘도 바보처럼 행동하려는 게 분명하다.

“내가 안 믿으면 뭐 해. 애들이 믿잖아. 너도 좀 장난 그만해!”

침착하려고 했는데 발끈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하긴 너같이 똑똑한 애가 그런 걸 믿을 리가 없지. 유후후후후 울라 울라.”

고개를 저으며 동식이가 이상한 노래와 함께 이상한 춤을 췄다. 동식이는 왜 저럴까? 바보처럼 보이고 싶은 걸까?

학원 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것만이 바보라는 소문을 잠재울 방법이다.

학교에서 어떻게 하루가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학원에서 쪽지 시험을 보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너무 헛갈렸다.

시험에서 3문제나 틀리다니. 3학년이 되어서 시험문제를 틀린 건 오늘이 처음이다. 이건 말도 안 된다. 하필이면 이럴 때 시험을 망치다니. 내일 학교에 가서 바보가 아니라고 말할 이유를 잃었다.

“어머 민아야 3개나 틀렸어? 오늘 시험 쉽지 않았어?”

평소에는 학원에서 말도 걸지 않던 세라가 다가와서는 얄밉게 말했다. 여기서 화를 내면 내가 지는 거다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쉬워도 틀릴 수 있지. 나라고 만날 백 점 맞는 건 아니거든. 세라 너는 드디어 백 점 맞았니? 축하해. 처음 백점 맞은 거 아냐?”

세라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세라가 얄미워도 대꾸하지 않고 웃는 정도로 끝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세라는 자꾸 내게 이상한 말을 하고 학교에서 내가 바보라는 소문을 냈다. 감기에 걸리지 않아서 바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문 말이다. 얄미워서 오늘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세라랑 똑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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