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6일째.
복도에서 여전히 감기에 걸리지 않은 나를 보고 수근 거리는 애들이 보였다. 세라와 단짝인 아이들이었다. 나는 화가 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교실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표정이 왜 이래?"
동식이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너 진짜 계속 바보처럼 그럴 거야? 바보라는 소문이 나는 정말 기분 나쁘거든."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동식이가 대답했다.
“그러면 오늘은 최대한 얌전히 있어 볼게. 됐어? 좀 웃어. 아 그림 그려줄까?"
"그림? 동식이 너 그림 잘 그려?"
"약간? 뭐 그려줄까?"
장난기 없이 미소 짓는 동식이의 표정을 보니 마음이 풀렸다.
"그러면 나는 우리 검둥이."
“검둥이는 검은색 강아지야?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 줄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랑스러운 우리 검둥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줬다.
연필을 집어든 동식이가 내 공책을 펼쳐서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 낙서가 아니라 너무나 멋진 그림이었다. 우리 검둥이를 본 적도 없을 텐데. 동식이가 검둥이와 똑같이 생긴 강아지를 그렸다.
동식이의 그림 실력에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서로 더 가까이서 동식이 그림을 보고 싶어 했다.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바보는 아니다. 하지만 속담과 다르게 아니 땐 굴뚝에선 연기가 나고 우리는 종종 그런 이상한 말을 믿는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그림을 잘 그리는 동식이를 보며 바보라고 할 친구는 없다.
세라가 낸 소문이 사라지는 미래가 보였다. 동식이의 그림 덕분에 걱정이 한방에 날아갔다.
“마음에 들어?”
동식이가 물었다.
“어. 최고다! 동식이 너 그림 천재구나!”
나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아주 큰 소리로 말했다.
“오오. 동식이 진짜 대단하네.”
옆에 서있던 영모도 그림을 보며 감탄했다.
곧 감기에 안 걸리면 바보라는 소문은 사라질 것이다. 동식이와 내가 감기에 걸리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건강해서이니까. 하지만 논리적인 설명이 통하지 않을 땐 보여주면 된다. 동식이가 그림으로 모두에게 바보가 아니란 걸 보여줬다.
반 친구들 모두가 감기에 걸렸는데 끝까지 감기에 걸리지 않은 나는 얼마나 건강한 거지? 맙소사! 나는 머리도 좋은데, 건강하기까지 한 건가.
차마 친구들 앞에서는 말 못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민아. 넌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