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색을 품고 있다

도시 시리즈 1 : 도시의 감각(3)

by 쿨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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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늦가을이다.
햇살은 낮게 기울고, 공기는 맑지만 서늘하다.


잎을 거의 비워낸 나무들 사이로 빛이 길게 스며든다.
회색빛 건물들은 조용히 서 있고, 도시는 한층 얇아진 듯 보인다.


황량한 풍경 한가운데, 꽃이 피어 있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그저 그 자리에 남아 자기 색을 지키고 있다.


계절은 이미 다음 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작은 색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

회색이 짙어질수록 남겨진 색은 또렷해진다.


바쁘게 스쳐 지나가면 배경이 되었을 장면이
잠시 걸음을 늦추는 순간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도시는 늘 무심해 보이지만, 이런 색을 품고 있다.


늦가을의 햇살 아래,
사라지기 전의 빛은 유난히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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