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무서움
퇴사한 이후로 별로 무서움 따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전 직장에서 저주를 퍼부울 정도로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던 대기업의 일반적인 전자결재 flow,
그리고 전 직장에서 아무리 내가 잘못하고, 잘못 판단해도 상사인 차장님이나 팀장님이 해결해주실 거란 믿음
퇴사하고 혼자 일을 하다 보니 실제로 느끼는 무서움은
바로 나의 판단으로 인해 나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 판단으로 내 하루, 일주일, 일 년이 잘 될 수도 있지만,
내 판만 미스로 이 모든 것들 역시 망가질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엔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대학교 때처럼 내가 단순히 잘 못하거나 열심히 안 하면 성적이 A를 못 받고, B 나 C를 받는 문제가 아니라,
잘못하면 그 누구도 상관 안 하며, 심지어 채점조차 해 주지 않는다. 평가해주지 않는다. 그저 잊혀질 뿐이다.
이 생각을 하며 오늘은 좀 무서웠다.
오랫동안 프리랜서로 일하시는 분들, 그리고 사업하시는 분들은 이런 무서움, 두려움을 매일 이겨내고 있을까. 대단하다. 이럴 땐 팀이 도움이 될 것 같기도.. 같이 일하는 동료가 있다면 이런 생각이 좀 덜하지 않을까.
현실은 냉정한 거니까. 아, 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좀 멀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