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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Aug 28. 2017

요즘 일상

매일 비슷한 하루

사람들이 분주하게 출근하는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고서야 느지막이 침대에서 일어난다. 전날 언제나 2시, 혹은 4시나 돼서야 잠자리에 들기 때문이다. 최근엔 밤새 잠을 못 자는 경우가 많다. 밤낮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어머니가 출근을 하시면 나한테로 다가와 스킨십을 해댄다. 정확히는 내 옆에 자기 엉덩이를 붙이고 같이 잔다. 내가 일어나면 고양이도 일어난다. 평소엔 물고 깨물고 하다가도 잠잘 때, 혹은 식사나 간식을 먹을 때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행동을 한다. 식사가 끝나고 바로 물기는 하지만...

주무시고 계신 고야이 "달수"



대충 씻고 나는 브런치를 먹는다. 시리얼을 먹거나 아니면 바로 밥을 볶아서 먹는다. 대학생 때 자취하며 즐겨먹던 pre-chopped vegi를 한국에서도 파는지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게 없으면 야채 4종 이상을 사 와서 칼로 난도질을 한 다음에 보관을 해야 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비된다. 소셜커머스에서 2팩이나 냉동으로 주문했다. 필요한 만큼만 식용유에 볶아서 약간의 베이컨, 그리고 밥을 볶아주면 끝이다. 기호에 맞게 케첩이나 굴소스를 넣어서 먹으면 더 맛있다. 한 번 볶아 놓으면 다음 끼니도 해결이 된다. 생각보다 질리지도 않는다.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이 볶음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식사를 해결하고 분위기 있게 가루커피를 탄 후에 컴퓨터를 켠다. 음,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는 도저히 커피를 내려 마실 시간이 없어서 가루커피 마시는 습관을 가지게 된 건데 왜 아직도 가루커피를 마시는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커피를 집에서 내려 마셔봐야겠다.


최근엔 중고서점에서 구매한 책들을 읽어 내려가느라 정신이 없다. 한 책을 읽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기보다는, '병렬 독서법'으로 여러 책을 동시에 읽고 있는데 ('병렬 독서법'을 배워본 적은 없다.) 재미가 쏠쏠하다. 반은 그냥 내가 읽고 싶은 소설과 같은 문학 장르, 반은 프로그래밍 및 창업에 관련된 실리콘 밸리 고전이나 한국 스타트업 창업 선배들의 책을 읽는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최근 처음 읽었는데 무시무시한 분이다. 한 글자 한 글자에 이 분의 내공의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글에 빠져들게 된다. 후기는 나중에.



개인적으로 교수님들이 쓴 책은 정말 재미가 없다. 영감을 얻을 내용도 적고 모든 것이 분석적이어서 정보전달 및 분석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뿐이지 크게 공감이 되거나 머리를 망치로 치는 듯한 내용은 찾기 힘들다. 그에 반해 창업가들이 쓴 후기나 회고록 같은 것들을 보면 훨씬 재미있고 현실에 와 닿는 이야기를 한다. 내 머리와 가슴을 흔드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도대체 왜 그런가 하고 생각을 하다가 답을 찾았다. 이야기의 힘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자가 주인이냐 아니냐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제삼자의 이야기를 아무리 진짜인 것처럼 해도, 스스로 경험한 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독서 후, 다음엔 to-do-list를 확인한다. 어제 무얼 했는는지 본다. 아... 너무 느린 개발 속도에 다시 스스로에게 실망을 한다. 오늘은 다를 거야 하고 다짐을 한다. 



꽤 오랫동안 랩탑으로 일을 했다. 사무실을 집 내 방으로 꾸며놓은 이후로는, 군대 시절 구매한 오래된 데스크톱에 SSD, RAM을 업그레이드한 후 우분투(리눅스)를 깔아버렸다. 전보다 200배는 빠른 것 같다. 듀얼 모니터에 델 모니터는 틸팅을 시켜서 코드를 보기에 한결 수월하다. 굳이 랩탑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나는 여전히 저가형 lenovo (60만 원)에 SSD 및 RAM만 업그레이드해서 잘 쓰고 있는데, 수개월 전 팀 개발자 동료 영입을 위해 큰돈을 주고 맥북 프로 레티나를 구매했다. 그런데 다시 혼자 일을 하게 되었고, 도저히 그 가격에 중고로 맥북은 팔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썩혀둔 채로 나는 계속 lenovo를 쓰고 있었는데, 어차피 맥북이 팔리지도 않는데 세팅이나 해볼까 하고 만지고 있다. 언제나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선 불편함이 꽤 많다. 특히 맥북의 낮은 키보드는 적응하기가 참 그렇다. 난 여전히 레노보의 키보드, 혹은 리얼포스의 키보드에 적응이 되어있지 않은가. 카페에서 세팅을 하고 있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디스플레이에 사선으로 불안한 잔상이 생겨버렸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중고로 팔리지도 않아서 기분도 좋지 않았는데 비싼 노트북에 문제가 생겨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다. 월요일엔 서비스 센터에 들려야 한다. 보증수리에서 커버가 되지 않으면 나는 또 슬퍼할 것이다. 맥북 사용자 포럼에 가 보니, 예전 모델이든, 최근 모델이든 다양한 문제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비싼 돈을 주고 맥북을 산다. 신기한 일이다. 물로 사용해 보니, 굉장히 편한 구석들이 많고 신규 기술을 선도하는 애플의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래서 그런지 품질 관리는 정말 잘 되고 있는지 의심이 크다. 언제나 신기술에는 품질 저하라는 동생을 데리고 다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철저히 지키고 있는 애플은 대단하다. 그 와중에 애플 관련 기기 사설 수리업체에 대한 끊임없는 수요에 또 놀랐다. (그렇다고 사설 업체의 매출이 얼마나 건강한지는 잘 모르겠다.)



오후부턴 본격적으로 코딩을 한다. 여전히 초보인 나는 오늘 mongoDB 연결에서 localhost 주소를 잘못 표기한 것도 모르고 1시간이나 허비했다. 삽질의 연속. DB 연결이 되지 않은 채로 계속 저장 시도를 해 봤자 당연히 동작할 리가 없었다. DB 연결 이후부턴 다시 저장이 동작되기 시작. 이후엔 redux-form library와 styling을 위한 semantic-ui-react를 병합하는 작업을 했다. 예전에 Udemy 강사님은 bootstrap으로 강의를 했어서, semantic-ui로 바꿔 타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redux-form 자체의 기능을 죽이지 않고 자연스레 semantic-ui를 적용해야 했는데, 꽤 고생스러웠다. 다행히 지구 먼 어느 곳에 있는 사람이 올려놓은 예시를 보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은인이다. 이런 황금과도 같은 코드에 스타가 8개밖에 없었다. 그래서 깃허브에 스타를 지그시 눌러 주었다. 두 개 눌러주고 싶었다. 그렇게는 안 된다. 


다행스럽게 user signup을 마치고 유튜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첸의 자서전을 끝냈다. 역시 대단한 일을 해 내는 사람들은 주변의 소음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들은 한 번 찍은 목적에 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뛰어간다. 무지막지하게 뛰어간다. 24시간을 일하고 10시간을 쉬는 스타일은 한 번 앉으면 엉덩이를 떼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가 페이팔 초기 멤버로 합류하는 것부터, ebay에 페이팔이 매각되는 스토리, 그리고 유튜브 창업 및 구글에 매각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시간 순서 없이 뒤죽박죽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자포스의 창업자 토니 셰이도 그렇고 스티브 첸도 그렇고, 이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럴 시간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나는 뭘 그렇게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정치, 역사, 문학, 경제, 미래에 대한 염려 등에 시간을 많이 쏟고 있다. 반성할만한 일이다. 


그렇게 또 하루는 지나간다. 개인적으로 밤낮을 다시 정상적으로 돌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조금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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