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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Feb 13. 2018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

금액을 지불

우리는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어떻게 반응할까? 


1. 칭찬을 한다. 

그렇다. 우리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을뿐 더러 주변에 소문을 낸다. 서비스가 좋으니 추천도 하고 리뷰도 남길 수 있다. 그러니 주변에 추천을 할 수 밖에.


그러나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지 않거나 돈을 지불하지 않으며 칭찬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충분히' 가치있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간 여러 모바일 앱을 사용해가며, 정말 괜찮은것 같아 무료 플랜으로 즐기며, 해당 앱서비스를 주변 지인에게 설치하게 한 적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아직도 그 앱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꾸준히 오랫동안 즐겨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는 대게 유료로 금액을 지불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2. 시간을 많이 쓴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거나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것에 따로 시간을 내어 쓴다. 시간을 내어 쓸 뿐 아니라, 기존 시간을 치우고서라도 더 쓴다. 시간은 우리의 가장 큰 가치 중 하나인데 그 시간으로 맞교환을 하게 되는 것이다. 1번에서 언급했다시피, 오랫동안 쓰고 있는 서비스에는 대게 돈을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종종, 거래가 이 루어지면 수수료를 지불하는 서비스이거나, 아니면 해당 서비스의 과금형태가 '광고'인 경우엔 금액을 직접 지불하지 않아도 계속 쓰곤 한다. 


3. 돈을 낸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화폐로 금액을 지불한다. 시간 === 돈을 생각하면 시간이 돈이지 않느냐 생각하겠지만, 돈(화폐)은 우리가 평가하는 가치를 더욱 빠르고 확실하게 인정하는 수단이다. 


종종 돈이라는 것에 나쁜 의미가 부여되곤 하는데, 사실 선순환적으로 보면 돈은 물물교환을 대체하는 너무나도 획기적인 인류의 발명품이다. (물론 발명한 게 아니라 어쩌다가 사용이 된 것이지만 - 사족: 돈의 역사를 보면 굉장히 흥미롭다. 사람들이 금을 특정 개인에게 보관 목적으로 맡기고 영수증을 받아가곤 했는데 이러한 금 교환권 자체가 발전하여 화폐로 발전했다는 이야기)


내가 정기적으로 월 정기 구독하는 것들엔 우유, 구글, 아마존, 고대디, 휴대폰 통신사 등이 있다. 그리고 오늘 유튜브 레드를 추가했다. 몇 달 전 무료 구독으로 몇 번 경험 해본 결과, 엄청나게 방대한 데이터에 놀라고 편리한 인터페이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약 월 8천 원으로 방대한 양의 음악을 백그라운드로 들을 수 있는데, 차량 운전 시, 일 할 때 배경음악으로 참 좋다. 음악뿐 아니라, 유투브에는 환상적인 강의나 컨퍼런스 발표 콘텐츠가 쌓여있다. 긴 동영상들의 경우 마냥 화면을 보고있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백그라운드에서 돌아가니 출퇴근시에도 편하게 좋은 내용들을 놓치지 않게 되었다. 


기존에도 일할 때 유튜브를 틀어놓고 일했지만, 종종 나오는 광고는 음악의 흐름을 깨기 일쑤였다. 예전에 한국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구독해봤지만, 내가 원하는 음악이 검색되지 않을 때의 실망감은 꽤 컸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직접 음원들을 구해서 올려놓는 시스템이라면, 유튜브는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콘텐츠를 이용하여 광고비, 혹은 정기구독형 비용을 사용해 정산해주는, 정말 아름다운 수익모델인 것 같다. 



SaaS 제품을 기획하면서 확실하게 느낀 점

우리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KPI는 트래픽을 모으는 것도, 회원 수를 늘리는 것도, 칭찬도, 사용 시간을 늘리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가 우리가 만든 제품에 금액을 지불하느냐이다. 물론, 금액을 지불하는 것과 사용 시간, 칭찬 및 공유가 연관성이 없지 않지만, 가장 확실한 제품의 가치 인정은 금액 지불이다. 칭찬하면서 사용하는 시간이 많아도 신용카드를 꺼내 구독을 하지 않는 것은, 제품의 가치가 딱 거기까지라는 것이다. 유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거나, 유저의 마음을 훔치지 못한 것이다. 


몇 달 전, 디지털 노매드가 되고 싶어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노매드 리스트라는, 노마딩 하는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나게 되었다. 이 플랫폼은 정보를 보고, 읽는 데는 제한이 없지만, 글을 쓰거나 댓글 등을 다는 등의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선 일별, 월별, 인생 결제를 해야 한다. (인생??) 

https://nomadlist.com/


에이, 요즘 이런 건 다 무료로 공개하던데, 트래픽이나 그런 걸로 돈을 벌면 안 되나요?라고 물을 수 있다. 이 질문에 서비스 개발자 (개발자는 Peter라는 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디지털 노매드 1명이다)는 아래와 같이 답변을 한다. (약간의 의역이 있습니다.) 아니 답변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연설' 수준. 기타 서비스의 무료인 척, 사용자를 속이며 조심스레 과금하는 것과는 판이 다르다. 당당하게 사용자에게 돈을 낼 것을 요구한다. (상남자)


굉장히 쿨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던 스타트업들을 기억하는가? 그런데 그 회사들이 인수되거나, 문을 닫아서 그 서비스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가? 무료 서비스는 돈을 벌지 못하고, 따라서 생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쿨한 무료 제품을 만들고, 유명해지고, 인기에 소문이 나서 그 서비스를 통째로 사고자 하는 구매자가 생기게 된다. 새로운 제품의 오너는 서비스를 닫아버리게 되고 더 이상 소식조차 들어버리지 못하게 되곤 한다. 창업자는 큰돈을 가지고 엑싯할 수는 있으나 제품의 사용자, 고객들은 X 된다. 


따라서 고객들은 단지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 서비스를 유지시키고,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으로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참여자'가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인디 가수가 있는데 이 가수의 앨범을 사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 가수가 성장하고 더 좋은 노래로 팬들에게 보담을 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돈을 내게 하는, 즉 그 만큼의 가치를 주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 돈을 받아, 우리는 우리의 생활을 영위하고, 다시 제품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더 좋은 제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 한 순간에 대박 나서 제품을 다른 큰 손들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제품이 유지되고, 또한 개선되어가는 것을 유저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언제나 우리의 목표는 '돈'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거나, 여러 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느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동기부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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