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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파노 Aug 16. 2019

손 안 씻어도 되니까 숟가락을 쓰자

보츠와나에서 손 씻기 교육이 아니라 숟가락 사용을 지도하려는 까닭

 보츠와나는 한국과 다르게 3학기제인데, 벌써 8월이고 3학기다.


 이번 학기 목표는 숟가락으로 정했다. 학생들이 급식 먹을 때 숟가락을 쓰게 하는 것이 목표다.

 숟가락을 쓰게 하는 일이 어떻게 목표가 될 수 있는 건지 엉뚱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곳 사정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급식을 손으로 떠먹기 때문이다.

밥을 손으로 먹는 친구 또는 숟가락으로 먹는 친구.


 보츠와나에서 급식은 학교에서 무료로 제공하지만 음식을 담을 그릇이나 숟가락은 집에서 가져와야 한다. 책가방을 열어보면 노트, 필기구와 함께 밥그릇 하나가 꼭 들어있다. 그릇이 없으면 배식을 받지 못하기 때문.

 이왕 그릇을 챙겨 오는 거 숟가락 하나 더 가져오면 좋겠지만 숟가락을 챙겨 오는 친구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전체 학생 중에 20% 남짓 하려나.

급식 당번이 이렇게 밥을 나누어 담아 놓으면 각자 제 그릇을 찾아가 먹는다.
공부 좀 해라, 레쪼.
손으로 밥을 먹는 친구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손으로 음식을 먹는 장면은 한국에 있을 때 보다 보츠와나에서 훨씬 더 자주 보인다. 특히 닭고기를 파는 곳, 그러니까 KFC 같은 튀긴 닭 말고도, 우리로 치면 찜닭 같이 양념에 졸인 닭을 파는 곳에서도, 이를 테면 Nandos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에서도 손으로 물고 뜯으며 뼈를 발라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치킨이나 피자를 먹을 때 손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듯이 이들도 현지식이나 몇 종류의 음식을 먹을 때는 손으로 먹는 게 자연스럽다. 메뉴가 파스타나 스테이크라면 당연히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기 마련이고.

 손으로 음식을 먹는 빈도가 잦은 건 식문화의 차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KFC에 가면 매장 내부에 손 씻는 곳이 따로 있다. 화장실 말고 테이블 옆에 말이다. 비단 KFC 뿐 아니라 치킨이 주 메뉴인 식당에는 손 씻는 곳이 대부분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보다 보츠와나가 훨씬 편리하고 좋은 점이라고 본다.

교육청에 출장 갔다가 거기서 준 급식. 이런 치킨도 포크보다는 손으로 드신다.




 다시 학교로 와서, 문제는 이 친구들이 밥 먹기 전에 손을 씻지 않고, 먹고 난 후에도 손을 씻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동장에서 뛰놀고, 화장실도 다녀온 손으로 밥을 먹는다. 수업 시간에 문제를 잘 푸는 등 칭찬해 줘야 할 때 악수를 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손이 찐득한 친구들이 많았다. 손만 깨끗하면 손으로 밥을 먹는 게 어째서 문제가 되겠냐만 손이 깨끗하지 못하므로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손 씻기 교육을 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여기가 한국이라면 그게 맞을 것이다. 그동안 그렇게 해 왔고, 지금도 한국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손 씻는 법을 시범을 보이고, 실습을 시킨다.

 하지만 이곳은 모래가 풀풀 날리는 보츠와나고, 학교엔 수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특히, 이곳 몰레뽈롤레는 영구 단수지역이라 물이 귀하다. 대부분의 학교와 집에는 상하수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알고 있다. 학교나 집을 지을 때 애초에 수도관을 설치하지 않는다고 한다.

먼지가 풀풀 날린다.


 대신 물탱크를 몇 개 세워 놓고 물을 채워 쓴다. 탱크 하나 당 물 3000L가 들어가는데 학교처럼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는 시설에서는 결코 충분한 양이 아니다. 우리 학교에는 물탱크가 세 개쯤 있고, 틈틈이 물차(?)를 불러 물을 사서 쓰고 있다. 관공서는 물을 살 때 할인을 받아 약 200 뿔라면 한 통을 채울 수 있다고 한다(가격이 정확한지는 확실치 않다). 2만 5천 원쯤 하는 거니까 그리 비싼 비용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 예산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관리가 게을러서 그런지 물탱크에 물이 없는 날이 더 많다. 특히 학생들 쓰라고 설치해 둔 물탱크에는 물이 없는 날이 대부분이다. 교무실 앞에 있는 교사용 물탱크만 부족함 없이 물이 채워지는 실정이다.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800명이 넘는 꽤 큰 학교인데, 물탱크는 실질적으로 하나인 셈이다.

교무실 앞에 설치되어 있는 물탱크. 실제로 사용되는 건 한 통이다.
개들도 여기서 목을 축인다.


 사정이 이러니 학생들이 손을 씻을 수 있겠는가. 몇몇 친구들은 밥을 먹기 전과 후에 자기가 쓰던 숟가락과 접시를 물에 닦고는 하는데, 다른 선생님한테 걸리면 물 낭비하지 말고 집에 가서 씻으라고 꾸지람을 듣는다. 교사들도 물로 깨끗이 씻는 게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물이 귀하기 때문인지 적극적으로 장려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손을 자주 씻으라고 가르쳐도 모자랄 판에 물 아껴 쓰라고 혼을 내고 있는 현지 선생님들을 보며 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꼭 씻지 않은 손만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배앓이를 하거나 구토를 하는 학생들이 종종 보인다. 물론 아직 어린 학생들이고 몸이 약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한국에 있을 때보다 그 빈도가 더 많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영양상태가 한국보다 더 안 좋을 것임은 분명한데, 그래서 대부분 늘씬한 편인데, 그 와중에 음식을 흡수하지 못하고 쏟아내 버리는 건 큰 문제라고 본다.

 지난 학기에 수업 중 한 학생이 속이 안 좋다 하길래 복도에 잠시 데려 나와 증상을 물으려 하니 그 사이 바닥에 토를 쏟아낸 적이 있었다. '아침에 무엇을 먹었니, 어제저녁에는 무엇을 먹었니'를 물었을 때 이 친구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했다. 어제 급식 이후 오늘 점심을 먹은 게 전부라고 했다. 속을 비우고 나서는 괜찮아졌는지 다시 교실로 들어오기는 했다만, 어째서 걱정되지 않았겠나. 나로서는 이 친구가 어떤 이유로 구토를 했는지 알 수 없지만, 하루 중 유일한 한 끼를 이렇게 낭비하는 건 아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으로 밥을 먹어서 탈이 난 거다 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위생 수준과 영양 수준은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건 자명해 보였다. 이 친구가 구토했던 일은 나도 무언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한 직접적인 계기이기도 했다.

이 친구가 그랬다.





 그래서 이것저것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숟가락을 보급하는 일이다. 손을 씻을 수 없으니 손 대신 숟가락을 쓰는 습관을 들이게 하려고 한다.


 여기서부터 고민의 시작이다.

 숟가락을 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슷한 사례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유니세프에서 자료도 찾아보고 여러 구호 단체에서 발간한 책자도 찾아봤다. 숟가락을 보급하려는 시도는 찾지 못했고, 유니세프에서는 보다 폭넓게 위생+식량 키트를 지급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꽤 해가 묵은 시도인 것 같은데, 그래서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찾지 못했다. 유니세프에서 발간한 자료에서도 위생이 보장되어야만 음식의 흡수 및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따로 떼지 않고 한데 묶어 사업을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상술하고 있었다. 나의 경우 급식은 충분히 제공되므로 위생만 챙겨주면 될 것 같았고, 물을 줄 수는 없으니 숟가락으로 대체하면 되지 싶었다. 숟가락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착안할 수 있게 도와준 자료였다.

유니세프 사업 홍보 책자 쯤 되는 자료였지만,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다음도 문제다.

 그럼 숟가락을 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처음에는 숟가락을 학생 수만큼 사서 나누어 주려고 했다.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닌데, 선물 준다 치고 나눠주면 되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라 쉽게 변하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돈 들여 숟가락 사서 나누어 주어도 내일이면 다들 집에 놓고 올 것이라는 안타깝지만 매우 그럴 듯 한 예측이다.


 이쯤에서 많은 것들이 한 박자 늦고 답답한 보츠와나를 탓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지만, 생각해보면 한국인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단적인 예로, 여러분은 화장실에 볼 일 보고 손 씻으십니까? 대부분 yes 하시겠지만 아닌 사람도 꽤 많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다(어떤 단체의 실험 결과도 있던 것 같은데 못 찾았다). 우리가, 한국인이 볼 일 보고 손 씻으라는 교육을 안 받아서 안 씻겠는가? 유치원부터 시작해 학교 다니는 내내 '볼일 보면 손 씻어라, 비누로 깨끗이 씻어라'라는 교육을 받았다. 사회에서도 각종 공익 광고부터 시작해 화장실에 세면대 거울에 붙어 있는 스티커까지 손을 씻으라는 압력(?)을 아무리 넣어도 그들은 손을 씻지 않는다. 우리는 누군가 '이거 좋은 거야 해 봐'라고 말한다고 해서 심지어 자신도 그게 좋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자기 습관을 고치지 않는다. 이런 성향은 정말이지 범지구적인 것이라 여기 보츠와나든 한국이든 똑같다고 본다.

이런건 나만 재밌나? ㅋㅋ


 그래서 고민이 깊어졌고, 위생교육에 대한 연구 논문이나 책들은 없는지도 찾아보았다. 느려 터진 3g 인터넷을 부여잡고 구글 스칼라에서 이것저것 고민해봤지만 식습관을 바꾸는 일에 대한 연구들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고, 2학기는 마무리되었다. 시험을 준비하느라, 학기말이라 또 지치기도 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이 문제에 대해 잠시 손을 놓았었다.

 그리고 3학기가 시작된 지 2주가 되었다. 방학 동안 이것저것 책을 읽다 Jerry Sternin이라는 분의 사례를 알게 되었다.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책에서 어떤 책을 소개하는 내용을 읽었고, 그 어떤 책도 사다 읽어 보았다. '스위치'라는 제목의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인데, 자못 흥미로운 이야기다.





 1990년대에 제리 스터닌이라는 분이 베트남으로 갔다. 빈곤 아동의 영양실조를 해결해 달라는 베트남 정부의 초청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베트남에 도착하니 지원금이나 인력도 모자랐을 뿐 아니라 현지 분위기도 썩 협조적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열악한 조건에서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보니 이 영양실조라는 건 너무나 복잡한 사회 경제적 문제가 뒤엉켜 있더라는 것이다. 상하수도를 새로 깔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켜야겠으나 몇 안 되는 인력으로 이런 큰 일을 할 수 있었겠나? 제리 스터닌도 많은 고민을 않은 채 해결책을 찾으려 현지 마을로 찾아갔다.

 그와 동료들은 현지인을 관찰을 하다 보니 똑같이 가난하고 못 먹는데, 어떤 아이들은 유독 발육이 좋고 건강하더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날까? 하고 연구를 해 보니 식사량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같은 식사량이라도 세 번이나 네 번에 걸쳐서 먹더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으로서는 많은 양의 식사를 한 번에 흡수할 수 없고, 대신에 부모가 이걸 쪼개서 먹이니 효율이 훨씬 더 좋아지더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이와 같은 깨달음 뒤에 그가 한 행동이 큰 성과를 낳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발견을 바탕으로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이것이 더 훌륭한 식사법입니다'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대신 10가구 정도 모여서 식사 준비를 함께 하고, 음식을 나눠 먹게 했다. 일종의 공동체를 조직해 효과적인 식사법이 자연스럽게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준 것이다. 그리고 이 식사법은 본인이 개발하거나 낯선 것이 아니라 이 지역의 전통적인 지혜가 담긴 것이며, 내가 아닌 당신의 이웃이 쓰던 방법을 알려줄 뿐임 점을 강조했다.

 이후 이 지역의 영양상태는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되었고, 이 같은 소문은 베트남의 여러 지역으로 퍼졌다. 몇 년 후, 다른 연구자들이 베트남을 방문해 추적 연구를 실시하였는데, 스터닌의 직접적인 손길이 닿지 않은 여러 베트남 지역에서도 영양상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Jerry Sternin
제리 스터닌과 그의 동료들



 만약 스터닌이 보통의 자선 사업이 그러하듯이 더 많은 원조를 받아 더 많은 식량을 공급하는데 그쳤다면, 사업이 종료되는 날 모든 것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을 것이다. 만약 내가 내 학생들에게 단지 숟가락을 사주기만 한다면 아마 내일이면 안 가져올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라 쉽게 변하지 않을뿐더러, 그 변화의 주체가 타인일 경우 더욱더 저항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nih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있겠나. not invented here의 줄임말로 집단 내부가 아닌 밖에서 만들어진 것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는 수능 제도가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지만, 미국 교육 전문가라는 사람이 긴 연구 끝에 개선안을 가져왔다고 해서 듣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 아무리 좋다는 걸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는 거부하고 마는 게 우리다.





 그동안의 고민을 정리하며, 몇 가지 자료들을 찾아보며 분명하게 깨달은 게 있다면,

 1.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없다는 점,

 2. 내 학생들이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3. 따라서 생각보다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

 4. 그리고 그 계획의 상당 부분은 이성보다는 감정을 건드리는 쪽으로 향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최종적으로 세운 계획은 크게 두 꼭지다.

 하나는 위생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숟가락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첫째, 위생교육으로 혐오감을 일으킬 필요

 잠시 옆으로 새서 보츠와나의 위생교육에 대해 말하자면, 여기서 위생교육이란 곧 에이즈 예방교육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에이즈 감염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에서도 학교에서도 에이즈 예방 교육에 힘쓰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일상적인 위생교육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듯한 느낌이 든다. 이를 테면 외출을 한 뒤 돌아오면 손을 씻고 양치를 해라, 음식을 먹기 전에는 손을 씻어라 와 같은 교육은 한국에 비하면 현저하게 드물다. 오죽하면 손 씻는 학생들 보고 물 아껴 쓰라는 말부터 나오겠는가.

 이 같은 맥락에서, 그리고 물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할 때 손을 자주 씻으라고 가르치는 건 이들을 막다른 길로 내모는 꼴이다. '물이 없는데 뭐 어떡하라고?'라는 반발심만 살 것이다. 빠져나갈 구멍이 뚫려 있어야 한다.

 숟가락이 얼마나 간편하고 유익한지 알리기에 앞서 숟가락이 없는 지금이 얼마나 불편하고 위험한지에 대해서 자각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본다. 씻지 않은 손으로 밥을 먹는 일의 위험함을 알리며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자극적인 사진을 제공하고, 과장된 일러스트를 사용하고자 한다. 손에 묻은 더러운 것이 몸으로 들어갔을 때 어떤 나쁜 일이 있는지, 너네가 왜 설사를 했고, 왜 토를 했는지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

 그 다음에야 '그러니 손을 씻어라. 아, 아니지. 더 편한 건 숟가락을 쓰는 거야.'라는 메시지가 나와야 할 것이다. 숟가락을 쓰는 것이 음식을 편하게 먹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설사와 배탈을 막아 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스스로 알게 해야 한다고 본다. 변화의 주체가 남이기 보다 나일 때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정서를 먼저 움직여야 하고, '누가 하라고 하니까'가 아니라  '내가 기꺼이 한다'라는 마음이 들게 하여야 한다.


둘째, 숟가락에 특별한 가치를 얹어줄 필요.

 첫 번째 보다 두 번째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 숟가락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숟가락을 쓰는 게 자랑스러운 일이고, 뽐낼 수 있는 일이 되게끔 분위기를 조성해 보려고 한다. 어쩌면 선망과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시도라고 할 수도 있겠다.

 3학기인 지금, 1학기와 2학기 성적 우수자와 1학기에 비해 유의하게 성적인 향상된 친구들을 대상으로 칭찬도 많이 해주고, 선물도 주고, 상도 줄 예정이다. 이때 선물이 곧 숟가락이 될 예정이다. 그렇게 숟가락을 쓰는 사람은 자랑스러운 일이 되고 숟가락을 받지 못한 친구들은 나도 숟가락 갖고 싶다는 감정을 갖기를 바란다. 대체로 긍정 정서보다는 부정 정서가 힘이 세다. 이 친구들이 부디 질투했으면 좋겠다.

 숟가락을 잘 쓰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너 정말 좋은 습관 잘 들여서 잘 쓰고 있구나'라고 칭찬도 자주 해주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줄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필연적으로 소외되는 학생들이 일시적으로나마 발생하겠다. 하지만 매일 하는 노트 검사나 틈틈이 하는 쪽지 시험을 통해 칭찬 거리를 만들고 그때그때 선물로 숟가락을 제공해 결과적으로는 모든 학생들에게 나누어 줄 계획이다.


 요약을 하자면, 이 친구들이 숟가락을 쓰게 하는 게 이번 학기 목표고, 숟가락을 그저 나눠주기만 하면 높은 확률로 실패할 것이다. 대신에, 사전 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숟가락을 사용하는 일이 자랑스러순 일이 되도록 숟가락에 높은 지위를 부여하고자 한다.






 여기까지가 다음 주에 실시를 앞두고 나름 정리 해 본 글이다.

 사실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계획에 허점도 보이고, 쓸데없는 짓 벌이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된다.

 학교가 한창 공사 중이라 다음 주쯤에나 티브이에 컴퓨터를 연결해 ppt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8개월 만에 처음 실시하는 컴퓨터 활용 수업이 될 예정이고, 첫 수업을 수학이 아닌 위생교육으로 잡았다. 애들 줄 선물도 사놨고, 숟가락도 준비해 놓기는 했는데, 정말 잘 모르겠다. 선례를 찾을 수 없어서 더 걱정이다.

 다만, 하는 만큼 효과는 있을 것이라 보고 꾸준히 칭찬하고 잔소리도 해가며 구슬려 볼 예정이다.

잘 해봅시다.

비슷한 내용을 영상으로 올려 둔 게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uzP72_VB5w


https://www.youtube.com/watch?v=MiZDtHz_0JA&t=109s





https://kopanobw.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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