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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파노 Aug 02. 2019

아들, 아프리카서 뭐 먹고 사니?

탕수육이요. 후식은 앙버터.

 어머니, 전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부디 걱정보다는 격려를 해주세요.




 좋아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츠와나 와서 음식을 만드는 데 쓰는 시간이 현저하게 늘었다.

 처음엔 현지식이 입에 맞지 않아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재미도 느끼고 성취감도 느끼게 되었다. 덕분에 요즘은 실력이 많이 늘었다. 요즘은 안 만들어본 음식, 심지어는 먹어본 적도 없는 음식들도 서툴지만 시도하고 있다. 이를테면 ‘라따뚜이’라는 음식이 맛있어 보이길래 유튜브에서 레시피를 찾아 만들어 보는 식이다.

라따뚜이. 이게 어떤 맛이 날지는 해봐야 안다. 안 먹어봐서 모름.


 한국에서도 파스타를 먹어는 봤지만, ‘알리오 올리오’라느니 ‘까르보나라’라느니 구체적인 명칭과 그 맛을 연결 지을 만큼 자주 먹거나 잘 알지는 못 했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에서 레시피를 찾아, 반복해서 보고 직접 만들기까지 해도 이게 제대로 만들어진 건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 생긴다. 가끔은 괴상한 맛이 나기도 하는데, 어차피 혼자 먹을 음식이기 때문에 괜찮다. 내가 먹기에 거북스럽지 않을 정도면 된다. 다행인 건 요리 실력이 늘어 날이 갈수록 성공률은 높아지는 편이다.                    

버섯 크림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한국에서 버섯 크림 파스타를 먹어 본 적이 별로 없어 이게 맛있는 건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며칠 전에는 같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커피 내리는 기계를 선물 받았다. 그동안 인스턴트커피를 타 먹는 것으로 만족했었는데, 원두에서 직접 내려 먹으니 확실히 맛이 좋았다. 하는 김에 커피 음료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카페라테는 우유만 타면 되니까 너무 쉬워서 제쳤고, 아인슈페너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역시 한국에서 몇 번 먹어는 봤지만 아인슈페너가 어느 나라 말인지, 맛있는 아인슈페너가 어떤 맛인지 잘 모르는 체 레시피를 보고 따라 했다. 마트에서 크림을 사다 거품을 내고 그대로 커피에 얹어 먹었다.                   

아인슈페너를 만들어 봤다.
크림은 처음 만들어 봤다.
도대체 이게 뭐야 싶었던 크림. 크림을 잘 못 산 건지 아니면 휘핑을 잘 못 한 건지 너무 되직하고 느끼했다.



 빵도 만들어 봤다. 평소에 단팥빵을 좋아해서 팥을 중국인 마트에서 사다 쑤었다. 앙버터를 만들어 보았다.

팥을 쑤는 건 상당한 인내를 요했다.


 라우겐이나 바게트같은 빵이었다면 더 맛있었겠지만, 핫도그 빵을 갈라 팥을 채우고 버터를 큼직하게 썰어 넣었다. 앙버터는 못 하는 집에서 먹어도 맛있다. 내가 만든 것도 맛있다. 어떻게 맛없을 수 있겠나. 버터와 설탕과 팥의 조합인데.

앙버터는 최고시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온다 하여 카레를 만들었다. 보츠와나에는 인도인들이 꽤 이주해 사는지 인도 음식점이 많고, 인도 식재료도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인도식 카레 가루를 구해다 인도식 카레 비슷하게 만들어 봤다. 출국 전에 인도 카레에 맛을 들여 몇 번 좋은 식당에서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꽤 비슷한 맛이 났다. 물론 그 식당에서 먹었던 것처럼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한국식이나 일본식이 아닌 인도식 카레다운 맛이 났다.


한국에 단호박이 있다면 여기엔 Gem squash가 있다. 단 맛과 향이 약해서 좀 아쉽기는 한데, 딱 단호박 그 맛이다. 전자레인지에 대충 찌고 씨를 파내고, 속에는 옥수수 등을 채워 오븐에 잠시 구웠다. 한식집에 가면 단호박을 갈라 이것저것으로 속을 채운 단호박찜이 하나씩은 있는 것 같았다. 여기서도 비슷하게 따라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좀 아쉬운 단호박 맛
크기와 모양이 귀엽다.


 고구마도 역시 맛이 좀 아쉽긴 하다. 대신 값이 저렴해서 자주 사 먹는 편이다. 그냥 먹기엔 밍밍한 맛이라 가운데를 가르고 치즈를 채워 오븐에 구웠다.                    

고구마는 즐겨먹는 야식





 보츠와나에도 중식당이 있어서 탕수육을 먹을 수는 있는데, 한국처럼 맛있을 리는 없다. sweet and sour pork 쯤의 이름으로 불리는데, 군대 급식 탕수육보다 맛없다. 평소 탕수육을 좋아하므로 유튜브에서 열심히 배워 시도해 보았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전분 반죽을 잘 못했는지, 고기에서 반죽이 다 벗겨져 튀기고 나니 튀김옷 따로 고기 따로로 분리되었었다.  두 번째에는 좀 나았지만 고기를 안 좋은 걸 썼는지 누린내가 심하게 나서 몇 젓가락 먹다 개를 줬다.

 세 번쯤 하니까 만족스럽게 나왔다. 유튜브에서 탕수육 만드는 영상도 여럿 보고 레시피도 여기저기서 찾아 취할 것만 취해 보았다. 너무 많이 튀겨서 색이 탁해지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소스도 괜찮았고. 네 번째 하면 충분히 만족스럽게 나오지 싶다.

세 번째 탕수육. 나름 만족.

                 

뒷정리가 많아지는 게 흠이다.

                   

소스에 들어간 당근을 실제로 먹는 사람이 있으면 제보 바랍니다.





 엊그제는 스테이크에 소스를 끼얹어 가며 먹어보았다. 다진 양파, 마늘, 크렌베리 주스, 먹다 남은 와인, 버터, 밀가루 등을 넣고 졸여 만들었다.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만큼 맛은 좋아지는 것 같다. 재료값만 따지만 얼마 안 되는데, 맛은 훨씬 좋았다. 아무래도 자주 소스를 만들어 먹게 될 것 같다.

소스가 있어야 고기 맛도 배가 되더라.






 오일 스파게티의 기본 중 기본이라는 알리오 올리오. 재료가 단순한 만큼 요리사의 솜씨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길래 도전 정신을 갖고 시도해 보았다. 구글에서 대충 레시피를 검색하고 2~3번쯤 따라 했는데도 맛이 없었다. 유튜브에서 알리오 올리오 만드는 법 영상을 몇 차례 살펴보고, 여기저기서 레시피를 찾아다 작심하고 만들어 본다. 타이머로 시간을 재어가며 최대한 흉내를 내보려고 했는데, 여전히 별로 맛이 없다. 그저 약간의 마늘향과 고추에서 나는 약간의 매콤함 그리고 꾸덕한 면과 기름 맛이 전부인데...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내가 못 만들어서 그런 건지? 한국에 있을 때도 알리오 올리오를 먹어 본 기억이 거의 없어, 맛있는 알리오 올리오가 뭔지 잘 모르겠다. 

알리오 올리오





 요즘 스페인 요리를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는데, 스페인에 가본 적도 평소에 스페인 요리를 즐겨 먹지도 않기 때문에 스페인 요리가 뭔지 모른다. 단지 빠에야나 까수엘라 등 이름 조처 낯선 음식들이 조리법이 쉽고, 그 쉬운 조리법 덕에 자주 눈에 띄다 보니 시도해 보게 되었다. 까수엘라 같은 건 그저 올리브 오일에 마늘을 넣고 조금 익히다가 각종 해산물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그만이니 라면만큼이나 쉬운 음식처럼 보였다.

 문제는 '각종 해산물'이다. 보츠와나는 Land-locked 나라라서, 그러니까 다른 나라의 육지로 둘러 쌓인 나라라서 바다가 없다. 흐르는 물이라고 해봐야 조그마한 개천이나 저수지가 전부다. 나라 경제 사정 상 냉장차가 많지도 않을 것이다. 당연히 해산물이 정말 비싸다. 칵테일 새우 800g을 샀는데 거의 2만 원 꼴이다.

 신선하고 큰 생새우를 사고 오징어를 사서 그럴싸한 까수엘라를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새우는 맛이 없었고 오징어는 어디서 사야 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결국엔 자잘한 칵테일 새우와 버섯만 잔뜩 넣고 기름에 끓였다. 맛있을 리가 있겠나. 기름 맛만 가득했다.

뭐랄까... 새우 버섯 기름 절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까수엘라는 실패했고, 까수엘라 만든다고 쓴 기름을 버리기 아까워 재사용했다. 까수엘라도 결국엔 마늘 기름이라 이거 알리오 올리오랑 똑같네 라는 생각에도 미쳤다. 그럼 다시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 볼까 하다, 여전히 바다 맛에 미련을 못 버리고 마트를 또 뒤진다. 굴 통조림이란 게 있더라. 굴을 넣고 파스타를 하면 '바다 맛'이 좀 나지 않을까? 싶었다.

 알리오 올리오와 비슷하게 조리하다 막판에 굴 통조림을 까서 넣었다. 아주 기가 막힌다.

 아니.... 기가 막힌다기보다 기가 차는 맛이다. 동네 개들이나 줘야겠다.


기가 차는 맛. 통조림 굴 파스타.




https://youtu.be/0mdX5NiSHJQ

https://youtu.be/Fy3rTWeb-Kk


https://kopanobw.blogspot.com/


이전 04화 보츠와나에서 지역 교육청 출제위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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