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밍줌마 Dec 24. 2022

'제주어'에는 "안녕하세요?" 가 없다.

제주 사투리 에피소드


가끔 친구들이 내게 "제주 사투리로 "안녕하세요?"가 뭐냐고 

물을때면, 갑자기 대답을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안녕하우꽈"정도로 나와 있는데, 사실 이런 인사표현은 거의 쓰지 않는다.


제주사람이 "안녕하세요" 사투리를 검색해보는 이 아이러니함! 이라니...


위 사진은 제주공항 도착장 전광판에 떡! 하니 매달려 있건만, 저런 인사는 쓰지 않는다는점!


외국 가서도, "HI ,HELLO , THANKYOU 는 기본중의 기본이건만, 왜 제주말에는 없는걸까?




 제주는 일단, 외딴섬이기도 하고, 과거 조선시대에는 '금족령'에 갖혀, 씨족사회내의

오로지 친족/지인 위주로만 살았기 때문에 낯선사람들과 인사나눌 일조차 없었던 탓일까?

나도 잘 모르겠으니, 이런저런 상상만 해본다. 


제주 사람들은 길거리등에서 마주쳤을때 "어디 감수과?"(어디 가셔요?)를 보편적으로 많이쓴다.

사실, 난 상대방이 어디가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데, 적당한 인삿말이 없으니, 결국 쓰게 되고,

상대방이 그에 대한 답변을 함으로써 소소한 안부 교환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굳이 내 목적지를 알리기 싫을때는 "그냥 볼일 있어서 "라며 얼버무린다.

 가끔 친인척이나, 가까운 지인을 오랜만에 만났다면, "오랜만이우다! 그동안 잘 삽디가?"

하지만, 오랜만의 만남이 아니고 자주 봤었다면,또 "어디 감수과?"를 하게 된다.


솔직히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해야는데, 이또한 애매한 경우가 있어, 가장 무난한 인사가 "안녕하세요"인데, 사실 그에 해당하는 적절한 인사말이 없다. 어린 친구들도 "안녕!"이라는 표현보다 "어디 가멘?"(도대체 어디가는게 왜 그리 궁금한건지 ㅎ ㅎ) 을 훨씬 많이 사용한다.




고향 떠난지가 오래된 나로서는, 제주에서 친정 부모님과 같이 외출등을 하였을 경우, 부모님이 지인등을 소개시키며 "인사드려라!" 할때 참 난해할때가 많았다. 

보통 무난한 인사인 "안녕하세요" 대신 어떤 인사말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안녕하세요"라고 해도 되지만, 연령대가 있으신 어르신들께는 암암리에 '제주 사투리'를 꼭 써야한다는 어떤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제주 사람인데,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다소 거리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미 아는 사람과의 만남은 안부인사로 대충 퉁친다해도, 타인과의 인사나눔에서 적절한 '제주어'는 분명히 없다.




몇달전에 친정에 머무르며, 엄마와 새벽운동을 따라 나간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오랜 운동 멤버들이 형성되어 있었고, 엄마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일찍 나옵디가?"라며 인사를 나누셨다. 


그분들도 "안녕하세요?"라며 답인사를 하셨다. 이웃분들에게는 "어디 감수과?"로 인사하시던 엄마가 그곳에서는 "안녕하세요?"라고 하길래 "엄마! 저분들은 제주 사람 아니우꽈?"라고 물으니, "제주 사람!"이라고 대답하신다. 


"그런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거야? 라고 물으니, "음! 적당한 말이 없어서.. "안녕하세요?"인사가 좋쟎아! 라며 대충 얼버무리신다. 




뭐 "안녕하세요" 인사말 없다고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제주어에는 15세기 타지역에서는 사라진 고어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있다고 한다.


한국인이어도 쉬이 따라하지도, 알아듣기도 매우 쉽지만은 않다는 고귀한 제주 사투리에, 가장 대표적 인사말이 없다는건 뭔가 아쉬운 부분이다.




작가의 이전글 집에 도둑이 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