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에서 승객들의 탑승 업무 슈퍼바이징을 하고 있었다. 한 명 승객 제외 모두 탑승 완료였다. '김홍식'(가명)이라는 30대 후반 남자 승객이 미탑승이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임박했기에, 모든 직원들이 '김홍식' 손님을 소리 높여 부르며 지나가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승객들을 스캐닝했다. 그때 갑자기 꽃무늬 원피스 입은 아름다운 여성 승객이 헉헉 거리며 달려오더니 '제가 '김홍식'이에요'라고 했다. 순간 나는 남자 이름을 가진 여성승객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타이항공 탑승손님 맞죠? 전 남자 승객인 줄 알고, 남자 손님만 찾으러 다녔네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분이 대답한다. " 그래서 제가 '방콕'가는 거잖아요"라고 밝은 얼굴로 답했다. "이게 무슨 말이야?"라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방콕에 '성전환 수술'을 받으러 간다는 뜻이다. 몇몇 연예인들의 '커밍아웃'을 필두로 많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더 이상 숨기거나 고민하지 않고 사회여러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다. 사회 전반적 인식도 점차 열려가는 모습이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엄청 껄끄러워하는 난해한 질문이기도 할뿐더러, 그들의 대답 한마디에 지지율이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래서 오늘은 그들의 얘기를 해보려 한다.
태국 의사의 '성전환 수술'실력이 세계 일등이고 가격도 괜찮다!라는 소문 때문에 방콕으로 수술하러 가는 승객들을 자주 만난다. 예쁜 여성 승객이 내미는 여권에 남자 사진이 있고 주민번호가 '1'로 시작되어도 더 이상 '본인 여권 맞냐?'라는 질문을 굳이 안 해도 될 정도로 직원들은 익숙해져 있다. 신입직원이 와도 이런 부분을 미리 교육하여 승객이 곤란해하지 않게 한다. 물론, 성소수자 분들도 예전처럼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 하는 행동이 덜하다. 또한 그분들이 수술하고 돌아오는 항공편에서는 미리 입국장에 휠체어를 준비해 놓으라는 메시지가 온다. REASON(이유): GENDER REASSIGNMENT, 또는 SEX CHANGE OPERATION (성전환 수술). 수술 후에는 당연히 걷는 게 불편하고, 더구나 보호자가 없는 경우도 많아 , 이런 업무는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승객도 '제가 성전환 수술을 받아서 그러니 '기저귀 가방'도 좀 들어주세요"라고도 한다. 수술하고 난, 그들의 얼굴이 참 평화로워 보인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과거, 오래전, 이런 수술이 흔하지 않던 시절 (물론, 태국 성소수자들은 많이 했지만) 수술받고 가시는 승객과 그 어머니를 기내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어머니가 '물'을 달라며 내가 일하는 'GALLEY'로 오셨다. 수심가 득한 어머니의 모습에 괜한 위로를 건네고 싶어 '어머니! 정말 대단하세요! 따님이 엄청 고마워 할거 같아요! 태국에는 성소수자 분들이 너무 많고 , 수술 후에도 건강히 잘 지낸다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성전환 수술하면, 호르몬약도 평생 먹어야 하고, 수명도 십 년 이상 짧아진다는 말도 있어, 반대했지만, 자식을 어찌 이길 수 있는가? 늘 어둔 그늘에서 죄인처럼 숨어 지내는 걸 보느니, 차라리 수술해서 행복하다면 도와주고 싶었다!'며 아주아주 조심스러운 미소를 보이셨다. 그리고 '정말로 수술해도 건강하게 지내는 거 맞죠?"라고 재차 다시 물으셨다. '그럼요! 지금 여기 우리 승무원들 중에도 몇 명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사실, 타이항공 입사 후, 방콕에 살며 가장 놀랐던 것은, '게이'(당시 30년 전에는 성소수자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가 너무 많다는 거였다. 식당을 가고 백화점을 가도 손님이든, 상인이든 게이가 너무 많았다. 예쁜 아가씨인 줄 알았는데 굵은 목소리여서 놀래고, 누가 봐도 남자 골격인데 여자보다 진한 화장과 짧은 치마를 입어 한동안 쳐다봤다. 놀라운 건, 태국인들이 그들을 너무 자연스럽게 대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남자''여자''성소수자' 이렇게 세 개의 성이 존재하는 국가였다. 그들은 어떤 차별 없이 사회 일원으로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다. 회사 입사 등에 있어서도 차별받지 않으므로 타이항공 근무 중 여기저기서 '게이'들을 만났고 어느 순간 발랄하고 애교 많은 그들과 엄청 친해졌다. 대두분의 '게이'들은 소위 '붙임성'이 좋고, 감수성도 풍부하고 매력덩어리들이 많았다. 나이 많은 50대 '게이 FLIGHT MANAGER' 조차 여자 흉내를 내거나, 앙탈 부리다가도, 승객에게 섬세하게 서비스하는 모습을 보았다. '게이'들의 친절한 서비스 정신 또는 모습 때문에 '타이항공'에서는 오히려 선호한다라는 말도 들었었다. 하루는 비행 중 '게이 승무원'이 호들갑을 떨며 내게로 왔다. "와!! 내 이상형 승객을 봤어!! 나 너무너무 떨려! 전 남자 친구랑 많이 닮았어! 나 어떡하면 좋아? " 내가 물었다. "와우! 좌석번호 몇 번인데?'' 그가 답했다 "58H"... 그 자리로 가보니 핸섬한 이탈리아 남성이 흰 셔츠에 가슴털이 살짝 보일락 말락 할 정도로 단추를 오픈한 채 근사한 자태로 앉아있었다. 게이 승무원이 말한다. "왠지 저 승객도 나한테 관심 있는 거 같아! 난 눈빛을 보면 그도 '게이' 인지 아닌지 알거든!" 그리고 그 승객에게 과도하다시피 친절한 서비스를 계속하였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반짝이며 내게 말했다 "58H 승객 연락처를 받아냈어, 다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처음에 어색하던 이런 종류의 일들이 점점 익숙해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비행 중에는 남자 유니폼을 입었다가, 비행 끝난 후에는 다시 화장하고 치마 입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조종사 중에도 물론 있었다.
그 조종사가 말했다 "파고다 공원에 '한국 게이'들의 술집이 많다해서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야 하냐고?" 30년 전 당시 무지렁이 나는 말했다 "우리 한국에는 '게이'없어!"라고. 그가 다시 말한다. '한국에서는 '게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 안 좋아서 모두 숨어있어서 내가 모르는 거라고. '한국이 태국보다 선진국인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너무 보수적이라 한국 '게이'들이 불쌍하다고.
가끔 나는 장난을 쳤다. '게이'승무원의 팔짱을 끼거나 껴안아 스킨십을 시도하며 "Do you feel something? 그러면 그는 답한다. "No No!!! not at all! feel nothing! I am gay "라고 당당히 답했다.
epilogue
'게이'라는 단어가 공식 영어이고 당사자들도 "I am gay"라고 당당히 말하기도 하니, 다소 불편하게 느끼지 않기를 바랍니다. 타이항공 입사 후, 많은 'gay'를 접한 저로서는 전혀 이질감 없고 사랑스럽고 애정이 많습니다. 부디, 우리 사회도 '글로벌'세상에 맞추어 그들을 편히 안아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