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위 상단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주머니 부분 15cm가량을 얼기설기 꿰매어놓은 것을 볼 수가 있다.
어찌 된 사연인지, 그 스토리를 풀어보려 한다.
6년 전 겨울, 대학입학한 큰딸을 축하하기 위하여, 우리 네 식구는 서유럽 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행 내내, 가이드는 유럽여행에서 '소매치기'를 주의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했고, 자연스레 가족의 여권과 현금이 든 지갑은 내담당이 되었고, 또 족쇄가 되었다.
가방을 크로스로 메고 지퍼를 단단히 잠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너무 많은 박물관이나, 사진 찍느라, 나도 모르게 방심한, 순간에는 화들짝 놀라 몇 번이고 핸드백을 확인하는 게 일이었다. 사진 찍기에 진심인 두 딸들 소지품 맡아주고, 때로는 사진사가 되어주느라 나와 남편은 100% 온전히 여행에 집중 못하는 순간이 꽤 있었다.
누구나, 진심으로 사진 찍고 싶어 하는 'HOT PHOTO SPOT'에서는 줄이 너무 길었고, 줄을 서다 보면, 가이드가 빨리 오라며, 재촉하니, 주로 딸들 먼저 찍어주고 우리 부부는 대충 넘어가는 식이었다.
여행첫날, 우리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였다. 당연히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볐고, 입장도 10명-20명씩 나누어 혹여, 폭발물등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등 공항 수준의 보안 검색을 하며 입장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모나리자'의 그림 앞은 마치 콩나물 지하철만큼이나 인파가 몰려, 이리저리 파도처럼 밀려다니고 있었다.
아예 사진 찍기를 포기한 첫째딸과는 달리, 둘째 딸은 '모나리자' 그림을 좋아한다며, 그 엄청난 군중의 파도와 싸우며 관람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물관을 나와, 버스에 오르는 둘째를 바라보노라니, 패딩점퍼 주머니가 칼로 예리하게 찢긴 것이 보였다.
그렇다. 모나리자가 두 눈 뜨고 시퍼렇게 바라보는 그 앞에서 그녀는 '소매치기'의 타깃이 되었던 것이다. 다행히 그녀의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핸드폰도 손에 들고 있었기에, 다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냐며, 위안하였다.
물론, 가이드는 울 딸을 예로 들어가며, 다시 '소매치기'조심! 을 외쳐대고 있었다.
그렇게 여행은 계속되었고, 가족들의 소지품을 담당한 나는 은근히 여행의 피로도가 높아졌다.
한국에서는 이렇게까지 '소매치기'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기에, 우리나라가 그리워지기까지 했다.
무사히 여행은 지속되었고, 마지막 여정은 로마의 '콜로세움'이었다. 이곳도 '소매치기'로 매우 악명 높은 도시였기에 다시 긴장하며 여행을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큰딸이 갑자기 새로 산 '아이폰'이 없어졌다며 새하얗게 질린 채 울고 있었다. 고등학교 내내 공부하느라, 2g 핸드폰만 사용하다가, 대학입학 기념으로 아이폰을 새로 구입한 거였는데, 이렇게 '로마'에서 '유괴'당할 줄이야.....
내가 건네준 '쿠크다스' 한 조각 먹으며, 잠시 방심한 사이에 누군가 그녀의 호주머니에서 살포시 꺼내간 것이다. 때마침 그녀가 입고 있던 옷도, 위 사진의 찢긴 패딩이었다. 워낙 사람도 많고, 패딩이 오버핏이라 큼지막하다 보니, 큰딸은 아무 느낌이 없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우리 식구는 우리 패키지 그룹의 '인싸'가 되어버렸다.
보는 사람들마다, 괜찮냐? 어떡하냐? 안 다쳤으니 다행이다! 여권 잃어버린 게 아니니 괜찮다! 등등의 인사말을 들어야 했다. 특히 큰딸은 마치 '내 아기를 유괴당한 기분이다'라며 속상해했다.
가이드는 나중에 분실 관련, 보험보상받으려면, 현지 경찰에 신고하여, '분실확인서'를 발급받으라 하였다.
하지만, 겨울의 유럽은 금세 어두워져 그 주변에 오래 머무를 수도 없었고, 우리 식구로 인해 여러 사람 여정을 망칠 수도 없으니, 경찰에 신고도 못한 채 그 자리를 떠나올 수밖에 없었다.
호텔로 돌아와, 우리는 한국 통신사로 전화해 '분실신고'를 하였다.
그리고, 가족회의를 하여, 다음날 출국시 공항 경찰에서 '소매치기 신고를 하기로 했다.
원래는 사건발생 인근 경찰서에서 신고해야한다 하니, 공항에서 소매치기 당한것처럼 white lie 를 하기로 했다.
이튿날, 로마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나와 큰딸은 '공항 경찰대'를 찾았다.
(한국에서도 경찰서 한번 갈일 없었는데, 유럽여행와서 '경찰서'를 방문하게 될줄이야...)
그런데.. 그들은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우리에게 별로 집중해 주지도 않았다.
NO ENGLISH!!.. 만을 외치며 자기들끼리 잡담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소매치기'당하는거 정도는 너무 흔한일이라는듯,,, 아님, '아시아'사람이라고 무시하는건지... ??)
그렇다고 조용히 포기하고 가기에는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일단, 상석으로 보이는 곳에 앉은 나이 있어보이는 경찰에게 다가가, 우리의 찢긴 패딩을 보여주며,
공항에서 수속하는도중, 소매치기 당했으니 분실확인서 작성을 해달라고 정중하지만, 강하게 읍소했다.
나의 강력하고 단호한 눈빛을 읽었는지, 그분은 영어를 하는 담당자를 연결해 주었고, 분실확인서 작성을 할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30여만원 정도의 보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구입한 지 한 달도 안 된, 최신형 아이폰, 게다가 10 여일의 여행사진이 가득 들어있는 핸드폰이라 큰딸의 상심은 매우 컸다. 본인이 얼마나 허술해 보여, 소매치기를 당했냐? 며 자책도 하고,핸드폰도 그리고 사진도 너무 아깝다며 울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더욱 꼼꼼해지고 본인 물건관리 철저히 하는 걸 보니, 그 사건으로 인해 얻은 점도 있긴 한 거 같다.
두 번이나, 악몽을 가져다준 위 사진의 패딩이 꼴도 보기 싫어, 대충 나대로 꿰맨후 방치하고 있었는데, 요사이 나의 겨울산책용 단벌 유니폼으로 톡톡이 제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다 ㅎ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