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었다고 한다. 특히 여배우들은 머리가 긴 까닭에 위사진처럼 아예
화면을 머리카락이 다 막아버리니 그 고충이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바람이 맘처럼 금세 잦아드는 것도 아니고..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촬영이 자꾸 지연되니 얼마나 짜증 났을까?
제주의 시도 때도 없는 바람은, 여행객들의 '사진촬영'마저 철저히 방해하여 원하는 곳에서 사진을 못 찍고 속상한 기억이 많으리라. 어찌어찌 찍었다한들, 귀신 혹은 사자머리 같은 사진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으리오! ㅎㅎ
머리만 엉망이 되는 게 아니라, 겨울의 제주바람은 두꺼운 패딩을 뚫고 살갗을 뚫어 '체감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행여, 제주의 영상기온만 믿고 얇게 입었다가는, 영하를 돌파하는 '체감기온'에 여행의 '참맛'은 못 느끼고 결국차 안이나, 카페 안에서만 머물게 되는 불상사가 생기는 경우가 매우 많다.
제주의 날씨 혹은 바람은 한라산을 기점으로 매우 다르게 펼쳐진다.
한라산이 품어주는 서귀포나 남제주군은 바람도 덜 불고, 더 포근하다.
반면, 제주시나 북제주군은 한라산이 등지고 품어주지 않으니 바람도 훨씬 강하고, 훨씬 더 춥다.
이런 날씨의 영향으로, 남제주군쪽은 '귤농사'를 많이 하고, 북제주군쪽은 '밭농사'를 많이 한다.
특별히, 한라산의 가운데 자락에 포옥 안긴, 서귀포 '남원'이나 ' 위미' 지역 귤맛은 최고이다.
북제주군에서는 '귤'이 바람의 영향 때문에 '토질'도 안 좋고 생채기도 많이 나고, 맛도 별로이니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당근''양배추''무'등의 구황작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제주의 바람은 제주사람의 성향마저 바꿔 놓았다고 한다.
'귤농사'를 지어 형편이 좋은 남제주 사람들에 비해 '북제주'의 사람들은 밭농사로 살림이 어려우니,
'어부'나 '해녀'등의 일을 추가로 해야 했고 더 억 센 삶을 살아내야 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북제주 여자'는 '엄청 드세다''억세다'라는 말이 있었고, 북제주 쪽으로 누군가 시집을
간다면 '고생길이 뻔하다'라는 말도 있었다.(물론, 그분들의 내면은 따뜻하지만)
어찌 되었건, 세월은 흘러 이제 제주섬은 제주인의 것 이라기보다,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가 되어
관광객이 넘쳐나고, 몸살을 치르고 있다.
과거, 해풍이 심하여, 쳐다보지도 않던, 바닷가 마을은 '바다'를 꿈꾸고 선망하는 외지인들에 의하여 엄청나게 발전되고 땅값은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 '고생길'뻔한 곳인 바닷가마을로 시집갔던 여인들이 모두 '갑부로 변신하고 있었다.
내 고향인 '서귀포'가 최고야! 우린 서귀포에서 '귤농사'지으니 이만큼 윤택하게 살고 있는 거야! 라며 호기롭게 말씀하시던 울 아버지!! 이제는 " 이럴 줄 알았으면 울딸도 바닷가 마을로 시집보낼걸..."라고 하시며 농을 건네신다. ㅎㅎㅎ
여담으로...
바람 때문에 생겨난 제주의 '혼드민턴'을 소개하려 한다. 원래 배드민턴은 둘 이하는 운동인데, 제주의 강한 바람으로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생겨난 '신조어' 또는'신형 스포츠'이다. 워낙 맞바람이 강하여 셔틀콕이 상대에게 넘어가는 게 아니라, 다시 내게 돌아오므로 혼자서도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