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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밍줌마 Jan 29. 2023

기내에서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는 여인들

비행 에피소드

과거 지상직 근무 중 일이다.


방콕에서 도착한 비행기에서 태국사무장이 두 명의 승객을 데리고 나오더니, 기내에서 두 여인 간의 '머리끄덩이 잡기'싸움이 일어났다며 내게 인계했다.


하필, 한국 승무원이 없었고 두 승객이 영어소통도 잘되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korean lady is very rough and strong!!"을 외치며  싸움 말리느라 ,비행내내 얼마나 힘들었었는지를 표현하고자 애썼다.


20대로 보이는 여자승객과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승객..


사건의 발단은,이러했다.


 앞죄석에 앉은 50대 아주머니가 뒷승객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등받이를 젖혔고, 당연히 뒷 테이블 위의 오렌지쥬스가 반쯤든 컵이 넘어졌다. 기내 담요를 덮고 있었던지라, 20대녀의 옷이 젖진  않았지만, 이 상황에 분노한 20대녀는 앞 좌석을 강하게 발로 차며 본인의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등받이는 왜 젖히냐? "너 때문에 옷이 다 젖었다""뚱뚱해서 좌석이 비좁으면 비즈니스를 타든 지, 돈도 없는 주제에 이코노미 탔으면 얌전히 타던가!" 이런 식의 과도한 대응은, 살짝 미안해하던 50대녀를 또다시 자극해 버린 것이다.


좌석 등받이 문제로 터진 갈등은 "너 몇 살인데 반말이야?""내가 돈이 없다고 왜 단정해?""꼭 비즈니스 타야 부자야?" "등받이는 펼치라고 있는 건데 뭐가 잘못이야?""오렌지는 담요에 쏟아졌지 너 옷은 말짱하잖아!"

등등의 말다툼과 손가락질로 확장되었고, 그 손가락을 잡으려다 머리끄덩이를 잡는 바람에 몸싸움이 펼쳐진 것이란다.


비행기 하기후, 내게 상황설명을 쏟아내던 두 여인은 다시 울분이 솟꾸치는 듯  2차전에 돌입하여, 다시 언쟁을 이어나갔다. 그 와중에 담당 사무장이 내게 다가와, 두 여인의 싸움이 너무 커져, 결국 한여인을 비즈니스 빈자리로 옮긴 후에야 진정국면에 들어갔다고 살짝 귀띔을 해주었다.


 


중재를 해야 하는 나로서는 누구 편을 쉽사리 들 수가 없었다. 가슴이 답답하면서도 둘 다 이해도 되고, "왜 이리 각박하게 살까?"라는 안타까움만 들었다. 그러던 중, 20대녀는 지방으로 가는 예약된 기차시간에 맞춰야 한다며, "항공사 좌석 등받이를 젖힐 수 없도록 다 고정시키게 본인이 본사로 메일을 쓸거라 했고, 50대녀를 경찰에 고소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니 "너 각오해!"라며 싸늘하게 50대 녀를 노려보고 가는 거였다.


 그 후, 50대녀는 나를 붙잡고 눈물을 쏟아냈다. "비행기 등받이를 일일이 허가받고 젖히는 거냐?""오렌지 좀 쏟았다고 이런 개무시를 당해야 하냐? ""딸같이 어린년한테 이런 말 듣고 심장 떨려 죽을 거 같다!""그년이 내게 발길질해서 내 종아리도 멍들었다며 발개진 종아리까지 치마를 걷어가며 보여주셨다.


사실, 이런 일을 처음 겪는 건 아니었다. 승무원 시절에도 이런 의 다툼으로 승객들에게 불려 다니며

중재하고 대신 사과하느라 애간장이 녹았던 적이 많았다. 도대체 나는 무슨 이유로 이리 "죄송하지만...""조금만 양해를.." "제가 대신 사과드려요!"등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 건지? 이 와중에 말투라도 거슬리게 하면 사건의 핵심이 "말투"로 옮겨가 엉뚱한 클레임을 당하는 봉변까지... 말이다.


 


최근 미국 항공사를 필두로 단거리 노선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좌석등받이를 움직이는 "recline" 기능을 없앤다는 뉴스를 봤다. 이 기능으로 인한 '승객 간의 싸움''승무원의 고충'을 덜어준다는 차원이라고 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개이득'이라 할 수 있다.  이 기능은 고장이 잘 나는데 '수리'하느라 생기는 '인건비''수리비'를 절감하고 이 부품을 없애면, 좌석무게가 가벼워져서 '유류비'도 엄청 절약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비행기 여행을 해야만 하는 나로서는 너무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다. 단거리면 몰라도, 장거리를 90도 정자세로 가야 한다는 건 '형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클라인'기능은 승객이 편하게 여행하라고 만들었으므로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비행기 이착륙 또는 식사시간등에는 정자세로 해야 한다.


이후 수면을 취하거나 할 경우, 최대 눕힘 기능 각도에서 50% 이하정도이면 굳이 뒷좌석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서서히..... 그리고 뒷좌석 상태를 한번 살핀 후에 펴주는 게 좋다. 50% 이상 각도로 펼쳐야 한다면, 정중히 뒷좌석 승객에게 허락을 구하고 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물론 '뒷좌석'승객 본인도 등받이 기능을 대부분 쓰고 싶어 할 것이므로 굳이 "NO! 너 절대 등받이 눕히지 마! "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어찌 비행기뿐이랴? 기차든 시외버스든 우리는 늘 이런 선택의 순간에 놓이고, 밀당을 하고 , 때론 험한 싸움을 야기시키고 있다. 위에 제안해 드린 몇 가지만 조금 조심해 준다면, 우린 즐거운 여행길에 굳이 얼굴 붉히는 일은 없지 않을까?


다행히, 위 언급한 20대 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시 메일로든 전화든 연락이 오진 않았지만,

항공사에 근무했는 나로서는, 이런 상황이 너무 힘들었던 거 같아 오늘도 주절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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