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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밍줌마 Mar 06. 2023

'내겐 너무 어려운 강아지 키우기'

'강아지 키우기 대소동'

"엄마! 나 강아지 좀 사줘! 학교 갔다 오면 텅 빈 집이 너무 쓸쓸해! 내가 강아지 다 돌볼 테니까 제발 제발.. 응응 응?" 둘째 딸은 날마다 울며불며 졸라댔다.


이에 반해, 첫째 딸은

"절대 안 돼! 난 강아지가 너무 싫어! 털 날리는 거도 싫고 그냥 무섭고 싫어! 싫다고!"

도대체 전생에 강아지랑 무슨 원수를 지고 태어났는지, 큰딸은 길가에 이쁜 강아지를 봐도 무조건 피해 다니며, 보기만 해도 도망 다니기 바빴다.


 이렇게...나의 두딸은 

요새 유행인 MBTI 도 완전 상극이고, 식성도 반대고,생김새도 틀리고, 옷 입는 취향/스타일도 다르고..

과연 같은 부모에서 태어났나 싶게 다르고 다른 게 넘치도록 많은 자매이다.



위 강아지 사건은 대략 12 년 전 딸들의 초등학교 시절 얘기이다.


어느 날, 밤늦게 퇴근하고 오니, 화장대 위에 둘째(당시 초3)가 아래 사진처럼 구구절절한 메시지를 올려둔 걸 발견했다.


아예, 강아지 이름까지 지어놓고, 강아지를 사준다면, 열심히 생활할 거고, 엄마가 강아지 때문에 신경 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언니도 열심히 구워삶아 , '아주 아주 작은  강아지일 것'이라는 전제하에, 언니허락도 받았다고 한다.



나도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긴 하지만, 키워본 경험도 없었고, 꽤나 깊은 고민이 되었다.

남편은 "알아서 하시오! 단, 내게 강아지 관련 일은 절대 시키지 말 것!이라는 전제를 달며 회피했다.


나의 주변인들은  강아지 키우기의 장/단점을 낱낱이 설명해 주며..


" 심사숙고해서 결정해라! "

" 애들이 다 알아서 하겠다!"라는 등의 말은 절대 믿지 말 것이며 결국 엄마일이 될 것이다.

"하나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므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

"매우 힘들지만, 또 그만큼의 위로와 행복을 얻게 된다!"

등등 온갖 종류의 조언들을 쏟아 주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강아지를 사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당시 맞벌이 생활을 하면서 잠도 모자라고, 회사일도 힘들고, 체력도 떨어지고  등등..

극도로 예민해지다 보니, 자꾸 남편이나 애들에게 짜증 내는 상황이 빈번했다.

부부싸움도 자주 하고, 화내는 상황이 많다 보니, 자매끼리도 툭하면 싸우고 집안 분위기가  자꾸

좋아 지는 것이었다.


왠지 강아지를 데려오면 우리 집안 '분위기 메이커'가 돼줄 거 같은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결국, 근처에 있는 백화점 지하 '애완견 SHOP'을 찾았고, 그중에 가장 작은....

태어난 지 20여 일 밖에 안된 '티즈'를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되는 사태를 초래하게 되었다.

강아지 집/방석/가방/울타리/사료/샴푸/치약 등등 거금을 쏟아부으면서도, 티즈의 그 귀염뽀짝함에  잠시 이성을 잃고 말았다.


신이 나서 폴짝폴짝 난리가 난 둘째 딸.. 그저 멀리서 바라만보는 첫째 딸..

직접 데려오니 애정이 생기는지 눈에서 '하트' 뿅뿅 날리며 "쓰담쓰담"해주는 남편..

대충 그런 분위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에 두들겨 맞은 듯 '현타'가 오는 것이었다.

쉬는 날 잠시 '낮잠'을 자는데 계속 강아지가 '낑낑'거리고 엉뚱한 곳에 변을 보고, 게다가 설사를 하고

등등의 사소한 사건들에 내가 너무 예민해지기시작했다.


 너무 어린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외롭게 방치하는 거 같고...

강아지가 소파밑이나 침대 아래에 변을 보고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면, 우리 집엔 변냄새가 가득할거 같, 목욕도 시켜줘야하고...게다가  강아지털이 가득한 강아지용품을 같은 세탁기를 사용해서 세탁하는 거도 찝찝하고 등등등..

온갖종류의  생각들이  나래를 펴며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집 네 식구 건사하는 거도 제대로 못하면서, 내가 뭔 일을 저지른 거야?라고까지 생각하니 잠도 오지 않았고 입맛도 떨어졌다.

원점으로 복구시켜 놓지 않으면 내가 제명에 못 살 거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의 신중하지 못했던 '돌발선택'이 죽도록 후회되었다.


그 와중에 둘째는 강아지를 물고 빨며, 배변교육 시키는 법도 공부하고 기저귀도 치우는 등 노력을 보여주긴 했다. (물론, 초반이니 그랬겠지만..)


그런데 첫째는 '털알레르기'인 듯하다며 두드러기 증상이 나타났다.

덩달아 마음은 더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빨리 원점으로 돌려놔야만, 강아지에게도 좋고, 둘째가 상처도 덜 받고, 나도 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울 집으로 온 지 3일째정도 되던 날, 학교에서 돌아온, 둘째에게 내가 죽어도 못 키울 거 같으니, 원래 SHOP에 돌려주자며 애원에 애원을 거듭했다.

이 에미의 '무지몽매'를 부디 사하여 달라고 빌고 빌어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둘째가  맘바뀌기 전에, '행동돌입'해야 한다 생각하였고, 강아지 용품을 다 챙겨 들고 구입했던 '애견샵'으로 갔다.

사장님은  깜짝 놀라시며, 하루를 키웠어도 이건 '파양'이라고 강아지를 못 받는다 하셨다.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나를 나무라셨다.


"네네 압니다!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돈은 전혀 돌려주시지 않아도 되니, 무조건 받아주세요! 강아지에게 너무너무 미안하니, 부디 꼭 좋은 주인에게 연결해 주세요!"라눈물로 호소하며 수십 번 절을 했다. 그리고 도망치듯 그곳을 나와버렸다.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에, 아침산책을 하며, 우리 집에 잠깐 왔었던 위 사진의 말티즈('딸기')생각이 나서 적어 보았다.


이제는 애들도 컸고 퇴직했으니, 강아지 한 마리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하나의 생명을 오랫동안

책임져야 된다는 생각에 쉽게 결정을 못 내리겠다.

여전히 둘째는 '언니'독립하라 하고, '강아지' 키우자며 강아지 영상만 끊임없이 보여준다.

이에 '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강아지든 고양이든 싫다고 눈을 부라린다.


'애완동물' 얘기만 나오면 딜레마에 빠지는 우리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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