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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차밍줌마
Mar 18. 2023
고추튀김과 세탁기.
오래전 방송 출연 이야기
앞글에서, 라디오 방송에 사연 나온 얘기를 하다 보니 또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SBS 서울방송이 1991 년 개국을 하였고, 토요일마다 방송되는 '행복 찾기'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40대 후반분들은 좀 아시려나?
'최선규''김창숙' MC였고, 서민들의 소소한 일상 및 감동적인 편지소개 그리고 출연자들의 실제재연 등으로 꽤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때는 바야흐로, 1996년 어느 날, 당시는 승무원을 그만두고 지상직 근무를 김포공항에서 하던 시절이였다.
하루는 TV 시청 중이었는데, 두 MC는 소개하고픈 감동사연이 있으면 방송국으로 보내달라며 계속 읍소하고 있었다. 불현듯 방콕에 지내는 동안, 받았던 아버지의 편지가 떠올랐고, 그중 한통을 대충 골라 방송국에 보내게 되었다. (우체국으로 가서 보낸기억이 있다.)
그리고 대충 잊어갈 즈음,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내 사연이 당첨되었으니, 방송국에 나가 직접 출연을 해야 하며, 참고영상이 필요하므로 직접 제주 부모님 댁을 방문하여 촬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STAFF의 목소리가 상당히 들떠 있었다.
"아유! 시청자님 덕분에 우리가 제주까지 가게 되어 너무너무 기뻐요. 휴가도 아닌데, 우리 촬영팀들 제주갈생각에 다들 흥분되어 있답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라는 것이다.
사실, 당시만 해도 SBS는 제주에서 방송시청이 안되던 시절이다.
자연히 제주도민들이 사연을 보내기도 어려웠고, 우리 부모님도 "우린 그 방송국도 모르고 촬영해도 시청도
못하는데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야? 라며 당황해하셨다.
담당 PD는 "아무 걱정 안 하셔도 된다. 그저 부모님 생활하는 모습이랑 인터뷰만 조금 담아 올 거니 걱정도 부담도 NO NO !! 라며 나를 안심시키는 거였다.
이후, 촬영을 잘 마쳤다며 엄마에게서 보고 전화가 왔다.
나는 궁금증이 폭발하여,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이에 엄마는 아빠의 편지내용에
1. 과수원에서 '소독'하고 집으로 돌아와 라는 내용이 있어.. 갑자기 '소독'하는 모습을 재연해야 했고,
2.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고추튀김'을 같이 만들어 먹고 싶다는 내용 때문에 '고추튀김' 준비하느라 너무 힘들었다며 좀 투덜대시는 거였다.
사실, '고추튀김'이 얼마나 만들기 번거로운 음식이던가?
모두들 엄청 좋아하지만 만들기 매우 귀챦아 쉽게 먹기 힘든 당시였는데,,
,,
내가 취직 후 '태국'으로 출국하기 전, 우리 식구들이 집에 모두 모여 앉아 '고추튀김'을 만들었던 추억을 아버지가 편지글에 쓰신 거였다.
울식구 다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버지는 고추 배가르고 고추씨 파내기, 엄마는 고추 속에 넣을 고기 양념하기.
남동생 1은 고추 안에 소 집어넣기, 남동생 2는 밀가루 묻히고 계란물 입히기
나는 튀겨내기 등으로 분업하여 요리를 하며 얘기꽃을 피웠던 게 아버지는 너무 기분이 좋았고,
항상 생각나고 가슴에 남아...
그 내용을 편지에 쓰신 거였다.
평소 부엌 출입은 하지도 않으셨던 아버지가
몸소 같이 요리를 하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었던게 가슴에 좋은 추억으로 '똬악' 박혔던까닭이다.
편지내용이야 그럴싸하게 감동적이겠지만, 엄마는 갑자기 '고추튀김' 만들라는 제작진의 요청에
재료준비하고 , 소 만들고, 튀기고 ,,, 옆집 아줌마까지 오셔서 도우시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며
힘들었다고 내내 말씀하셨다.
"야!! 이왕이면 좀 간단한 부침개 같은거로 하지..
왜 그 복잡한 '고추튀김'을 써가지고 ..
이 난리를 하게 하는거여ㅠㅠ"
덕분에 제작진들은 "맛있는 고추튀김 실컷 먹었다!"며 감사하다고 내내 인사를 전해 오셨다.
'행복 찾기'는 생방송이었다.
약속된 시간에 방송국으로 가니, '메이크업''헤어'등을 정리해 주시고 간단히 대본도 주시고
제주 친정집 다녀온 얘기도 해주시며 긴장을 풀어주셨다.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아버지의 편지를 낭독하게 되었고, 그 배경화면으로 부모님이 과수원 돌보시는 모습.
고추튀김 만드는 모습, 그리고 인터뷰 장면 등이 나왔다.
결국, 이 방송은 당시 사귀었던 현재의 남편이 녹화를 해주었고, 녹화테이프를 제주로 보내 부모님이 시청하게 되는 번거로운 절차를 또 밟고 있었다.
이후, 방송국에서 '출연선물'이라며 대형 세탁기를 보내오셨고, 몇 달 후 나의 혼수품이 되어
우리 식구들의 옷세탁을 완벽하게 도와주었다는 전설이 있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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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많은 옆집 아줌마의 ...그냥저냥 사는 이야기 랍니다. 들어보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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