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체육시간등, 몸터치가 있을수 있는 순간에 발현되는, 선생님의 '매너손' 동작은 우리 여학생들에게 더 호감이었던거 같다. 우리를 아이라고 생각하여, 마구 터치하는 일부 몰지각한 남자 선생님들에 비해, 조심히 여학생들을 신경써서 다루어주시는게 감동이었다. 위험하거나 다치기 쉬운 상황에서는 온몸으로 막아내느라대신 다치셔서 깁스를 오래 하신적도 있었다.
그러니, 어찌 아니 반할수 있으리오! ㅎㅎ
솔직히 그 나이때는 이미 사춘기 2차 성징이 나타날때였고,알거 다 아는 나이인지라 그런 부분이 더 크게 느껴진거 같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이 퇴근하시다 들렸다면서 우리집을 방문하셨다.
제주의 시골집 대문은 늘 열려있었고, 우리집은 오가는 꽃구경 방문객이 늘 많은탓에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딸 담임선생님의 방문인지라, 엄마는 급히 저녁도 차려내시고, 이후에는 맥주까지
사와가며 서로 담소를 나누셨다. 부모님과 나이도 얼추 비슷하고, 여러모로 대화가 잘 통했던지 밤 늦도록
술자리가 계속 되었던 기억이 있다.
좋아하는 선생님이기도 하고, 우리 부모님과 정겹게 대화나누시는게 무조건 좋았다.
어느정도 취기가 살짝 올라온 후에는 나를 부르시더니, 대문의 장미 한송이를 꺽어 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장미꽃잎을 뜯어내어 맥주잔 위에 띄우시더니, 행복가득한 모습으로 한모금을 또 들이키셨다.
술은 급히 먹으면 실수하기 쉬우니, 조심해서 먹는거라고 하셨다.
다시 가을이 되어, 국화꽃 향기가 진동하던, 어느 저녁날에도 갑자기 우리집을 방문하셨다.
이번에는 집안에 들여놨던, 국화꽃 화분에서 국화꽃잎을 몇개 뜯어내어 맥주잔에 흩뿌리시더니,
향기 한번 맡고, 맥주 한잔 들이키고를 하며, 세상 다가진 행복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 표정이 그리 설렐 일이던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있었던거 같다.
오늘 이유없이 새벽에 잠이깨어, 동네 공원 산책에 나섰다.
지난 3-4월을 미친듯이 수놓았던 벗꽃의 향연은 자취를 감췄고, 이제 내차례라며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는 장미넝쿨이 보였다.
그래서.. 그냥그냥..옛날 생각이 났다. 잠시 멜랑꼴리 해졌을 뿐이다.
요즘 시골 우리집 대문에는 장미대신 엄마가 담벼락에 꽂아놓은 다육이들이 폭풍성장하고 새끼를 치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저 무심히 꽂았을 뿐인데..번식력이 좋다며 엄청 기특해하신다.
화산섬에서 잘 자라는 ,제주에서만 볼수있는 그저 '제주 넝쿨 다육이'라고 한단다.
친정집이 제주 올레길 7코스 중간쯤에 있는 까닭에, 이제는 올레길 관광객들이 울집앞에 발길을 멈추고 사진찍기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