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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밍줌마 May 13. 2023

선생님이 남자로 보여요 !!

스승의 날 기념 고백 (2편)

*앞의 1편부터 앍어주셔야 이해가 된답니다*

https://brunch.co.kr/@kopkunka/343



그렇다!

철저한 계획하에, 막차는 성공적으로 놓쳤고, 난 선생님과 한밤의 데이트를 꿈꾸며 가슴이 콩닥거렸다.


시내에서 떨어진 학교이니, 택시잡기도 결코 쉽지않고,

선생님은 원래 자전거로 출퇴근 하셨으므로, 당연히 나를 자전거에 태워서 집까지 데려가 주실것이다.


어떤말로 대화를 시작할까? 나의 치명적인 매력을 어떻게 발산해야 할까?

자전거 뒷자리에 앉게되면..

허리는 어느정도 강도로/어떤 포즈로 우아하게 잡아야 과하지 않고 적절한 사제지간의 아름다움이 연출되려나? 등등 혼자 온갖 시나리오를 써봤다.

 

막차가 지나가고 있음을 먼발치에서 확인했고, 교실에 홀로이 불을켜고 매우 매우 당황한척/놀란척  표정으로 앉아 내사랑 선생님을 기다렸다.


모든 학생을 성공적으로 귀가시켰다고 확신한 선생님은 우리교실에 불이 켜져있음을 확인하고, 매우 매우 놀란 표정으로 황급히 달려오셨다.

 

"아니 너 왜 집에 안갔니?"

"영어사전을 두고와서 가지러 교실로 돌아왔다가 막차 놓쳤어요! 죄송해요"

(잠시 매우 무거운 정적이 흘렀고, 선생님 기분이 많이 안좋아 보였다.)

"하 그런거야?  어떡하지? 음... ..그럼말야..일단 교무실가서 부모님께 막차 놓쳤다고 하고..데리러 오시라고 전화하자!"


이러시는게 아닌가?

헐ㅠㅠ  뭐라고라고라?



세상에나.. 이런식의 전개를 기대한게 결코 아니건만,, 이렇게 되면, 난 도대체 뭔짓을 한거야?" 왜그리 머리를 굴렸던거야?"

라는 탄식도 잠시, 전화를 받은 아빠는 오토바이로 나를 데리러 쏜살같이 달려오셨다.


결국...선생님등에 살포시 기대는게 아니라..

 아부지 허리를 잡고 집으로 가게 된것이다.


"와 우리딸 웬일이야?  막차를 놓치다니? 울딸이 이리 허당이었나?정신 좀 차리고 다녀!" 라며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아버지는 계속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다.


 

  이토록 허망하게 '막차사건'은 종결되었고, 선생님을 향한 사랑의 불꽃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맹렬히 타올랐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왜 그리 선생님은 잘 생겨만 보이는지...지그시 감고 '윌리엄 워즈워드'의 영시를 읊으실땐 어찌 그리 분위기 있으신지..속눈썹은 왜 저리도 까맣고 풍성한건지.. 그의 애프터 쉐이브향은 왜 미치도록섹시한지...

치열하게 사랑을 갈구하며 덤벼드는 무서운 소녀들을 무안하지 않게 어찌나 해학적으로 잘 소화하며 달래주시는지..


모든것이 참으로 좋았다.

그저 좋아하지 아니하고는 견딜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날마다 그의 꿈을 꾸었다. 적어도 꿈에서는 나의 남자였다. 그의 하얀손을 편하게 실컷 마구마구 잡을수 있었으므로

..

 

그렇게 1학기가 지나며 방학을 맞이하게 되었다.

방학에 대한 설렘보다는, 선생님을 자주 못본다는 생각에 그저 걱정만 되었다.

혼자 속앓이를 하려니 넘 힘들고 한번쯤 고백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방법을 모색하다가  또!! 기막힌 방법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바로 !!

방학때 친구와 선생님께 편지를 쓴후, 편지알맹이와 봉투를 바꿔치기 하는 방법이었다.


친구에게 ‘내가 영어선생님을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사랑의 고통이 너무 커서, 공부도 안되고 미치겠다!!

어떡하면 좋으냐? 고백을 할까말까? 조언좀 해줘!" 대략 그런 내용의 편지를 썼고, 선생님 봉투에 넣어 보낸것이다.


사랑고백의 후련함과 동시에  선생님이 과연 어떤반응을 보일지 너무나 궁금하여 방학내내 콩닥거렸다.

밤에 쓴글이라 오글거리기도 했고, 너무 솔직하게 써서 선생님께 부담드린거 같기도 하고,

온갖 잡생각으로 날마다 걱정이었다.


BUT!!

그렇게 맘고생한게 무색하게도 ..

개학후,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은 활짝 웃으시더니.. ‘’편지 잘 받았다. 근데 친구랑 알맹이가 바뀐거 같더라. 돌려줘야하나? “ 하시며 어깨를 한번 감싸주고 그냥 가셨다. 그게 전부였다.

 하하하!! 


그리고 그냥 그렇게 속앓이만 하다가 졸업을 했고, 졸업식날  선생님이랑 같이 사진을 찍는데 그러셨다.

"너 아마 대학가면 선생님 생각 하나도 안날걸..그때도 선생님 생각해준다면, 진짜 사랑으로 인정할께!"

라며 풍성한 미소를 안겨 주셨다.


정말....아니나 다를까?

선생님 말씀처럼..

대학생활은 너무도  즐거웠고, 그 와중에 눈이 뿅! 뒤집어지게 멋진  어떤 남자선배마저 만나고 나니, 선생님 기억따위는 저멀리로 아스라히 사라져 버리고만 있었다.

(남편  아닙니다. ㅎㅎ)

  


그리고!! 그렇게...

다시 30 여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해

'스승의 ' ...이었다. (2017-18년즈음)


갑작스레...

혼자 보내는 호젓한 시간과  멜랑꼴리 음악에 센치해지더니,,,

"나에게 진정한 스승은 누구였을까?"....라며

괜시레 과거를 떠올려 보는 내가 있었다.


그리고  나를 그토록  몸살나게 했던 영어 선생님이  화라락 생각났다. 


어떻게든 찾아내어 연락드리고 싶은 욕망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SI

3편은 놀라운  감동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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