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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밍줌마 Aug 09. 2022

승객이 소개해준 '남자'

비행 에피소드(3)

‘1990 해외여행 자유화’이후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는 단체 여행객으로 늘 만석이었다.


단체별로 빨강모자를 쓴다든지, 혹은 노랑티에 단체이름을 쓴 모임 이라던지 비행기는 알록달록 승객들로 붐볐다.


그중 한 손님이 갑자기, 내게 오시더니 “아가씨! 요기 빨강모자 쓴 사람들 내이름으로 커피 한잔씩 다 돌려줘!” "결제는 내가 할겨!"


 반말이지만, 친척 아저씨처럼 전혀 거부감 없는 다정다감한 말투였고 너무 귀엽게까지 느껴졌다.

“손님! 커피는 무료이구요, 이따 식사끝나면 다 서비스 해드릴거에요” 라고 대답했다.


 이후에도 자꾸 나를 손짓으로 부르셨고 “우리가 해외여행이 처음이라 많이 도와달라!”며 태국에 대해서도 물어보시고 입국신고서 작성등도 도와드렸다.


"외국 비행기라 말 안통할까봐 걱정했는데, 아가씨 덕분에 너무 편한 여행이야! 아가씨는 애국자야! "국위선양 한다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세요!"라며 엄지척도 해주시니, 일하는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방콕 도착후 너무 고마웠다며 갖고오신 사탕도 내 에이프런 주머니에 가득 넣어주셨는데, 꽤나 유쾌하신 분이라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후로 4-5일 정도 지난후 다시 서울행 비행기에서 근무하는데, 마침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시던 그 손님 일행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정말 인연이 깊나벼! “ 라시며 조심스레 내게 “혹시 애인 있냐?”라고 물으셨다. “아직 없어요” 라고 답하니, “내 아들이  대기업 다니고 잘생긴 엘리트인데 한번 만나보면 어떻냐?”고 하셨다.


 그래도 초면에 그런 제안을 쉽게 승낙하기가 어려워, ‘제가 내일이면 다시 방콕으로 돌아가야해서 좀 어려울거 같아요” 라고 정중히 거절했다.


 그렇게 승객분과 작별하고, 비행기에서 짐을챙겨 입국장을 지나가는데, 저쪽에서 그분이 나를 부르며 달려오셨다.

“우리 아들이 마침 공항에 마중을 나왔으니 인사라도 나누라!” 하며 옆에 아드님을 소개하셨다. “오우!!” 인연이 되려는지 그분의 첫인상이 매우 좋았다. 다음에 한국 비행오면 연락하라며 명함을 주셨다.

 

그분이 현재의 남편이 되었을까요? 아닐까요?

'답'을 말하면 재미가 없으니 상상하는 묘미를 남기며 물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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