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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김 Aug 30. 2022

여자친구 여름비 그리고 슈만

고백이란 내리막의 시작일 뿐, 고통스러운 사랑의 절정 슈만 시인의사랑

발행시간: 2022년 8월 30일 13:25

copyright reserved @ 지나김

글쓴이 지나김 (예술마케터 & 예술감독)


알고보면 소름돋는 이유있는 클래식 샘플링

음악가의 사랑을 담은 아이돌과 K팝

"고백이란 내리막의 시작일 뿐" 슈만 시인의 사랑

[고통스러운 사랑의 절정 슈만 클라라 슈만 그리고 브람스]



고백이란 내리막의 시작일 뿐 슈만 시인의 사랑, 여름비

세상에 편안한 성공이란 없다.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더욱 뼈저리게 드는 생각이다.


천재라 불리는 이들에 의해 태어난 음악, 그림, 문학 작품을 바라보고 논하며

우리는 그들의 작품에 감탄하고 천재성에 경이로움을 표한다.


전율을 일으키는 감동의 근원이 어디인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다.

작품을 마주하며 내면 어딘가부터 솟아오르는 묘한 만족감과 감동을 만끽하기에도 벅차다.

그래서 흔히 그저 천재라서 가능한 작품이라 당연시 여기고 만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사실은 세상에 드러난 주옥같은 작품들지금은 천재라 칭송받는 그들이 스스로 휴지조각처럼 던지고 짓밟아버린 수많은 작품 중 선별된 작품이란 것이다.

그에 더해 때로는 그 천재들이 살아가던 시절 감당하기 어려운 비난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아는 상당수의 천재 예술가들의 삶은 다소 비정상적이거나 혹은 비교적 원만해 보인다면 엄청난 인생의 비극을 통과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들의 천재성이 비극을 부른 것인지,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같은 비극적 환경이 그들을 천재로 만든 것인지

무엇이 먼저인지 감히 논할 수도,  알 수도 없지만

그저 평탄하고 무난한 삶을 살았다고 알려진 천재 예술가는 적어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로버트 슈만, 평탄하지도 무난하지도 못했던 또 다른 천재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인기 걸 그룹 여자친구의 여름비는 작곡가 로버트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의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Op.48)'을 샘플링한 곡이다.

헤어짐의 슬픔을 담은 가사와 달리 음악은 밝고 경쾌하며 여자친구라는 그룹이 연상시키는 특유의 상큼함까지 담고 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쏟아지던 여름비처럼 갑작스레 다가왔었던 사랑이 있겠죠" (여자친구의 '여름비' 중)


갑작스럽게 다가온 사랑의 설렘 그리고 이내 찬란하게 빛났던 잠시 동안의 추억이 된 사랑을 노래한다.

이 곡이 샘플링한 슈만 '시인의 사랑'은 평생 그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 대문호 바이런, 호프만, 하이네 중 하이네의 작품, 노래의 책(Buch der Lieder)에 클래시컬 멜로디를 완성한 걸작이다.

하이네(Heinrich Heine)가 쓴 노래의 책(Buch der Lieder)  

슈만과 하이네, 둘 모두는 고통의 절정을 보이는 사랑을 경험하였다. 하이네의  사촌 자매를 향한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이야기,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 슈만의 사랑 이야기는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꽤나 잘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피아노 신동으로 불리던 아홉 살 클라라는 그의 아버지의 제자였던 열여덟 살 슈만을 만난 이후 사랑에 빠져 연인에서 아내가 되었다. 그러나 처음 그들의 관계를 알게 된 클라라의 아버지는 작곡가로서는 무명이어서였는지 다른 이유로든지 슈만을 인정할 수 없었다. 당대 유능한 피아노 교육자였던 클라라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비크는 이들과 법정공방을 이루면서까지 그들의 사랑을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이 아버지의 승낙을 받고 완벽하게 이뤄진 1940년, 그들의 행복한 삶을 증명하듯 슈만의 감미로운 작품이 쏟아져 나와 그들의 사랑은 그저 아름름다워 보이기만 한다.  그의 작품 '시인의 사랑' 역시 같은 해에 완성되었다. 1940년은  '노래의 해'라고도 불릴 만큼 슈만은 클라라와의 행복을 증명하듯 많은 작품을 쏟아냈다. 순수하고 로맨틱하며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사랑이다.


슈만과 클라라 비크 슈만

결혼 이후 안정된 생활을 누리며 슈만은 교향곡 1번(Symphony no.1 in B flat major, op.38 'Spring')과 4번(Symphony no.4 in D minor, op.120)을 작곡하고 독일뿐 아니라 오스트리아까지 이름을 알렸다. 슈만이 작곡하면 클라라가 그 누구보다도 슈만의 예술적 영혼을 고스란히 대변하듯 피아노로 작품을 세상에 드러냈다.  이후 뒤셀도르프 관현악단 지휘까지 맡게 되며 명성과 경제적 안정까지 얻게 된다.


그러나 오케스트라 단원을 리드하고 소통하고 화합을 이뤄내야 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책임은 예상대로 사교적이지 못한 그에게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고 이전부터 시달려온 우울과 환청 증세도 악화되기 시작한다.

무려 6명의 자녀에 이어 7번째 아이를 임신한 클라라를 보살펴야 하는 가장으로서 그는 예술가로서의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불행한 천재음악가는 잠시 동안의 고통 해소와 정상적인 생활을 해 나가기 위해 아편에 의지하게 된다.   


이때 그들 앞에 등장한 또 다른 천재 음악가가 바로 청년 브람스다. 당시 선술집이나 카페에서 생계를 위한 연주를 하며 살던 무명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브람스는 슈만의 절친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요하임의 추천으로 슈만과 연을 맺게 된다.


슈만은 브람스의 작품에 감탄을 하며 그의 평론지였던 '음악시보'에 그의 음악을 극찬한다. 슈만의 칭찬과 함께 자신의 작품을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연주하는 클라라를 만나게 된 브람스는 자신보다 14살이나 연상인 스승의 아내를 향한 평생 동안의 운명적 짝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스승과 제자로,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로, 그리고 부부이자, 연인이자, 친구, 그리고 고차원적 예술적 감상을 나누는 끈끈한 동료의 묘한 경계선 어딘가에서 함께 생활한다.


그러나 갈수록 심해지는 정신 분열 증세와 아편 중독으로 인해 슈만은 점차 일생생활도 할 수 없을 만큼 삶이 피폐해지고 급기야 라인강에 몸을 던지기까지 한다.




헬마 잔더스 감독, 클라라 슈만 역의 마르티나 게덱, 슈만 역의 파스칼 그레고리, 브람스 역의 멜릭 지디의 2010년 개봉한 독일 영화 '클라라'는 이 세명의 천재 음악가가 동시대에 같은 장소에서 살아가며 그려낸 믿기 어려우리만큼 묘하고 비극적인 삼각관계를 보여준다.


아름답고 순수하다고만 생각했던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도 슈만의 환청과 아편 중독 그리고 클라라를 향한 집착과 질투로 인해 고통의 끝을 보여준다.


영화는 그의 정신병으로 일곱 번째 아이를 임신한 클라라를 급기야 폭행하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그런 상황 가운데에서도 스승의 아내를 병적으로 집착하고 사랑한 청년 브람스의 모습도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

그저 '천재 작곡가', 혹은 '웅장한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한 위인' 정도로 알던 브람스가 이렇다 함은 나로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오랜 시간 무려14세 연상의 스승의 아내를 향해 평생토록 비정상적인 플라토닉 사랑을 끊임없이 쏟아냈던 인물이란 사실이 떠오를때면 새삼 놀랍고 낯설다.

클라라가 작곡한 작품을 연주하는 브람스 그를 지켜보는 슈만과 클라라

어디까지가 각색이고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슈만이 그의 병마로 떠난 직후 브람스는 클라라 슈만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며

"당신을 끝까지 지킬게요. 당신이 세상을 떠나면 뒤를 따라  함께 떠날 거예요. 그렇게 당신을 슈만에게 데려다 줄게요" 라 속삭인다.

예술적 감성과 마인드를 제한 온전한 정신으로는

혹은 지극히 평범한 나로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소름 돋는 사실은 브람스는 실제 슈만의 죽음 이후 지속적으로 클라라와 어떠한 형태로의 연을 지속적으로 이어 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클라라 슈만이 세상을 떠난 1896년 이후 약 1년 뒤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천재 시인 하이네, 천재 작곡가 슈만과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의 사랑의 완성으로 탄생한

16개의 가곡으로 구성된 '시인의사랑' 그 첫 번째 곡인 '아름다운 5월에(Im wonderschonen Monat Mai')를 샘플링한 여자 친구의 '여름 비'가 담고 있는 소녀감성의 청명한 사랑은;

 

'시인의사랑' 첫 번째 곡답게 어쩌면

사랑의 가장 첫 순간에만 경험하게 되는 감정일지 모르겠다.

"사랑고백은 내리막 길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하이네의 표현처럼...


워너뮤직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SchumannDichterliebe Op.48




시인의 사랑 중 첫번째 곡 아름다운 5월에

  

너무나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가 피어났을 때

내 마음속에는 사랑이 피어났네

너무나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가 노래했을 때

나 그녀에게 고백했네 내 그리움과 열망을


시인의 사랑 중 아름다운 5월에 감상하기

Dichterliebe Op. 48: Im wundersschönen Monat Mai - YouTube


테너    Ian Bostridge

피아노 Julius Drake


글 예술 마케터 지나 김

발행시간: 2022년 8월 30일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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