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가의 악마적 기교 파가니니, 최초의 아이돌 리스트와 블랙핑크
발행시간: 2022년 9월 19일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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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나김 (예술마케터 & 예술감독)
블랙핑크가 '핑크베놈' 이후 '셧다운'으로 다시 전 세계를 들뜨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곡 '셧다운'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작은 종을 의미)'라는 클래식 음악을 샘플링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블랙핑크가 선택한 '라 캄파넬라'는 많은 사람들이 한번 정도는 들어봤을 법한 귀에 익숙한 곡이다.
데뷔하자마자 놀랍게도 세계 무대에 저력을 입증한 최초의 K팝 아이돌 블랙핑크, 그들이 이번 '셧다운'에 '라 캄파넬라'의 멜로디를 가져온 이유는 뭘까?
'셧다운'이 샘플링 한 '라 캄파넬라'는 리스트의 '파가니니에 의한 대 연습곡' 6개의 곡 중 3번째 곡으로 알려져 있다. 원 작곡가인 니콜로 파가니니(Niccolo Paganini 1782-1840 이탈리아의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이고, 이후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 헝가리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가 편곡했다.
이 두 거장이 등장하면 으례껏 이들과 함께 했던 당대의 예술가들이 함께 거론되기 마련이라, 이번 편에서는 그 시대를 풍미했던 여러 예술가들의 이름이 등장할 예정이란 소식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셧다운' 발매 소식과 함께 '블링크(블랙핑크'의 팬 클럽명)'라면 이미 모두 한번 즈음 '라 캄파넬라'를 검색해 보았을 것이다. '리스트',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파가니니에 의한 광시곡'이니 연습곡이니 하는 내용이 가지런히 보여 작곡가가 누구인지 조차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리스트'가 작곡한 '라 캄파넬라'인 줄 알았는데, '파가니니'라는 이름이 보여 '파가니니'를 찾아보면 느닷없이 악마가 등장한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작곡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보여 헷갈리기도 하고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 그리고 리스트의 파가니니에 의한 대연습곡 S.141
'라 캄파넬라'는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b단조 중 3악장'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3악장에 작은 종이 묘사된 부분이 있는데, '리스트'가 이 부분을 모티브로 '작은 종에 의한 화려한 대환상곡(Grand Fantasia de Bravoure sur La Clochette, 1832)'을 작곡한다. 이 곡이 바로 '라 캄파넬라'의 시초이며 어렵기로 악명높다.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찾다 보면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이란 곡명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소 지루하고 복잡한 내용일 수 있으나) 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자체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와 '바이올린 협주곡' 중 일부 멜로디를 가져와서 '에튜드(연습곡)'으로 편곡한 곡집이다.
그리고 이후 동일한 곡을 조금 쉽게 편곡한 곡이 '파가니니에 의한 대 연습곡'이다. 파가니니의 예술성은 리스트에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 리스트의 작품에서 파가니니의 흔적을 종종 발견되는데, 예를들면 '라 캄파넬라'의 멜로디가 리스트의 여러 작품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라 캄파넬라'의 출처가 헷갈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하튼, 예술가로서 이미 뛰어난 입지에 있던 리스트에게까지 그토록 강한 영향력을 미친 파가니니의 예술성이 궁금해진다.
1832년 파리는 콜레라 대유행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는 그들을 돕기 위한 자선콘서트를 개최하였다. 당시 21살이었던 리스트 역시 이 콘서트에 관객으로 관람하게 된다. 청년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뛰어난 예술성과 화려한 기교가 가득한 연주를 듣고, 그처럼 화려한 테크닉과 예술성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파가니니에 대한 그의 심경은 당시 그가 제자이자 친구였던 피에르 올프에게 보낸 편지에 잘 드러나 있다.
2주 동안 내 마음과 손가락은 마치 길 잃은 영혼처럼 움직인다네.
호메로스, 성서, 플라톤, 로크, 바이런, 위고, 라마르틴, 샤토브리앙, 베토벤, 바흐, 훔멜, 모차르트, 베버가 모두 내 곁에 있다네.
나는 이들을 공부하고, 명상하며, 분노로 집어삼킨다네.
매일 5시간을 손가락 연습(3도, 6도, 옥타브, 트레몰로, 연타, 카덴차 등)에 쓴다네.
만약 내가 미치지 않는다면, 자네는 내 안에서 예술을 찾을 수 있을 걸세!
그래 예술…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지.
리스트가 거론한 모든 예술가를 다 알지 못해도 괜찮다. 익숙한 이름도 그렇지 않은 이름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파가니니의 연주와 예술 혼이 음악가로서의 리스트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쳤는가는 쉬이 짐작해 볼 수 있다.
파가니니는 어떻게 리스트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을 사로잡았을까?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 음악가 파가니니는 아버지에게 음악 기초를 배운 이후, 9세에 작곡한 '캄파넬라 변주곡'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14세 경에는 이탈리아 순회를 통해 그의 이름을 알렸다. 파가니니의 엄청난 연주를 들은 관객이 심히 감동하여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키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실제 나폴레옹의 여동생이자 루카의 군주 '엘리자 보나파르트'는 그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기절하곤 했다. 어느 날 엘리자는 두 개의 활로 연주를 선보이는 파가니니에게 하나의 활만으로 연주하기를 요청하고, 파가니니는 실제 G 현 하나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을 만들었는데 그를 평생 따라다닌 '악마에게 영혼을 판 예술가'라는 악명이 여기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젊은 시절 그가 목 졸라 죽였던 애인의 창자를 꼬아 만든 줄이라는 괴기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괴소문과 함께 말이다.
빈, 런던 파리 등 유럽 사교계와 예술계를 휩쓸던 그는 프랑스 혁명의 여파로 수감된다. 바이올린이 유일한 위안이었던 수감 생활 중 습기에 썩은 바이올린 활이 한 줄만 남게 되어 간수에게 줄을 구해주기를 부탁해보지만 줄을 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파가니니는 바이올린 연주를 멈추지 않았고, 단 한 줄로 연주하는 그를 본 간수는 경외감을 넘어 악마적인 존재로 그를 전하기도 했다.
파가니니와 같은 천재적인 예술가에게 악마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은 그를 설명할 수 있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악마와의 계약' 혹은 '악마에게 영혼을 판 바이올리니스트'와 같은 타이틀이야 말고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 같은 그의 음악적 재능과 어울힌다. 파가니니의 깡마른 체구, 흐트러진 머릿결, 매부리코와 강한 광대가 그의 별명에 다소 부합하는 면도 있긴 하다.
'예쁜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뜻이 담긴 '블랙핑크'의 팀명처럼 그들의 무대는 때로 위협적이고 공격적이다. 따듯하다거나 귀엽다거나 사랑스러움을 추구하는 아이돌 그룹과는 확연히 다른 색채의 매력을 갖고 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걸그룹보다는 악마적이고 치명적인 아이돌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물론 그들은 무대 밖에서의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블랙핑크의 성공은 중독성 있는 반복, 멋지고 화려함 이상의 뮤직비디오, 격렬하게 아름답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협적이지 않으며 무대를 압도하는 킬러와도 같지만 무대 밖에서는 사랑스럽다."
출처: 2020년 영국 Vogue How Blackpink Became The Biggest K-Pop Girl Band On The Planet 2020년 5월 14일 Taylor Glasby (How Blackpink Became The Biggest K-Pop Girl Band On The Planet | British Vogue)
블랙핑크 '셧다운'은 악마적인 기교를 뽐내던 '
파가니니와 같이 K팝의 영역을 넘어 뛰어난 예술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블랙핑크의 염원을 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피아니스트로서 파가니니의 대를 잇던 리스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피아노 음악의 역사를 논할 때마다 쇼팽과 함께 그의 절친이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등장하는 인물이 리스트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엄청난 실력과 예술성은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음악은 스케일이 크다. 게다가 그는 연주자로서
강렬한 테크닉의 소유자다. 파가니니와 같이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웠던 그는 이후 (동네 피아노 학원을 경험한 한국인이라면 매우 익숙할만한 베토벤의 제자) 칼 체르니에게 피아노를 사사한다. 이후 12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공식적으로 데뷔하고 모차르트의 영원한 라이벌, 그 유명한 살리에르에게 작곡을 배우기도 한다. 그의 피아노 실력은 점차 알려지게 되며 그의 거주지, 빈 바깥까지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러던 중 그의 스승이자 지금으로 말하자면 리스트 전용 기획사 대표와도 같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그의 음악적 성향이 크게 바뀐다.
다소 음악적인 얘기이기는 하지만 덧붙이자면 그의 아버지는 고전파적 성향의 스승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력을 벗어나 낭만주의적 음악 사조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는데, 베를리오즈 그리고 이어 소개될 파가니니와의 만남 등이 그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피아노 위 베토벤의 흉상을 비롯하여 피아노 치는 리스트, 작가 알렉상드로 뒤마, 빅토르 위고, 파리의 작곡가
베를리오즈, 쇼팽의 연인으로도 잘 알려진 여류작가 조르쥬 상드, 파가니니,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 등이 그림에 묘사되어 있다. 당대 여러 예술가들과의 교류가 그의 음악적 성향의 변화에 영향이 있었음을 직잠해 볼 수 있다.
피아니스트로서 당시 명성을 날리던 리스트는 콘서트를 개최할 때마다 1,000회 이상 개최하곤 했다. 믿기 힘든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는 곳마다 성황을 이뤄 관람석은 늘 부족했다.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수천 명이 공연장에 몰려들어 공연장은 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리스트는 역사상 최초로 광적인 팬덤을 창시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단순한 음악회 이상의 쇼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기교를 선보이는 반면- 사실 피아노를 쳐 본 경험이 있다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곡 자체에서 엄청난 기교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절하는 척을 한다거나 연주 중 장갑을 벗어던지 는 등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로 인해 당시 상류층 귀부인들 중심으로 구성된 '리스토마니아'라 불리던 열성 팬덤이 생겨나며 그들은 리스트가 피우던 시가, 끊어진 바이올린 줄, 그가 벗어던진 장갑 등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무대 세팅, 조명 등 현대적인 기술의 차이를 제외하고 지금의 블랙핑크나 BTS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블랙핑크의 '셧다운'을 통해 '라 캄파넬라'는 힙합의 리듬에도 기가 막히게 어우러져 현시대의 음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조만간 파가니니와 리스트 그리고 블랙핑크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어마 무시한 메타버스 무대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위험한 상상을 해 본다.
글 예술 마케터 지나 김
발행시간: 2022년 9월 19일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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