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김 Nov 16. 2022

잠깐, 혹시 금송아지를 만들고 있었던 것 아니고?

20221116 출애굽기 32:15-35

모세가 그들이 만든 송아지를 가져다가 불살라 부수어 가루를 만들어 물에 뿌려 이스라엘 자손에게 마시게 하니라. 출애굽기 32:20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 전에도 누군가와 비교하며 살아본 적이 기억나지 않는다. 자격에 넘치는 은혜를 부어주셔서 비교적 훌륭한 환경 가운데 성장하며 자신감도 넘쳤던 것 같다. 그러나 연 이은 출산과 육아로 나를 위해 달리던 시간을 내려놓아야 했다. 엄마가 된 이후 나는 사회인으로서는 그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아주 천천히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비교의식을 보게 될 때가 있다.

내가 자유로운 몸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일인데라는 아쉬운 마음부터 멈춰 있을 때가 아닌데 마치 멈춰있는 것 같은 답답함에 스스로 약이 오를 때가 아주 많다.

상대적으로 육아의 얽매임으로부터 자유로운 또래의 남자들을 볼 때는 더욱 억울한 마음이 치솟는다.

내 머릿속은 그래서 때때로 아주 유치해진다.  


이런 내 마음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인지 나는 안다.

말로 꺼내기 민망해서 그저 그것이 성공과 명예를 향한 나의 욕구라고 감히 표출하지 못했을 뿐이다.


열심히 산다고 참 부지런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런데 그 또한 같은 이유에서부터 일 때가 많다.

스스로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아니라고 하지만, 나의 '금송아지'는 성공과 명예라고 과감히 고백해본다.

어차피 감춘다고 감춰질 것도 아니니까....


그러나 오늘 말씀은 다시 한번 나에게 인생 여정의 방향을 바로잡도록 기준을 제시한다.

'금송아지'를 바라보는 삶의 결론은 결국 가루가 된 패배의 욕망의 쓴 물을 마시게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신다.


지도자의 행방을 기다리던 이스라엘 백성이 조급함을 견디지 못해 정성껏 금을 모으고 우상도 만든다. 시간, 재능, 물질의 헌신이 아주 많이 필요한 일이다.

그들이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시선을 돌리지 않았더라면 그 많은 헌신이 결코 헛되지 않았을 텐데,

잠시 동안의 조급함을 견디지 못해 그들은 그토록 많은 시간과 물질을 모두 허비하고 죽음에 이르는 처참한 운명에 놓이게 된다.

오직 하나님께로 시선을 고정한다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이란 것 또한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한편, 모세는 '금송아지' 사건 이후 우상숭배의 죄를 범한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기도한다.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하시옵소서 그렇지 아니하시오면 원하건대 주께서 거룩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버려 주옵소서” 출애굽기 32:32


모세의 주를 향한 진실한 믿음과 대담함은 과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민족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며, 그들이 구원받지 못한다면 자신 또한 구원에서 제명해달라고 간구할 수 있는 그의 마음을 헤아리기에 나의 믿음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 또한 새삼 깨닫는다.


내가 주께 간구하는 나의 기도 제목들이 혹여 신실한 모습으로 포장된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욕심들은 아닌지 점검해본다. 나의 부지런함과 노력이 헛된 '금송아지'를 짓는 노력이 아닌지 점검하고 짚어보게 하시는 주의 은혜가 참으로 감사하다.


모세와 같이 “그들이 구원받지 못하면, 나 역시 그리하소서”와 같은 굳은 심지의 소유자이기,

어정쩡하게 걸쳐 있는 미적지근한 종이 아닌 담대한 믿음의 삶을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좋은 것을 그분께 드리면 생기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