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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보다 비싸게 경매를 낙찰 받는 사람들

직장인 경매 story

by 고프로


세번의 과장 진급 누락

이번 세번째는 누락된 후배들 조차 진급이 다 되었다.

회사에 있는 자체가 괴로웠다.

하지만 떠나기엔 먹고 살 자신만의 기술이 없었다.

왼쪽 심장에

얼굴만한 돌덩이를 매달고 사는 기분



토요일 오후 2시

경매 과외 첫 날이다.

경매로 수백억대 자산을 일군 사람과 수업이다.

짙은 눈썹, 체구는 작았지만 눈은 매를 닮았고

골격이 다부져 강인하고 매서운 아우라를 풍겼다.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대표는 지쳐보이는 가장에게 물었다

“하루 일과표가 어떻게 되나요?”

그 남자는 경매 수업은 하지 않고 일과를 묻자 다소 당황했다.

“주중에는 대구에 있고 8시 출근,

저녁 8시쯤 퇴근하고 주말에는 육아에 밀린 집안일을 합니다.”

가벼운 잡담이라 생각했던 중년의 남자의 생각과는 달리

대표는 중년의 일과표를 시간 단위로 묻고 진지하게 받아적었다.

“음,…무엇보다 경매 시간 확보가 필요합니다”

“ 경매 시간이라뇨?”

“ 매일 2시간 , 주말 5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는 고민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바꾸어야만 한다는 간절함은 대답했다.

“ 새벽 4시에 일어나면 출근 전 시간이 납니다.

그리고 주말 아침 토요일 6시 ~ 11시 시간을 내겠습니다”

대표는 월요일부터 수요일 3일동안 전국의 경매 물건을 검색하고

목요일, 금요일 2일 동안 입찰할 물건에 대한 시세 조사를 맡겼다.

그리고 토요일은 해당 물건 임장 과제를 내줬다.


회사에서 겪은 좌절감, 그리고 분노의 에너지는

어디로 갈지 몰라

남자의 심장을 괴롭혔다.

하지만 경매을 만나자

그 힘을 온전히 쏟기로 결심했다.


"월세를 3백만원 받고 싶어"

"경매로 은퇴하고 싶어"

희망찬 바램들은 그를 실천으로 내몰지 못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받은 분노의 에너지는

"간절함"이라는 감정을 만들어줬다.


새벽 3시 50분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이 떠졌다.

커피 한 잔을 내리고 물건을 검색했다.

궁금한 건 경매 대표에게 바로 물어봤다.

그는 주중 물건 검색을 하고 주말이면 임장지를 방문했다.



첫 임장지는 거제도였다.

주말 근무를 마치고 잠자는 가족들을 보며

잠이 들고

토요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다시 잠자는 가족들을 보고 차에 시동을 건다.

지금 그에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자신의 회복이 급선무였다.

조선소 불황에 공급 물량이 늘어난 거제도의 부동산은 침체기였다.

관심 물건은 3년 전만 해도 시세 1억 2천만원

경매 최저가 4천 5백만원

부동산에 나온 매물은 7천만원에 형성되어있다.


첫 입찰을 결심했다.

밀린 관리비를 확인하고 나오는 길

아파트 관리실 옆 게시판이 있었다.

해당 물건 급매가 4천만원에 나와있었다.

한 개가 아니고 여러 개다.


요즘 스트레스를 받아

눈이 이상이 있나 싶어

직접 전화를 걸어봐 확인도 해본다

맞았다


부동산 말만 듣고 낙찰 받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 이번 건은 들어가지 않는게 좋겠군요 “

그도 입찰을 포기했다.

입찰 당일 경쟁률이 무려 10대 1이다.

낙찰가는 더 놀라웠다.

6천만원

"급매가 널려있는데 이 돈을 주고 사면 어떻하라는 거지 "

그가 경매를 하는 3개월 동안

수 없이 이런 광경을 만나게 된다.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다음 경매 과외에서는 대표에게

따질 작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저히 어떻게 돈을 벌수 있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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