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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 , 피라미드 턱걸이에서 희망을 발견하다

by 고프로

매일 새벽 5시면 턱걸이를 한다.

100개를 1년째 꾸준히 하니

처음 겪었던 통증도 없어졌고

10분 안에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얼마 전 유투버 "낭만호구"님이 턱걸이를 하는데

피라미드 세트를 봤


턱걸이 피라미드 세트


1세트 10개

2세트 11

3세트 13

.

.

.


10세트 19개

11세트 20개

(세트가 올라갈수록 개수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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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라미드 세트를 따라 했다가

5세트 무렵에는 힘이 빠져 버져

도중에 포기해 버렸다.


말도 안 되는 운동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세트를 진행할수록

힘은 빠지는 게 당연치사인데

개수를 더 늘리다니


한 번 시도해 보고 두 번 다시는 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문득 인생이 이 턱걸이 피라미드 세트랑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올해 42세가 되면서

나의 체력은 더 떨어졌다

아이들은 더욱 자라 학원비 등 지출이 늘었다.

부모님은 더 연로해지셔서 내가 도와드려야 할

시간이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게다가 회사 수명은 줄어드는데

직급이 올라가며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은 더욱 많이 늘었다.


마치 턱걸이 피라미드 세트처럼

인생도 피라미드처럼 점점 힘들어진다.


20대 체력도 넘치고 나만 잘하면 되었다.

30대 체력도 좋고 회사에서 나의 업무와 내 가족만 챙기면 되었다.

40대 체력은 떨어지고 회사에서 팀원들의 업무까지 챙기고 내 가족과 부모님까지 챙겨야 한다

50대 아픈 곳이 생겨나고 회사를 은퇴하고 아이들 독립까지 경제 활동 아픈 부모님 간호

.

.

.

60대 이후의 삶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50대까지는


내 등에 중량이 계속 추가될 것이고

인생이라는 턱걸이를 계속해서 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이 두려움에 맞서기 위해

당장 턱걸이 피라미드 세트를 해봤다

역시나 5세트가 넘어가면 도저히 개수를 채울 수 없을 거 같았다.


6세트 15개를 해야 하는데

7개 하니 팔과 광배가 털려버렸다.

나머지 8개를 해야 한다

10초간 쉬고

4개를 했다

그리고 10초를 더 쉬고

나머지 4개를 했다


나머지 7세트, 8세트, 9세트, 10세트 , 11세트도

꾸역꾸역 다 해버렸다.


하고 나니 미친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인생에 대한 두려움은 말끔히 씻겼다


40대부터의 인생은 턱걸이 피라미드 세트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이처럼 꾸역꾸역 해내면

될 거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앞으로 나의 인생에는 더 많은 중량이 추가될 것이다.

이 중량을 덜어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단

더 많은 중량을 들 수 있는 인생을 만들어가 보자

그리고 내 능력의 한계에 부딪쳤을 땐

"꾸역꾸역"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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