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다닐수록, 직장을 못 그만두는 이유

by 고프로

직장을 쉽게 못 그만두는 이유


39세

그동안 너무 전력 질주 했다

퇴사를 결심 한 순간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난 선수처럼

아무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조금 적당히 했었더라면 이렇게 까지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아내와 사랑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난 잠시도 쉴 수도 없었다.


하지만, 회사를 나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나는 무엇을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수십 번 고민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은 그에 대한 답은

“식당이나 차려볼까?”였다.

외식업 프랜차이즈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오픈 개설 조건을 살펴보고 영업 담당자를 만나 상담도 받았다.

20평 기준 권리금 1억, 시설비 1억, 보증금 5천 ~ 1억 , 가맹비 등

작은 치킨 가게를 차리는데도 최소 3억 원이 필요했다.


3억 원을 투자해서 큰돈까지 아니더라도 월급만큼만 나와도 좋을 거 같았다

하지만 퇴사 후 많은 선배들이 식당, 카페를 차리고 망하는 걸 수없이 봐왔다.

1년도 안돼서 퇴직금과 전재산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진급 누락, 선배와의 싸움, 지점 발령 보다 더 나를 힘들게 한건

퇴사 후 무엇을 할지도 모른다는 막막함이었다.


오래 다니니 나의 욕망을 잊었다.


책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진정한 실업은 , 미래의 부를 가져다줄 자신의 재능을 자본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라고 했다.

나는 회사를 나올 만큼 내 재능을 자본화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심지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몰랐다.


지난 10년 회사 생활 동안 나를 숨겨오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나의 욕망보다 상사의 의중이 중요했다.

1시간의 점심시간에도 무엇을 먹고 싶은지 귀 기울 시간도 없었다.

그저 옆에서 많이 시키는 메뉴로 따라간다.

씹는 건지 삼키는 건지도 모르게 10분 안에 식사 시간이 끝난다.

그리고 아메리카노를 소화제 삼아 사무실로 들어가 다시 일한다.

밥을 먹을 때도 무엇을 먹고 싶은지 모르는 바보가 되어있었다.

그런 내가 인생 2막을 시작하는 나만의 사업을 선택하는 일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의 욕망은 나를 발견하는 길이다


내가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나의 욕망에 솔직해지는 것이 필요했다.

무엇을 먹고 싶은지 귀를 기울이고 찾아가 먹었다.

그리고 사고 싶었던 물건은 망설이지 않고 샀다.


조금씩 나의 욕망에 충실해지자

내면이 행복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욕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만 킬로를 탄 아반떼를 팔고

중고 제네시스를 뽑았다.


시속 80킬로만 넘어도 차체가 심하게 흔들렸던 아반 떼에 비해

제네시스는 160킬로가 넘어도 고요하고 안정되었다.

신세계였고 감동이었다.


과시하기 위해 좋은 차를 타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우수한 성능과 안전은 내면의 기쁨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나의 욕망에 충칠해지자

나의 내면이 조금씩 확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의 드림 리스트였던 `제주도 올레길'을 갔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은 회사에서의 일은 깨끗이 지우고

그 자리에 새로운 희망을 채웠다.


그 희망은 부동산 경매였다.

걷는 내내 돌아가면 부동산 경매를 하고 싶었다.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아니라

그 생각이 가슴 안으로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간절함, 죽을힘을 다해 경매에 몰입


진급 누락

선배의 괴롭힘 그리고 육탄전(?)

그리고 외부 지점으로 발령


그 과정에서 느꼈던

억울함, 분노, 열등감

분노의 에너지는

화산 폭발처럼 강력했다.


그리고 나를 변화시켰다.


7시에 일어나 허겁지겁 출근을 준비했던

나의 하루는 새벽 4시로 바뀌었다.

출근 전까지 경매 물건 검색을 하고

부동산 책을 읽었다.


주말은 경매 회사로 출근한다 생각하고

입찰할 경매 물건을 답사했다.


진급을 하기 위해 회사에 모든 것을 바쳤다고 생각했다

직장에서도 죽을힘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 이렇게 열심히 해도 직장에서도 안되는데 경매를 통해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자식과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감,

회사의 바닥에서 더 밀릴 곳이 없다는 절박감,

여기서 실패하면 끝이라는 생각들이 나를 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놀라운 경험을 했다.

내 앞에 주어진 일을 간절히 몰입할수록 , 더 열심히 할수록

더 큰 에너지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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