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전화 좀 부탁해

우발적 범행

by 고라니

이별은 내 예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내가 먼저 말한 이별이었지만,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무엇보다 모든 핑계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그리웠다.


그에게 문자를 보냈고,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한 발짝 떨어지고 나서야,

지금 당장 자신의 가치관과 성향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단 며칠 만에 변하지 않을 상황 속에서

다시 만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저 서로의 커리어와 결핍이 시간 속에서

충분히 위로받고 채워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에게서 처음 들어보는 말투였지만,

오히려 그런 차가움 조차 반가운 밤이었다.


그런 찰나의 안도가 꼭 필요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