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쿠지로의 여름

우리에겐 방학이 필요하다.(싱가폴 마리아베이에서 본 전경.2019.1월)

by VICKI WORKS

일본영화가 98년도에 정식으로 개방되었다는 것을 요즘 사람들이 알까요?

그 이전에는 일본영화가 개봉되면 큰 일이 일어날 거 같았는데, 십수년이 세월이 흘렀지만 그렇게 큰 영향력은 없었습니다. 그건 아마 일본영화산업이 많이 침체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96년부터 98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스텝으로 일하던 시절에 베니스국제영화제의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하나비>를 통해 기타노 다케시라는 감독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그가 만든 작품 <하나비>를 통해 감독으로서의 천재성을 알렸습니다. 그래서 당시 영화제 홍보팀원으로 기타노 감독을 옆에서 볼 수 있어서 살짝 민망함을 무릅쓰고 그에게 사인까지 받으며 팬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영화제에서 그의 다음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전작과는 달리 코미디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엄마없이 할머니와 살아가는 아홉 살 소년 마사오는 여름방학이 더 외롭습니다. 할머니가 일하러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하는 소년은 앨범을 통해 돈 벌러 갔다는 엄마의 주소를 알게 됩니다. 혼자서 엄마를 찾으러 가겠다는 소년에게 이웃집 아줌마가 어른을 붙여줍니다.


이웃집 아줌마의 남자친구, 한때 잘나가던 야쿠자 아저씨. 무표정한 얼굴로 건들거리면 마사오와 함께 엄마를 찾으러 가는 여행을 떠납니다. 사고뭉치였던 아저씨는 마사오와 다니는 여행지에서 별 수 없이 다양한 사고를 칩니다. 여행자금을 경륜 도박으로 다 잊어버리고...


그런 아저씨를 마사오는 어쩔 수 없이 의지하고 따르며 함께 여행을 계속합니다. 일본 영화음악계의 거장인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음악과 함께 여행 길에서 마사오와 아저씨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근심과 걱정을 잊어버리면 여행을 끝마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우연히 만난 이들과 어울리면서 삶의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엄마가 없어도 그리고 어른이어도 우린 주변사람들과의 소통 속에서 삶의 방향을 찾아갑니다.


만화적인 편집과 아기자기한 음악, 그리고 즉흥적인 연출로 마사오와 함께 즐긴 촬영장의 분위기,

영화를 본지 꽤 오래 시간이 흘렀지만 항상 여름에 생각나는 영화입니다.


<에필로그>

올해는 상반기까지 계속 방학인거 같다. 코로나19로 회사에서도 방학숙제를 못한 찝찝함을 가지고 상반기를 보냈다. 방학이라면 차를 타고 최소 다른 도를 넘나드는 맛이 있어여 하는데 올해는 집에서만 뒹굴뒹굴 해야겠다. 그래도 출퇴근으로 지친 나에게 집에서 여유를 부리는 시간을 주고는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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