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추억 그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일본의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
1995년 제작된 일본영화로 당시 국내에는 정식으로 개봉되지 않은 영화였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정식으로 열린 해는 1998년, 그래서 이때부터 극장에서 일본영화를 정식으로 보게 된다.
일본 대중문화가 정식으로 소개되기 전부터 당시 영화 <러브레터>는 영상관계 종사자라면 제목 정도는 들어 봤을 정도로 충무로와 여의도에서 회자되었던 작품이다.
이 영화를 봤던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여의도 한강공원을 막 달리고 싶었다’는 표현을 썼다. 기꺼해야 멜로드라마인데 과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며 주변에서 비디오를 구할 수 있는지 수소문해서 결국 영화 <러브레터>를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 히로코는 이츠키라는 죽은 남자친구를 잊지 못한다. 기억 또는 추억으로만 존재하는 실체가 없는 이츠키에게 히로코는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뜻밖에도 답장이 오고 히로코는 설렘과 두려움 속에서 편지를 이어간다.
한편 홋카이도(북해도) 오타루에 사는 여자 이츠키는 전혀 알지도 못한 사람에게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오겡끼데스까?’ 특별할 거 없는 안부편지에 무심히 답장을 하는 이츠키에게 이 편지는 추억의 책장이 된다.
히로코와 이츠키 그리고 고인이 된 이츠키까지, 세 사람은 기억과 추억을 더듬으며 과거의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히로코가 그리워하는 이츠키, 자신한테 온 낯선 편지한 통에서 시작된 이츠키의 존재를 찾아가는 또 다른 이츠키...
스무고개 같은 수수께끼는 끝나고 눈 덮인 설원에서 히로코는 그리움의 단어인 '오겡끼데스카?"를 외친다. 설원에서 외치는 그녀의 소리는 마치 그녀에게 답을 하듯 메아리로 돌아온다.
사랑, 죽음, 기억, 추억, 첫사랑 그리고 치유.
여주인공 히로코의 대사처럼 우리도 가끔 ‘오겡끼데스까?’를 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우리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 스스로가 위로받기도 한다.
이 영화를 처음 본다면 누군가의 감상처럼 달리고 싶은 기분을 느낄 거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에필로그>
곧 봄이다. 아직은 추우니까.
KBS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23.2.25. 방영)> 아오모리와 홋카이도가 소개됐다.
눈으로 뒤덮인 일본의 풍경을 소개한다.
한 겨울이 지나니 겨울을 그리워한다. 눈 덮인 도시를 보니 새삼 눈 내리는 겨울도, 영화 <러브레터>도 떠올려본다.
나의 전성기는 일본의 전성시대였다. 그러나 인생의 흥망성쇠가 있듯이 일본도 그런 시대를 지나고 있다. 요즘은 K-컬처가 대세이지만 그래도 살짝 다시 일본 대중문화를 엿보기도 한다.
내가 사랑했던 <러브레터>, <춤추는 대수사선>, <안전지대>,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을 소환하고
지금은 <후지카제> 음악을 듣고 있다.
그리고 문화를 소비하는 386세대로 인해 영화 <슬램덩크>가 극장가에서 흥행 성공 신화를 만들고 있다.
#아오모리 #오타루 #러브레터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