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으로 아름다운 삶을 향하여
날이 갈수록 편리해지는 세상이다. 이곳에서 수천 km 떨어져 지내는 지인과도 번거로운 움직임 없이 간단한 문자나 카톡으로 언제든 소통할 수 있고, 계속 발전하는 자동차의 성능과 언젠가부터 하나둘 놓이기 시작한 고속도로로 인해 한나절 가까이면 전국 어느 곳이든 갈 수 있게 되었다. 여행 도중 안내 책자의 지도를 세심히 살피다가 길을 잘못 들어 허비했던 수많은 시간들은 내비게이션이 해결했다. 쇼핑하러 백화점에 가고 싶지만 너무 귀찮은 나머지 이불속에서 뒤척거리고만 있던 찰나 당신 손에 있던 검은 화면이 홈쇼핑 광고 메시지를 흘린다.
이와 같은 놀라운 과학 발전의 속도에 힘입어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리가 속한 모든 사회 분야는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그만큼 더 많은 여유 시간이 생겨났을까? 오히려 현대인들은 날이 갈수록 바빠지고 있으며 점점 더 숨 돌릴 틈 없는 하루의 리듬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여유 시간이 늘어났음에도 시간을 쪼개어 자질구레한 일상으로 가득 채운다. 이는 결국 무엇 하나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서로의 목소리를 통해 상대와 간접적으로나마 온기를 공유할 수 있었던 전화 통화는 점점 줄어들고 문자로 간간이 연락하며 온라인 아이쇼핑에 넷플릭스의 영화 시청까지 마무리할 수 있어야만 꽉 찬 하루 같은 느낌이다. 여행하면서도 현재의 장소를 충분히 둘러보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신의 얼굴이 작게 나올지, 인증 숏을 어떤 포즈로 찍어 SNS에 게재하면 좋을지를 궁리하며 사진 찍기 좋은 곳만을 찾아 헤맨다.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과학의 산물은 가정의 식탁까지도 침범하여 식구들과 식사하며 한쪽 귀만 열어둔 채 친구와 가상공간에서 SNS ‘좋아요’와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익숙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일상의 틈을 다른 일상으로 억지로 채워 넣는다면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까. 문자와 쇼핑을 병행하며 시청하느라 인생에 있어 평생의 교훈이 될지도 모를 유익한 영화의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고 내가 여행 온 이곳만이 자아낼 수 있는 분위기와 정취, 감정에 몰입해보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그동안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줄곧 집중해왔던 작은 검정 화면을 떠나 고개 들고 오랜만에 마주한 부모님의 얼굴엔 어느덧 세월의 고단함이 잔뜩 서려 있다.
그러니 매 순간을 맹목적이고 의미 없는 것들로 가득 채우기보다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선택하고 그것에 집중하도록 하자. 문자 타이핑이나 이모티콘은 제쳐두고 한동안 통화가 뜸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서로 따뜻한 안부를 주고받는 건 어떨까. 영화에 온전히 집중한 후에는 가벼운 감상평을 써보는 것이다(단 한 줄 만이어도 좋다). 여행할 땐 사진 핫스폿이 아닌 내가 가장 좋아할 만한 장소를 탐색하여 그 분위기에 취해보자. 그리고 저녁 식사 자리에선 스마트폰은 내려놓고 재미있는 농담으로 무장하여 고단한 가족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마지막으로 하루에 더도 말고 딱 30분 만이라도 핸드폰, TV, 음악 등 주의를 분산시키는 모든 것들을 차단한 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거나 눈을 감기만 해도 좋다. 온통 생각해야 할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면 잠시만이라도 생각하지 않는 시간을 확보해보자. 평온함의 바탕 속에서 심적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 속에서 창의적이며 유연한 사고가 생겨난다. 참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단순함과 간결함. 비단 예술에만 적용되는 사례는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