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오토바이 센터, 기술의 씨앗

– 기름 묻은 손의 시작

by 콩가루두스푼

고등학교 3학년 정도 되던 시절 이젠 성인이 다되가면서 아버지는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는 않았다.

키도 커지고 덩치 커진 나를 오히려 눈치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만 집에 없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머니와 여동생에게는 여전히 무서운 존재로

남아있었다. 약간은 달라졌지만, 비슷한 삶으로 나의 소년기는 끝나가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나는 늘 무언가를 배워야겠다는 조급함이 있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공부만 어중간하게 잘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일찍 깨달았고, 나는 천재적으로 머리가

좋거나 특출난 사람도 아니었기에
현실을 버텨내려면 손에 뭔가 기술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찾은 게 오토바이 센터 아르바이트였다.
당시에는 일당이 얼마였는지도 몰랐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센터는 좁고, 어두웠고 기름 냄새가 늘 배어 있었다.
작업복은 하루 만에 시커멓게 되었고 손톱 밑은 항상 검은 때가 끼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속에서 나는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장님은 말이 별로 없는 분이었다. 하지만 내가 진지하게 묻고,
정말 열심히 따라하면 천천히, 하나씩 알려주셨다.

“엔진은 사람 심장이랑 같아. 이게 멈추면 다 끝나는 거야.”

나는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박혔다.
기계가 멈추는 건, 사람 하나가 멈추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때부터 나는 하나의 오토바이를 만질 때마다 그 안에 누군가의 삶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브레이크 패드를 갈고 오일을 교체하고 체인을 조이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얻었다.

‘기술’이라는 게 내게도 붙는구나.

하루는 사장님이 나를 부르더니 말했다.
'넌 손이 괜찮아.
이 일, 오래 해도 되겠다. 소질 있어.'

그 짧은 말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기분.
누군가가 내 미래를 ‘가능성’이라는 단어로 이야기해주는 느낌..


오토바이 센터 일을 끝나고 퇴근길에 부산의 아미동에 있는 까치고개를 오토바이를 타고 넘어가는 길에 정상 즈음 부산 시내 야경이 보이는 곳에 멈춰 섰다. 그리고 조그만 슈퍼에서 담배를 하나 나서 불을 붙였다.

부산의 야경을 보며 담배 한 개피의 연기와 함께 나의 묵은 스트레스를 가끔 날리곤 했다.

그날 밤, 나는 혼자 생각했다.
‘나중에 돈 좀 모으면… 오토바이 센터 하나 차릴까?’

그건 아마 내 인생 처음으로 가져본
작고 소중한 꿈이었다.

가난한 집 아들, 학교 성적은 안 좋았고 배경도, 빽도 없던 내가 내 이름 걸고 가게를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기적 같은 시작이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며 오토바이 센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술을 배웠지만, 오토바이 센터를 차리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돈을 더 벌 수 있는 곳을 가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아르바이트로 그만 두었다.

그리고 그 센터에서 흘린 땀과 기름은 이후 내 인생 전체를 바꾸는 첫 번째 연습장이자, 운명의 예고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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